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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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그림자가 무너미 끝을 드리우고 있는데, 미동 없이 웅크린 저것은 뭘까 ?
나는 구불구불 산길을 오랜 시간 걸어서 여기에 왔다.
이른 봄이라 무너미는 잡풀 몇 가닥 휑하니 서 있을 뿐, 인적은 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무너미 끝은 이미 어두워 밤이 사부작대는데, 망부석처럼 웅크린 저것...
궁금했으나 공포스럽지는 않았다.
나는 이내 그것의 정체를 밝히기를 포기했다.
일종의 염세가 가져온 흐물흐물한 권태로움이었다.
탁탁 꿀밤을 때리며, 자고 있던 캐미들을 깨웠다.
파랗게 부화한 놈들이 두 살배기 딸아이와 아내를 불러왔다.
ㅡ 아빠, 아빠아~.
ㅡ 여보, 괜찮아 ?
손바닥 안에 메추리알처럼 옹기종기한 캐미 두 개를 보며 나는 꺽꺽 울음을 삼켰다.
ㅡ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
어느 틈에 소리 없이 밤이 왔고, 나도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바람이 자고, 묵처럼 굳어버린 수면에 등대처럼 서 있는 캐미 두 개.
하얗게 말라가던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자 잉어를잡았으면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뽀얗게 우러난 잉어 곰국을 아내가 다 먹으면, 아내의 손을 잡고 해주고 싶은 말.
ㅡ 사랑해, 정말. 너를 위해 나, 다시 시작할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다.
찌들이 무너미 쪽으로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도대체 물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
나는 후레쉬를 비추며 물속을 살폈다.
ㅡ 세상에 ! 믿을 수 없다 !
수백 마리의 잉어군단이 잠수함처럼 수면에 등을 보이며 서서히 무너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내 앞을 지나간 잉어군단은 저쪽 무너미 끝, 알 수 없는 그것의 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그것은 여전히 망부석처럼 아무 미동도 없었다.
나는 후레쉬를 들고 무너미에 올라 그것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염세의 힘인가. 나는 두렵지 않았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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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오늘 궁금해서 일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