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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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프로젝트3

꾼들의낙원 IP : 5b9b2d97785cc3e 날짜 : 2015-08-25 22:20 조회 : 4204 본문+댓글추천 : 3

3.

감은 눈을 뜨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분명 정신을 잃은 것은 생각나는데 그 이후론 기억이 없었다. 뇌리 속은 시뮬레이션이 되어 스냅사진과 장면들의 영상으로 잠재의식 한가운데 흩어졌던 미립자가 모이고 형태를 갖추어 퍼즐처럼 제자리를 찾아 붙어 선명해 지고 있었다.



그 조립물 속에서 돌기와 솟은 뿔과 리드미컬한 갈퀴와 규칙적으로 배열된 비늘을 가진 이무기의 몸체에 팔과 다리가 돋아나고 순차적으로 눈동자가 충혈되면서 치아가 아랫니 윗니 할 것 없이 비수처럼 날카로워 졌고 아내와 슬기의 얼굴이 겹치고 뭉쳐 원심력으로 회전하여 꽈배기처럼 하나의 점으로 다시 변해 흔적을 지웠다.
그것은 혼수 상태의 무의식이 빚은 환각이었다.



어지럽게 교차하는 머리를 진정시키자 신체의 리듬은 더욱 생생하게 심장의 박동과 가뿐하게 용솟음 치는 기력과 뼈 마디 마디의 활력이 샘솟아 어느새 기분이 나아졌으므로 U캡슐 속을 바라 보는 여러 개의 눈동자가 이곳이 별장의 연구소임을 내게 인식시켜 주었다.



연구진들 뒤로 보안책임자 준과 보안병들 역시 완전무장을 한 채 일렬종대로 서 있었다.
어찌 되었던 그들조차도 나는 반가웠다.
자동차의 추돌과 충돌의 압력을 견딘 인간으로서의 의식회복은 비단 아주 잠깐의 의욕충만 일지라도 살아 있는 자체의 감격은 지난 7개월 동안 치뤄야 했던 기막힌 내 삶의 편린들을 조금은 안도하게 했던 것이다.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고압의 전기감전 실험이 곧 다가왔다 할지라도 말이다.
짧은 안락함이 내 감각을 지배하고 자연스러워졌을 때 무슨 이유인지 별장 안내자 명진은 나를 표본실에 갇혀 있는 이무기 앞으로 데려 가라고 연구진에게 일렀다.






표본실에서 대가리에서 꼬리까지 전기장치를 부착한 링에 꽉 조여 있고 그것도 모자라 금속 철망 안에 갇혀 유리관에 채워진 물 속에 꼼짝도 할수 없는 새끼 이무기를 보았을 때 나 역시도 안전장치가 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사각의 실험대 위에서 팔과 다리를 올매는 금속 족쇄를 차고 주렁주렁 달려 있는 전선의 위압감을 느끼며 정면을 향해 실험대가 90도로 세워진 상태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별장 안내자 명진은 컨트롤타워에서 이미 표본실에 미리 도착하여 있었고 유리관 속에 들어 있는 새끼 이무기가 차고 있는 링에 고압전류를 흐르게 하라고 연구진에게 지시했다.


웅웅거리는 기분 나쁜소리를 내며 전류가 전선을 타고 새끼 이무기의 몸통을 조인 금속링과 철망에 닿자 섬광과 불꽃이 물 속에서 튀었다. 감전의 고통에 격렬한 떨림을 보이며 새끼 이무기는 뒤틀며 요동 쳤지만 그럴수록 유리관 안의 푸른 섬광은 강도를 더하고 있었다. 겉 가죽과 비늘이 타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도 알수 있었다.




별장 안내자 명진은 새끼 이무기가 고통에 휩싸일수록 전압의 강도를 세게 조정하도록 연구진에게 주문을 했고 섬짓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그것은 '너도 곧 저 신세가 된다'는 의미로 나는 내가 수만 볼트의 전기에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잘 봐두라고....이정우씨
정우씨를 위한 이벤트, 멋지지 않아?
구경꾼의 입장에서 한 마디 정도는 해 줘야
예의가 아니겠어!!
괴물이 괴물을 바라보고 있는 심정이 어때?




나는 충격을 떠나 악랄한 별장 안내자 명진의 몸서리치는 음성조차도 귀에 거슬렸다.
이곳에 잡혀와 얼마나 당했는지 한 눈에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한 새끼 이무기에게 가하고 있는 학대를 목을 돌려 외면하고 싶었다.




"겁내지 말고 똑바로 쳐다 봐!! 똑똑히 봐 두라고
이건 그저 맛보기일 뿐
메인요리는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
코스 요리가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은
집어치워!! 정성을 다한 우리의 주방장이 섭섭해 하잖아! 안그래 정우씨?"


나는 분명 별장 안내자 명진의 얼굴에서 사탄을 보았다.




"그만!!!!그만!!! 제발 그만 둬!!! 제발!!
당신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테다.
제발 여기서 멈춰!! 멈추란 말이다"



터져 나오는 나의 울분과 격한 감정으로 몸부림을 치며 절규했지만 그에 아랑곳 않고 별장 안내자 명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비열하게 웃었다.



왜!!! 왜!!! 동족의 고통에 부아라도 치미는
모양인데 어쩌지, 난 멈출 생각은 요만큼도
없는데 말야!!! 고개를 돌리지 말고 살가죽이 벗겨져 불타는 황홀한 저 놈의 몸부림을....보라고!!
괴로워하고 죄책감에 시달려야지 암!!
날 위해 최선을 다해 비명을 질러주길!!
이만큼 했으면 그만 본색을 드러내지 그래......, 으하하핫!!!





별장 안내자 명진은 전압의 강도를 한층 높이고 염화나트륨 용액을 부어 감전에 의해 비늘과 살이 탄 새끼 이무기에게 더한 고통을 주라고 연구진에게 닥달했다. 물 속으로 떨어진 비늘과 솟구치는 검붉은 피로 혼탁해진 새끼 이무기가 든 유리관을 차마 눈으로 볼 수없는 광란과 광기의 현장에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쳐보았지만 손목과 발목에 달린 족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련으로 떨고 있는 나의 몸에서 서서히 화학반응이 일어났고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근섬유를 팽창시켜 근육이 빠르게 증가되면서 부푼 결합 조직 내부에서 부터 찢어지며 강렬한 힘이 휘감는 전율에 의해 손목과 발목의 족새가 끊어지려 했다.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으르릉대는 야수의 포효가 뿜어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검은 눈동자는 조명등 보다 밝은 붉은 발광체로 변하고 등의 척추로 부터 긴 채찍과 돌기가 솟아났다. 그 힘에 의해 90도로 고정되어 있던 실험대가 기울져 넘어졌다.




별장 안내자 명진은 신속하게 나로부터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뒷걸음 쳤고 그때 권총이 불을 뿜었다. 연구진 몇 명이 우악스럽게 휘두르는 채찍에 고꾸라지고 변신을 진행중인 내 몸을 막으려는 보안책임자 준과 보안병들도 이내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 발포해 어서, 권총과 기관총을 뽑아서 쏘란 말이다.
더욱 흥분 시켜서 완벽한 괴물이 되도록 만들어 버려!!! 이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그리고 지금 당장 저 놈의 아내와 딸을 여기로 끌고와....."



별장 안내자 명진의 고함과 악다구니 속에서 넘어져 나뒹굴었던 보안책임자 준과 보안병 들의 무차별 사격이 이루어졌다. 티타늄 실험대를 번쩍 들어 방패막 삼고 나는 남아 있는 인간적 본성이 야수의 본능에 허물어지기 전까지는 그들을 막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식의 밑바닥에서 살을 뚫고 깨어난 괴물을 통제하려고 기를 쓰면서 날아오는 총알을 피했다.





비상벨이 울리고 별장 보안팀이 표본실로 가세 하면서 아직은 완전한 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내 앞으로 아내 수빈과 딸 슬기가 무지막지하게 끌려 들어왔고 별장 안내자 명진과 두 명의 경호원에게 잡힌 채로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이성이 마비되어 분노와 절규에 점점 거칠어졌다.





"수빈아!! 수빈아!!! 슬기야!!!





아내와 딸의 비명소리를 듣자 남아 있던 반인반수의 인간의 모습이 끝내 괴물로 마지막 남은 허물을 벗고 맹렬하게 탈바꿈하고 말았다.
총알이 관통했던 팔과 다리와 머리는 자취를 감추고 비늘로 뒤덮힌 유선형의 거대한 몸집에 긴 꼬리가 생기고 유리관 속에 갇혀 있는 새끼 이무기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던 것이다. 아내와 딸을 불렀던 외침은 완전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바뀌었다. 그런 나의 괴물이 된 모습을 보면서 별장 안내자 명진은 더 한층 흥분하며 쾌재를 불렀다.




"아하하, 그래....바로 그거야!!! 그거라고
이렇게 변한 괴물, 괴물, 아하하 아핫
마취총을 쏘아서 사로잡아야 한다.반드시 생포해!!! 전기그물망과 마취총을 가져와 어서".





표본실에 세워져 있던 수많은 유리관이 괴물이 된 나의 꼬리와 대가리의 충돌로 산산 조각이 나며 포르말린 용액과 박제되어 있던 기괴한 생물의 표본들이 쏟아져 내렸다.


허둥지둥 달아나고 있는 연구진과 꼬리에 맞아 허공을 날아가 바닥에 내팽겨쳐진 별장 보안팀과 직원들, 그들의 가장 뒤에서 경호원의 보호를 받고있던 별장 안내자 명진은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눌러 표본실의 한 쪽 벽면의 비밀 계단을 통해 빠져나가기 위해 보안책임자 준과 그의 부하들을 앞세우며 엄호하라며 무작정 떠밀었다.




보안 책임자 준은 짧은 순간 머뭇거렸다. 괴물의 꼬리에 맞아 날아가 벽에 부딪혀 몸이 꺾여 죽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부하들을 바라보는 심정, 바닥을 적시는 흥건한 피를 보면서 혼란에 빠졌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살아도 이것은 무모하기 그지 없는 비참한 결말, 부하들의 개죽음을 상관으로서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





" 이 새끼야!! 지금 너 뭐하는거야!! 막으라는 소리 안들려......국가를 위해 앞장 설 기회가 주어졌는데 겁이라도 먹은거야.....당장 달려가 막지 못해!!! 무조건 막아....."


눈동자가 풀리고 비정상적으로 흥분한 별장 안내자 명진은 보안책임자 준을 권총으로 위협했다.




"꼭 이런 방법이어야 했습니까!!
이 방법이 아니어도 되지 않았습니까!!
제 부하들을 이렇게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 하극상이었다.
보안책임자 준은 괴물을 향해 겨누고 있던
권총을 바닥으로 떨구고 별장 안내자 명진을
원망의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아니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니 임무를
지키지 않겠다 이 말이지!! 좋아
죽고 싶은 모양인데 그럼 죽여주지!!!
어디 이래도 니가 내 명령을 거부하는지 보자".



별장 안내자 명진은 경호원이 잡고 있던 아내와 슬기에게 권총을 겨누었고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총으로 보안책임자 준의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보안병을 쏴 버렸다.
별장 보안팀에 둘러싸인 보안책임자 준은 이내 결박을 당했고 전기 그물망과 마취총이 당도했으므로 그들은 괴물이 된 나를 향해 자동으로 분사된 전기그물망을 던졌고 그것을 주변에 서 있는 유리관과 구조물을 깨뜨려 피해 달아 났지만 이내 덧씌워져 전기그물망에서 번쩍이며 타오르는 고압전류에 힘을 잃고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수백발의 마취총을 맞아야 했다.









마취제가 퍼지자 둔탁한 굉음을 내며
완전한 괴물이 된 나는 그렇게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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