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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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야그는 한때 무모했던 시절에 대한 야그랍니다.^^
무신 야그냐 허믄요?^^
낚시, 특히 대물낚시는 끈기나 오기 없인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보믄서, 제 얘기와 더불어서 질문을 드려 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낚시, 혹은 대물낚시에 미쳐서(?)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우스꽝스러울 만큼 어리버리한 추억이 되어 버린
웃지 못할 야그들을 한두 개쯤은 가지고 계신지요? 저는 떠오르는 게 하나 있걸랑요.^^
그러니까 제가 갓 제대하고 얼마 안 됐을 때니까 아마 92년 경으로 기억합니다.
낚시 '낚'자도 진짜 모르던 그 시절, 아버지가 쓰시던 그라스롯드 낚싯대(그래 봐야 총 4대 뿐이었지만)를 뺐다시피 빌려
동네 저수지란 저수지는 물론(근처에만도 한 대여섯 개 됐습니다요.^^), 이웃동네 개울과 또랑까지 훑어가며
천지도 모르고 낚시가 마냥 좋아 돌아 다니던 그 시절의 얘기입니다.
동네 어느 한 저수지에서의 일인데, 평수가 한 2천 5백평 쯤 될라나? 하여간 참한 저수지가 있었답니다.
그 때만 해도 말풀이 뭔지, 뗏장이 뭔지도 구분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물버들과 뗏장 수초가 참한
물 맑은 준계곡지였던 것 같습니다. 마사토와 황토가 많아 잉어도 꽤 큰놈들이 많았구요.
헌데, 어느날이었습니다요.
제가 그 저수지로 낚시를 갔었는데, 어떤 한분이 다대편성을 하고(제 기억으로 한 여덟 대쯤?) 앉아 계시지 뭡니까?
그런데, 그분의 눈빛이나 모습이 아무래도 범상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초짜의 한눈에도 고수의 품격(?)이 느껴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붙여 보았지요. 나이는 사십대 중반?
좀 잡으셨습니까? 하니까 한 마리도 못잡았답니다.
저를 곁눈질로 힐끗 보시더니, 왠 젊은 친구가 평일 대낮에 낚시를 혼자 왔는고? 하는 표정이었지요.
그러고 나서, 저는 중류 쯤 말풀이 듬성듬성 있는 수심2m 권에 대를 펴고 앉았지요. 아마 석 댄가 폈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오후 한 서너 시쯤 됐나? 그 분이 대를 접으시더군요. 그리곤 제 쪽으로 다가오셨습니다.
지렁이가 많이 남았는데 쓸려면 쓰라는 겁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하고 넙죽 받아 챙겼지요.^^
헌데, 그분이 뒤돌아서 가시면서 하는 말, "아~, 진짜 낚시 안 되네. 며칠 전에는 와서 40cm가 넘는 붕어하고
80cm 가까이 되는 잉어하고, 메기 50cm 정도 되는 놈을..." 낚았다나, 워쨌다나......???
흐미, 이럴 수가!!! 내가 자주 다니면서 지지리궁상을 떨며 잔챙이만 낚아대던 이 곳에 그런 대물들이 많았단 말여?? 흐미....
한마디로 충격이었죠. 그러면서 그분이 마지막으로 떨구고 간 그 말씀이 제 귓전을 한번 더 때립니다.
"여기 못은 작아도 큰놈들 많~심데이. 내가 알기로는 붕어 오십 넘는 놈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
흐미..... 사람 잡것네~. 이것이 참말이랴~?
저는 그 즉시 가게로 달려가(아마도 왕복 3km 쯤 됐을 겁니다요.^^) 케미와 빵과 우유를 사서는 저수지로 다시 달려 왔지요.
다행히 못에는 아무도 없더군요.^^
그 분이 앉았던 그 자리에 4대를 다 펼쳤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니까 잔챙이 입질이 딱 끊겨 버리더군요. 피래미가 좀 있던 못이었는데 피래미 성화도 없어지고...
지루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찌를 주시하며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아홉 시가 좀 넘었을라나?
어느 순간 갑자기 낚싯대 한대가 하늘로 붕 들리더니 물속으로 쳐박히지 뭡니까요?
깜짝 놀라 먹던 빵을 던져 버리고(ㅋㅋ,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낚싯대를 잡으러 물 속으로 텀벙.
다행히 뗏장에 걸려 멀리는 못간 터라 겨우 낚싯대를 붙잡아서는 땡겼는데 수초에 감겼는지 꼼짝을 안 합니다.
느낌 상으로는 고기가 툴툴거리는 것도 같은데... 아무리 땡겨도 안 나옵니다.
뭔가 걸리긴 걸려 있는데 환장허것데요, 참말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에라이~ 하며 결국은 낚싯대를 들고 뒤로 빼다가 고기가 툴툴거리며 풀려 나오는 느낌에
뒤로 확 잡아 채니까 빈 바늘만 하늘로 슝~, ㅋㅋ
허탈....... 왠지 내 인생 최대어를 놓친 것 같은.....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이제 겨우 초저녁이니까...." 하면서 다시금 기대를 갖고 찌를 집중하며 노려보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그 이후로 건들거리는 입질 말고는 별다른 입질이 없었습니다. 먼동이 터 올 때까지...
간밤에 떨기는 얼마나 또 떨면서 겨우 견뎌냈는지... 6월 하순이긴 했지만 물에 빠진 터라 정말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맑은 달빛과 소쩍새 소리는 정말 환상이었답니다.
피곤이 몰려 오는 아침 7시, 피어나는 따스한 햇살에 젖은 옷과 쳐진 몸을 말리며 전을 접을까 하고 망설이고 있던 찰나.
찌 하나가 확 하고 빨려 들어 갑니다. 아이구머니나!
획 잡아 채서 들어 당기니 고기 힘이 장난이 아닙니다. 물버들 쪽으로 막 가려는 놈을 억지로 억지로 버텨 싸우며
겨우겨우 수초에 감긴 채로 물가로 끌어내 보니 허걱! 그때까지의 내 낚시인생(그래봐야 한 3~4년 되나?) 중 최대어,
거의 세 뼘에 육박하는 메기였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한 순간에 피로가 날아가고 말았죠.
사실 지금 같으면 잡어 취급을 받았겠지만, 그 때만 해도 저에겐 너무도 가슴 벅찬 사건이었죠.
붕어 최대어가 고작 21cm였던 시절이니... ㅋㅋㅋ
그렇게 해서, 그날도 저 집에 안 들어 갔답니다.^^
해가 뉘였해질 때까지 잔챙이 붕어 몇 수가 전부였지만, 도저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들더군요.
할 수 없이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게로 또 뛰어 갔습니다. 다시 빵 몇 개와 케미를 사러.... ㅋㅋ
오늘밤엔 정녕 일을 내고 말리라...
밤이 되면서 갑자기 하늘이 시컴해지더니 소나기가 퍼붓습니다.
집에선 아마 난리가 났겠죠? 맏자식이 낚싯대를 들고 집을 나가더니 이틀째 소식이 없는데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있으니.....
소나기가 쏟아 붓고 있는 그 와중에 다행히 낚시가방에서 작은 우산이 하나 있는 걸 꺼내어 쓰고 앉아 있노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집에서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도 나고, 천둥까지 쳐 대는 통에 무섭기도 하고...
사실 제가 앉은 뒤쪽으론 과수원과 밭이었고, 그 너머엔 온통 무덤 천지였걸랑요.^^
흐미... 그런데, 이놈의 비가 열두 시가 넘어가도 그칠 생각을 안 합니다. 거기다 여전히 한번씩 번쩍번쩍.
혼자 산속 저수지에 작은 우산 하나 들고 앉아 비를 맞으며 무슨 청승이 이런 청승이 있는지....
왜 그렇게 또 전설의 고향 생각은 자꾸 나던지... 흐미...
번쩍거릴 때마다 제 옆에 귀신이 바짝 다가와 허옇다 못해 시퍼런 얼굴을 확 하고 들이밀 것만 같았지요.
그렇게 공포에 떨면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소쩍새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소쩍! 소쩍!
이제 좀 살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미끼를 갈아 주곤 자리에 앉아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는데,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늘에 온통 새파란 도깨비불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지 뭡니까?
순간 소름이 쫘악! 부모님 말씀 안 듣고 낚시와서는 이제 나 죽나 보다.
언제부턴가 젖은 몸이 떨리고는 있었지만, 그 순간은 마비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심장이 터질듯이 쿵쾅거리는데....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건 수백 개의 불빛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은 바로 반딧불이였습니다. 그것도 수백 마리나 되는 반딧불이들이 저마다 시퍼런 불을 밝히고선
하늘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공포에 휩싸였던 마음이 일순간에 안도감으로, 그리고 환희와 감동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지요.
정말 난생 처음 보는 장관이었습니다. 사람이 만든 어떤 화려한 불꽃놀이와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그렇게 약 20분 정도의 화려한 불꽃쇼를 감상하는 동안 비는 완전히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달빛이 교교히 저를 비추고 있더군요.
긴장이 풀리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 왔습니다. 다시는 이틀 밤낚시는 안 하리라.... 아니, 밤낚시 자체를 안 하리라...
그렇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두번 째 아침이 밝아 옵니다.
몸은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리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많이 말랐지만, 이제 비로소 나의 전리품(?)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침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요.
하지만, 집에서 걱정하셨을 부모님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덜컥 짓눌리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주섬주섬 낚싯대를 걷으면서도 남은 지렁이가 아까워 한대엔 새 미끼를 갈아 두고 여차하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 저도 대단하죠? 아니, 대책이 없는 건가요? ㅋㅋ
이제 진짜 가야지, 이제 진짜 가야지 하면서도 대를 걷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틀 전 그 아저씨의 말 한 마디,
"오십 넘는 놈들도 있는 걸로 압니다". 흐미, 사람 잡을 그 한 마디.
원망 아닌 원망마저 들 때 쯤, 찌가 움찔하더니 그대로 살금살금 올라 옵니다.
세 마디가 넘어 섰을 때 쯤 챔질, 이번엔 여착없이 걸렸습니다. 제법 힘을 쓰는 놈을 손맛 끝내 주네 라는 생각을 하며
끌어내 놓고 보니, 어? 제법 한뼘이 훨씬 넘습니다. 대충 재어보니 24~5는 나올듯.
이렇게 해서 드디어 저의 붕어 기록도 경신하게 되었지요. 축하해 주십시오, 여러분. ㅋㅋㅋㅋ
그러고 나서도 입질이 한참 없을 때까지 낚시를 계속 했답니다.
저 대단하죠, 여러분? 박수 한번 주십시오. ㅋ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저의 만 이틀하고도 3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과 엄청난 고생을 투자해
무려 57cm의 메기와 25.5cm의 붕어 기록어를 대동하고선 집을 향해 걸음을 떼었답니다.
기분 같아선 며칠 더 하고 싶었지만(ㅋㅋ), 체력이 한계인지라....
흐미,,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걱정과 죄송스러움.....
이렇게 해서 부모님께 불효를 저질러 가며 악전고투 끝에 얻은 나의 자랑스런 조과들.... ㅎㅎ
그나저나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아무도 안 계시더군요.^^
고기만 욕조에 담궈두고는 미숫가루 한 사발 마시고는 바로 잠에 빠지고 말았지요.
그리고는 만 하루 동안을 내리 잤답니다.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더라네요.^^
흐미, 쓰다 보니 완존히 저의 조행기가 되어 부렀네요이.
지송합니다.^^
여러분께 질문을 드려 본다는 것이 그만....
ㅋㅋㅋ, 이제라도 질문 들어 갑니다.^^
여러분은 오기와 끈기에 얽힌 추억이 있으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랜 시간 잠을 안 자면서 버텨 보셨는지... 등등
궁금합니다요.^^
ㅋㅋㅋ, 제가 너무 길게 썼나요? 읽느라 진 다 빠지신 건 아니것쥬?
무지개붕어 올림.^^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06-10-24 20:06:18 대물낚시 Q&A에서 이동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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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가 낚시 귀신 들린 넘이겠습니까?
정신 나간(금지단어라 해서 다른 말로..ㅜ.ㅜ) 짓 많이 했죠..
직업의 특성상 방학이라는 것이 있어..방학 중에 연수 날짜 피해서..
일종의 저희에겐 휴가 개념으로 2주에서 1주일정도 운좋게 비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방학도 이제 드물지만요.
그리하면..무얼 하겠습니까?
무조건 들쳐 매고 드리 싫고 떠납니다 어데로?
물로 갑니다.
일단 복잡 다난한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면...눈물나고..
진도에 제 친구넘이 토목공사를 한답니다.
가면..친구넘 기름값은 알아서 해결해주니 좋고...
돌아다니다 피곤하면 숙식 제공해 주니.좋고
좋아하는 친구넘이랑 쇠주 할 수 있으니 좋고..
한번은 14박 15일 정도로 떠났드랬죠..
정보? 아는 것 절대 없죠...14박 15일 다니면서..저수지나 수로 이름 알고 간 곳은
보전호하고 봉암수로가 다니까요
무조건 갑니다. 물이 있음 담그고. 떡밥이나 지렁이 낚시도중 7치만 넘는넘이 쉽게 비추어 준다..하믄
점빵 차립니다...
그렇게..해서...14박 15일 주구장창 낚시만 합니다.
가끔 기름 떨어짐 친구한테 갑니다. 노자돈도 꾸었던 것 같은 데요...은행에 갈라믄 한참 걸리니 원...
겨울이면 가거도에 갑니다.
200명~300명 정도 들어와 있는 데 혼자 들어가는 넘은 저 뿐입니다. ㅜ.ㅜ
낚시라고 하면 물불을 안가리니 문제고...몸생각 안하니..문제고..
물에 들어가는 것은 부지기수고...심지어 동호회 정출때도
퐁당퐁당...
제가 즐겨 찾는 곳 중에 한 곳은 제방에 차받치고 산길따라 200m정도 걸어야...
저수지 상류 포인트에 닿는 곳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산길입니다.
여기를 두세번에 걸쳐 짐나르고...중간중간 빼먹은 것 때문에..차에 가고...
그 담날 되믄 거의 죽습니다. 체력에는 한 체력하신 다는 저희 형님도 넉다운..
그렇다고..그만? 고기만 붙은 거 같음 또 들어갑니다.
근처 30분 거리에 형님 댁이 있어 거기서 자고 또 들어갑니다.
징그럽죠...
귀신 들린 낚귀...설움이 복받쳐...눈물로 댓글 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