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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망두고왔네 IP : bad940604771261 날짜 : 2015-08-27 15:18 조회 : 11447 본문+댓글추천 : 13
8월 초순 아버지와 약속한 밤낚을 위해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청도로 출발한다.
오후부터 꾸물대던 날씨가 5시를 넘어가자 장대비가 내리고, 대구청도간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자 청도 인근에서 비가 그친다.
"그럼... 그렇지... 역시 하늘은 내편" 기뻐하면서 엄니 집에 들이 닥쳐 창고로 향하는데.
엄니 왈 "밥 해놨다 묵고가라...." 비바람이 여기까지 들이치면 안되는데... 불안한 안색을 내비치자...
"나이 40줄에 들어가는 넘이 아직 애들처럼... 애이 이눔아" 하시니 어쩌지 못하고 들어가서 저녁식사를 기다린다.
아버지 왈 "여자들은 낚시꾼 맘을 모른다."
엄니 왈 "영감. 니는 밥 안무도 된다. 내 새끼만 묵으만 된다." 하신다.
다들 한바탕 웃고 밥 먹고 저수지로 출발....ㅎ
어머님의 절묘한 시간차 공격에 섶다리, 의자, 파라솔 펴자마자 소나기가 파라솔을 때리기 시작한다.
바람까지 불어서 아버지랑 꼼짝 없이 의자에 신벗고 올라가서 파라솔 붙잡고 대기상태... 눈이 마주치자 같이 한번 슥~~~ 웃고.
한 30분 지나 바람이 좀 잠잠해져서 물기 딱고 대편성 시작...
더위를 씻어주는 시원한 소나기에 짧은대 19, 17, 15 3대를 전방 땟장에 붙이고, 28대 한대를 좌측 버드나무 아래로 갓낚시 세팅.
40, 44, 38 3대를 물골 전방 버드나무 앞으로 바짝 붙여서 세팅 끝.
아버지는 3걸음 떨어진 거리에 24대 외바늘 쌍포 거치하시고 낚시를 시작하신다.
내가 항상 다대 편성에... 움직임과 소음, 그리고 캡라이트 사용이 너무 빈번하다며 맨날 타박하시는 아버지가 오늘은 별말 없으시다.
떡밥 밤알 크기로 달아서 10분 동안 3번 헛챔질로 간단히 집어하신 아버지는 옥수수 1알을 달아 던지시고... 지긋이 찌를 응시하신다.
"권아... 태오는 잘 크제?" 아버님 한마디에 내가 웃으며... "아부지. 대구로 직장 옮기고 매주 찾아 뵙잖아요." 하고 식~~ 웃자.
"매일 봐도 새롭고 신기해가 안카나..." 한마디 하신다.
한참 침묵이 흐르고 전방 40대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다 자빠진다. "쒝... 첨벙... 철퍼덕" 잘생긴 계곡지 9치 길쭉이 황금붕어...
날렵하다. 배스터 뚱띵이 들과는 비교불가의 몸매와 손맛이다.
싱긋이 웃으며 아부지 왈 "니... 낚시 쪼매 늘었내." 웃으며 나도 한마디 "철 들고 나서부터는 아부지 보다 제가 좀... ㅋㅋ"
다 같이 한번 웃고 다시 정적.... 우박 같은 폭우에 잎사귀 뒤에 숨었던 모기들 마져 물폭탄에 거의 전멸한 듯 한마리도 없고.
비온 후 시원함과... 저기압 영향으로 푸근한 기온이 어우러져 그냥 이불 덮지 않고 낚시 의자에서 숙면할 수 있을 만끔 여건이 좋다.
40대 찌가 이번엔 물속으로 사라지면서 "쒝... 첨벙... 첨벙..." 또 9치...
아버지 허허 웃으시며 " 그래도 한계는 있네... " 하신다.
30분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어가시면서 "내가 산천에 묻힐 날이 가까워지니까 손주가 그래 귀하고 살갑은 모냥이다." 한마디 하신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무렇지 않은 듯 28대로 7치 한마리, 19대로 8치 한마리 끌어낸다.
아버지 왈 "니... 참 용하네... 많이 늘었네... " 이건 진심이다. 한마디 하신다. ㅋ
한 20분 지나서 아버지 또 이야기를 이어가시며 "인생이 원래 목적없는 여행 비슷한거다." "남기는 거라고는 자식밖에 없다."
"자아 실현이내 뭐내 그럴듯한 다른 말로 포장하지만은... 자아가 있어야 실현하지... 다 착각이고 고집이고 편견이다."
"살면서 인간으로 양심에 거스르지 않고 순간순간 진실하게 사는거 그거 밖에 없다. 그게 젤 중요하다."
"그거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생기면 그 때부터... 와 저카노? 라는 소리를 남들한테 듣게 되는기다... 롯데처럼..."
이번에는 다짐을 받아야 겠다는 듣이 "알겠나?" 하신다. "넵" 하고 신속히 대답하자...
아부지 왈 "인간으로 양심을 거스르지 않고 살겠다는 넘이 아부지 한마리도 몬잡는데 지 혼자 5마리 잡고 실실거리나?" 하신다.
다 같이 빵 터져서 한번 웃고... "아부지 자리 바꿀까예?" 여쭈니...
" 매롱... 됐다... 좀 있으나 내처럼 나이 묵은 노인 붕어들 일로 나오기로 했다." 하신다. ㅋㅋ 12시 넘어가자 나는 퍼져자고...
아침에 눈을 뜨자 아부지 살림망에 탱글탱글한 넘으로 20마리 넘게 들어 있다.
"헉.... 이렇게나 많이? 나도 깨우지... 아따 아부지 인심 사납네" 한마디 던지니...
아버지 왈 "일이 힘들고 어렵나? 와 글케 피곤하노? 젊은 늠이" 하신다.
염려하는 눈 빛에 송구스러워... "어제 잠을 못자서 그래용..." 한마디 하면서 대 접고... 붕순이들 돌려 보낸다.
"젊을 때는 저 순진한 아들을 와 그리 악착 같이 잡아가 끼리 묵고 했는지 모르겠다."
"놔 주니 좋다카미 가네..." 한마디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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