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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야饔옹 IP : 547ed68254da5d3 날짜 : 2012-11-27 14:26 조회 : 16688 본문+댓글추천 : 0
그렇게 어린시절은 한달에 한두차례 아버지가 데리고다니는, 이곳 저곳 낚시터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지금도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어느덧 조금의 세월이흘러 고등학생이 되었을무렵, 아버지는 당뇨합병증으로 하시던 사업도 그만두시고,
낚시도 일년에 몇번밖에 다니지 못할정도로 건강이 많이 안좋아 지셨습니다.
물론 일년에 몇번 다니시던 낚시에도 항상 제가 같이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차츰 건강을 잃으신 아버지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칠무렵(겨울방학쯤...), 거의 실명에 가까울정도로 시력을 잃으셨습니다.
사물의 형체정도만 겨우 알아볼정도의....거의 장님이나 다름없는 가혹한 상태가 되신겁니다.
그러는사이 저역시 제법 한다는 공부도 팽계치고,
아~주 저질스러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그중 현재 월척회원이 두분 ㅋㅋ... 준*된**, 칠**)
영등포의 123, 그리고 ABC...동대문의 벤허, 이스턴...이태원의 비바체...(대충 뭐하는덴지 아실듯...),
입시학원 학원비는...당연히 밤시간을 위해 쓰이게되고,
학교에서도 오로지 용돈타낼 방법만 생각하며......
그러던 어느날,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는 생각...., 아~~~ 아부지 낚시대 !!
군대간 형의 학생증을 가지고, 동네 전당포에서 제가 꺼내놓은것은 여섯대의 DAIWA 낚시대 였습니다.
돗보기 너머로 쪼끔은 의심스러운듯 쳐다보는 전당포주인은,
생각치도 못한 거금을(82년도 기준 약 18만원정도..) 쥐어주며,
석달후 찾지않으면 알아서 처분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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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팽계친 공부지만 고3 생활은 그때나 지금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보충수업? 아버지 병간호및 병원 모셔다드린다고 일주일 두번은 합법적으로 면제..
오늘은 어디가 물이좋나~~~~일찍 집에오는 일주일에 두번이 그렇게 기다려 집니다.
그러던 어느봄날, "낼모래 어린이날 어디로 가는지 낚시점에 전화좀 해봐라...."
전혀 생각치못했던 아버지 말씀에,순간 머리가 띵~~해 집니다.
"아니...그몸으로 어떻게....하실려구요.."
저와 식구들의 만류에도, 아버지는 그렇게 마지막 낚시를 저와함께 예당지로 떠났습니다.
햇볕잘드는 버스앞 비탈진 밭자락에 자릴잡고, 두칸대 하나만 펴달라 하십니다.
찌는 보이지 않으시겠지만...받침대에 걸쳐둔 낚시대를 손으로 붙잡고 하시는말씀.....
"다이와대 손잡이가 내손에 딱맞는데".....
"낚시점에 부탁하면 그거 제값주고 가져갈사람 많았을텐데....."
그리고는 더이상 아무말이 없으셨습니다.
나이롱줄로 촘촘히 감겨진 로얄대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며, 햇볕을 즐기시는듯......
얼마전..집으로 걸려온, 낚시대 안찾아가면 알아서 처분하겠다는 전당포의 전화를 받고,
아버지는 제가 한짓을 벌써 알고계셨던 겁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도 아무말씀없이, 콧노래만 흥얼거리며..."이제 버스타는것도 힘이부치네...."
아버지는 그해 늦가을, 그렇게 마지막 낚시를 다녀오신지 몇달후 하늘로 영원한 낚시를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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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턱걸이로 겨우겨우 대학을 들어가고,
군대를 마치고, 첫직장을 들어가고....얼마후(89년 쯤) 예산면허시험장 현장으로 발령을받아(저는 건설업계통 입니다.) 예산에 6개월정도 근무를 할때'
첫 휴일날 예당지를 찿았습니다.
예전의 널판지좌대, 물에잠긴 갯버들, 웃고 떠들던 낚시회버스, 두칸반 한대를 붙잡고 햇볕을 즐기시던 눈먼 아버지도.....
그때 그자리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흥면엔 모텔과 음식점이 흉물스럽게 들어차있고, 물위엔 스티로폼으로 중무장한 번듯한 좌대들이.. 옛그림을 찾는 저의 눈엔,
낯선 풍경으로만 다가옵니다.
떡붕어 몇마리로 그렇게 아버지를 추억하며, 그해 예산에서의 6개월 남짓한 생활은 매주 한번도 빠짐없이 예당지를 찾았습니다.
아마도 아버지를 찾아서 그렇게 예당지를 찾았지싶습니다.
이제는 제나이도 불혹을 거의 지나고, 지천명을 바라보며.......
좋고 가벼운 낚시대 한셋트 사드리며, 한번 가시죠....하고싶지만......
아니 구닥다리 다이와대를 꼭 다시 사드리고 싶지만....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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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기 시작했던날 이틀전이 아버지 제사였습니다.
망나니 작은아들을 무던히도 챙기셨던 아버지가 너무 보고싶어...
부끄럽지만 옛추억을 끄집어 내보았습니다.
재미없는글 읽어주신 여러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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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안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