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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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미불빛 사이로 배신과 원망과 자책과 분노 따위가 배회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과 속수무책 당한 내게 화가 났다.
ㅡ 자기의 삼 할만 보여줘라.
아버지가 홀연 사라지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가 보던 책 속에서 발견한 메모 한 장.
나는 그날, 아버지의 메모를 보며 생각했다.
ㅡ 아니요, 나는 다 보여줄 건데요.
ㅡ 나를 읽으면 곁에 남을 테고, 아니면 떠날 테지요.
ㅡ 나는 숨기지 않고 속이지 않고 살 건데요.
어쩌면 아버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밀봉해 놓았던,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꿈틀대고 있었다.
ㅡ 그래서, 이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이라구요 ?
ㅡ 그래서, 그렇게 살아서 아버지는 행복했어요 ?
ㅡ 그래서, 무인도처럼 이 세상 혼자 떠 있으니 좋았냐구요 !
내가 뿌린 생각조각들이 수면에 부유하고 있었고, 나는 새우처럼 웅크린 채 구역질을 했다.
키대로 솟아 정점에서 까딱대는 분노.
나는 챔질을 하지 않고 내 분노의 패턴을 읽기로 했다.
바람이 불고 봄비가 가랑대기 시작했다.
파라솔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토닥토닥,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키대로 솟아 정점을 찍었던 분노는 이제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다.
나는, 짧았지만 화려했던 지난 몇 년간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나와 상관했던 숱한 일과 관계와 말들을 역추적했다.
내가 했던 실수와 잘못과 오해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도 잘못했으나 내가 더 잘못했다, 라는 생각에 긴긴밤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경박단소, 그 자체였으니.
비가 그치고 물안개가 피고 아침이 오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하며 무너미를 바라보았다.
피터는 보이지 않았다.
ㅡ 내 예감은 틀렸던 걸까 ?
그 순간, 다시 찌들이 옆으로 눕기 시작했다.
흑갈색 갑옷의 거대한 잉어들이 서서히 무너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나는 무너미를 바라보았다.
피터가 턱을 괴고 엎드려 있었다.
피터의 시선이 머무는 수면을 보며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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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알고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