추억의 조행기
· 균형있는 게시판 사용을 위해 1일 1회로 게시물 건수를 제한합니다.
찔레꽃 향기짙고 청청(靑靑)하늘 눈부실때
부들줄기 곧은잎은 푸르름이 더해가고
짙어진 물색깔에 태공(太公)마음 설레이어
수련(水蓮)옆 빈공간에 찌하나 세웠었네.
뙤약볕 열기(熱氣)피해 펼쳐놓은 양산(陽傘)아래
삐딱하면 불편할까 자리골라 의자펴고
좌우풍광(左右風光) 살펴보며 심호흡(深呼吸) 크게하니
풀향기 가득담은 바람은 하늬바람.
잔손맛 보자하고 콩알붙여 내린찌가
중치붕어 한호흡에 몸저리게 솟아나네
한세상 온갖시름 제쳐두고 애달으니
홍진(紅塵)에 젖은몸이 한순간에 맑아진듯,
첫손맛 보고나서 손씻고 젖혀앉아
담배한대 피워물고 다음입질 기다릴때
개구리 울음조차 정겨웁게 들리누나
찌언저리 선회(旋回)하는 잠자리도 예쁠시고.
욕심없이 즐기자던 첫맹세(盟誓)도 부질없네
잔챙이 잦은손맛 어언간에 지겨웁고
부지불식(不知不識) 생긴욕심 대물노려 볼양으로
수초옆 틈새벌려 채집망 넣었다네.
새우를 끼울거나 참붕어로 노릴거나
이른저녁 먹은후에 자리점검 다시하네
복수대 붉은끝엔 찌불꺾어 붙혀두고
명당찾아 던진채비 대물꿈 부푸는데,
낙조(落照)에 붉던수면 산그림자 덧씌우면
얄궂게도 불던바람 한순간에 잦아들고
피곤한눈 달래볼양 살포시 눈감을때
처자식 고운얼굴 미안스레 떠오르네.
찌오른다 찌오른다 두칸반대 찌오른다.
낮은쪽 풀섶따라 비스듬이 쳐두었던
호흡도 멎을레라 시간도 멈출레라
힘주어 잡은손에 땀도촉촉 고이누나.
멈출듯 솟던찌불 힘에겨워 끄떡일때
맘속으로 세던숫자 내뱉으며 채오르네
제대로 걸렸는가 불안도 잠시잠깐
수초감고 버틴붕어 달래려고 온갖정성,
십여분 갖은공력(功力) 빈바늘이 웬말인가?
모처럼 받은입질 도로아미 타불일세
오십년 묵은조사 누가알까 부끄러워
아쉬움에 소주한잔 안주없이 털어넣다.
초저녁엔 한밤기대 한밤중엔 새벽기대
졸리는눈 다그치며 꼬빡날밤 세웠건만
단한번 받은입질 미련으로 남겨놓고
수초옆 맑은물로 얼굴씻는 공탕조사(空蕩釣士).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저수지 마름처럼 얽혀진들 어떠하리
명리(名利)도 제쳐두고 하룻밤을 지샛으니
대장부(大丈夫)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足)한것을...
살림망 불끈들어 어린고기 내보내고
주섬주섬 젖은장비 대강닦아 챙겨둔채
게으른맘 닥달하여 사계청소(四界淸掃) 하고나니
중천(中天)까지 솟은해에 잔등이다 젖었구나.
지치고 허기진몸 추스리며 귀가(歸家)할 때
눈흘기는 아내인사 헛웃음쳐 무마하고
욕조(浴槽)속에 묻혀앉아 비린내 털고나도
가물가물 졸린눈엔 간밤의 붕어생각.
(에필로그)
배수기의 시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우리는 붕어를 찾아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움추린 붕어 곁에서 술잔이라도 기우려야 하며
취한 목소리로 사어곡(思魚曲) 이라도 힘껏 불러야 한다.
우리가 꾼의 이름으로 사는 한
붕어는 영원한 우리의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2004년 5월 월롱지 조행후)
어유당(魚有堂) 올림
|
|
|
|
|
|
|
|
|
|
|
|
|
|
|
볼때마다 감동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