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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빈자리

아부지와함께 IP : b99a86b45f1c2ce 날짜 : 2018-10-19 17:12 조회 : 1551 본문+댓글추천 : 0

1. 네가 떠난 그 날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니 너의 다정한 인사 대신 휑한 바람만 나를 반긴다.
반쯤 열린 네 방문을 닫다가 갑자기 울컥하여 바로 문을 닫아 버렸다.
널 데려다주고 칠곡 지나왔다는 네 엄마의 전화를 받고는 혼자 밥상을 마주한다.
쓸쓸한 밥상은 씁쓸한 입맛으로 혀끝에 머무른다.
네가 입대하는 곳까지 따라가지 못한 것이 금방 후회가 되었다.
일이 바쁘다는 것은 두 번째 핑계였고, 실상은 약한 애비의 모습을 보여줄까
두려웠던 것이 더 큰 이유였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2. 그 이튿날

일이 바빠 늦어진다는 네 엄마의 전화를 받고
또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매번 명절 전에 선물 받는 LA갈비를 구워 술 한잔 곁들인다.
네가 참 맛있게 먹었는데……
너와 도란도란 얘기하며 하루의 피로를 씻고 도타운 부자지간의 정을 쌓았는데……
아! ㅆㅂ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구나.
너와 같이 먹던 그 맛이 아니었고 질기기는 왜 또 그렇게 질긴지,
쏘주 한 병을 마셨는데도 별로 취하질 않더구나.


3. 셋째 날

네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보다 네 엄마의 허전함이 더 크리라 생각하면서
애써 태연한 척 네 얘기를 하며 술 한잔 곁들였다.
잠자리에 들면서 네 엄마에게 나지막이 얘기했다.
"앞으로 10년쯤 뒤라 생각하자. 지금 그 예행연습이라 여기자."


4. 넷째 날

모임이 있어 친구들과 한참 떠들며 술 한잔하고 있는데 네 엄마의 문자가 왔다.
'아무도 없는 집에 가기 싫다.'(중략) '
그리고 아빠는 욜켸 보냈다.
'이틀 동안 나는 혼자 술만 빨았다. ㅠ ㅠ '
모임 끝내고 바로 집으로 가려는데 커피 한잔하자며 붙든다.
(이런, 마누라가 눈 빠지게 기다리는데……)


5. 다섯째 날 설날 연휴 시작

나흘 동안 큰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비는 시간, 집안 대청소를 했다.
큰방,거실,부엌 창고,네 방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욕심이겠지.
애착이라기보다 집착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제부터는 하나씩 버리자고 네 엄마에게 얘기했다.
버리면 아쉽지만 채워지는 것은 아마 가벼움 속의 풍요이리라.
네가 떠난 빈자리의 아쉬움은 엄마 아빠가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 OO!

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족의 소중함이리라.
누구나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마음이지.
그리고 강인함을 배운다.
이것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해야만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군대는 시간의 허비가 아닌
강해질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다.
훈련이 시작되면 체력보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강인해지기 위한 단련이라 생각하며 이겨내는 장한 아들이 되길 바란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이만 줄인다.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 내 아들 OO!

2017년2월5일 아부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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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아부지와함께 18-10-19 17:13 IP : b99a86b45f1c2ce
내일 아들넘이 제대합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2년이 금방 지나가 버리네요.

현재 군 복무 중인 우리 아들 같은 장병들의 무운을 빌며,
모든 부모님께도 응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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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복이굿™ 18-10-19 17:16 IP : 90449a5f4ab05c8
선배님 오랫만에 오셨네요
아드님 군대 갔나 보네요
잘하고 올겁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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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복이굿™ 18-10-19 17:17 IP : 90449a5f4ab05c8
아 2017년에 쓰신글이시네요
제가 끝까지 못봤네요ㅜ
맛있는거 많이 사주시고 그간 못다한 대화
많이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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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18-10-19 17:18 IP : 38138d1c5e02304
벌씨러요?
중학생때의 모습만 기억했다가 얼마전에 보고는
깜짝 놀랬었지요
얼음이 어는 시기만 다가오면 선배님과 현우 생각이 납니다
낚시는 잘 못하지만 정이 넘치던 그 부자가,,,,,,,ㅎㅎ,
바다 다녀오는길에 연통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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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붕애 18-10-19 17:29 IP : be063958dbdfbf6
입대전보다 훨씬 더 멋있고, 성숙한 모습으로 내일 전역 신고할 것입니다.

맛 있는거 많이 사주세요.

장기 복무 제대 군인으로써 축하 드립니다.

가까운곳에 계시는거 같은데, 인연이 닿으면 곡차 한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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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18-10-19 17:30 IP : ba8eb6761cf1012
선배님 말고,
현우가 보고 싶네요.

물가에서 만날 때,
현우 한 시간만 빌려주세요.
도란도란 얘기 좀 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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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시켜알바 18-10-19 17:32 IP : f0bd8fdd8c94b2e
내일이 ...

올까요??@@@@@




오늘은 엄청 긴 밤이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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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실뭉실 18-10-19 17:41 IP : 6f66fcac88bae71
아~~띠! 모예요?
군대간 아들 보고싶자너요ㅠ.ㅠ
담달에 휴가 나온다니까
무지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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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못하는붕어 18-10-19 17:56 IP : 963bff21e46e01d
군대 간 아들
몸 건강하게 제대 할 날만 기다리는 아버지 심정..
1년전 내 모습과 비슷하네요..
제대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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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사랑 18-10-19 18:04 IP : 403c358a549a658
아들 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내일은 아드님과 같이 한우로 맛있게 드시면서 부자간에 못다한 이야기 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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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빠 18-10-19 18:13 IP : ea0b939571db719
아드님 의 재대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주 멋진 청년일거이라
생각이듭니다 저는 이제 아들이 10살인데
언제키워서 언제 군대 보내나요? ㅎㅎ
낼 저녁은 정말 행복한 밤이될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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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 18-10-19 18:43 IP : 845da0b69ebe032
이제 다시 아드님이 돈 먹는 하마가 될 겁니다.
말뚝 박지 제대는 왜 해가지고... 이 생각이 간절하실 겁니다.ㅋㅋ

아드님 건강하게 전역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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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라이클립스 18-10-19 19:28 IP : 6a2c8168a986653
아들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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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와춤을 18-10-19 20:29 IP : 1a0bd8d400e6bd1
선배님 든든한 아들이 대견스러우시죠

얼겨울 얼음판에 델꼬 오십시오

그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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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토종붕어 18-10-20 07:51 IP : 108f056e78073c2
아들 군대에 보낸심정 동감하고 제대를 축하합니다.
제아들도 작년에 입대하여 강원도에서 수색대 근무중인데 아들이 보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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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와함께 18-10-20 10:00 IP : b99a86b45f1c2ce
♡복이굿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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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시켜알바님,
♡뭉실뭉실님,
♡수영못하는붕어님,
♡수초사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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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라이클립스님,
♡붕어와춤을님,
♡GM토종붕어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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