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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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에 엎드려 눈을 마주쳐오는 하얀 개.
내 아내의 안타까움과 내 아버지의 측은지심으로 나를 바라보는 부처 같은 저 개.
이 순간이 착각이리라. 내 유치한 상상이리라.
아내에게 늘 근사한 남자이고 싶었던 남편으로서의 자격지심이리라.
아버지에게 늘 부족했던 아들로서의 자책과 미련의 발현이리라.
명징한 것만 인정하겠다는 내가 흐릿한 망상에 빠지려고 하다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나는 화가 났다.
ㅡ 뭐냐, 그 눈빛. 니가 나를 측은지심으로 봐 ?
움찔, 피터의 귀가 움직였다.
ㅡ 너는 객관적으로 개다. 하지만 너는 지금 이 순간 내게 있어서 개가 아니다.
ㅡ 미신을 믿어서가 아니다. 개가 아니라고 가정하고 싶은 거다.
ㅡ 나는 나락으로 떨어져 쓰러진 채 신음했다.
ㅡ 사람과 세상을 향한 배신감보다는, 고작 이따위에 당하는 나를 조롱했다.
ㅡ 그런데 나는 지금, 너도 나를 조롱한다고 느끼고 있다.
ㅡ 나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다고 말해왔다.
ㅡ 하지만, 스스로 조롱하는 건 용인해도 타인이 나를 조롱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ㅡ 인정한다. 지독한 에고일 거다.
ㅡ 누룽지가 식을 때까지 나는 주절대고 싶다.
ㅡ 독백이니, 너는 들어주기만...
컹 ! 갑자기 피터가 큰소리로 짖었다.
피터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
29ᆞ32. 두 대중 오른쪽 찌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급하게 챔질을 했지만, 이미 놈은 고개를 돌린 듯했다.
웅웅, 초릿대부터 낚싯대의 반이 서서히 물속으로 처박혔다.
쪼그리고 앉아 손잡이를 배꼽에 대고 버텼다.
놈의 흉포한 힘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한계를 직감하고 줄을 자르려는 순간, 놈의 당김이 느슨해졌다.
서서히 낚싯대가 물속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잉어가 아이 같은 까만 눈으로 나를 봤다.
측은지심이 단전을 찔렀고, 나는 눈길을 피하며 아픈 아내를 생각했다.
낚싯대를 은근히 당기자 수면 위로 거대한 덩치가 떠올랐다.
바늘털이에 대비하며 천천히 뒷걸음으로 놈을 물 밖으로 끌어냈다.
체념한 듯한 놈의 눈을 수건으로 가리며 말했다.
ㅡ 미안타. 내 여자가 아프다. 집에 같이 가자.
바늘을 빼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밤새 생각에 빠진 나는 떡밥을 교체하지 않았었다.
게다가 동틀 무렵에 무너미로 이동하던 잉어들이 채비를 건들지 않았었나.
나는 고개를 들고 피터에게 말했다.
ㅡ 이거, 빅딜이냐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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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일들을 주섬주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