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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때 남은 음식도 곧곧에 짱 박혀 있는데다
어머니 생신까지 겹치다 보니..
정월 대보름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건 달집 태우기 입니다.
운동장 이라고 부르기도 옹색한 마을 가운데 공터.
장작에 생솔가지에 짚더미 등으로
어린 눈엔 산만큼 높은 언덕을 만들어
불을 지폈지요.
어른들은 불가에서
삶은 돼지 고기에 막걸리를 드셨고
코흘리개 철부지들은 깡통 돌리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어느 해 정월 대보름
"야들아 여 와서 쉬해서 불 좀 꺼라"
"고추 누가 제일 큰 지 보자."
잔불을 쉬로 끄는건 매년 달집 태우기의 마지막 행사였습니다.
그 다음날 부터 동네에 난리가 났습니다.
우연인지 장난인지 누군가가 달집 안에다 옻나무를 넣었고
그 여파로 내성이 없는 온 동네 사람들이
옻에 걸렸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오크" 무리가 된 것입니다.
쉬한 우리들 고추인들 남아 날리 있겟습니까?
잔불 끄며 쉬야를 하면서 그 증기까지 쐬였으니..
순식간에 애기 고추가 어른 고추가 되 버렸습니다.
그것도 엠보싱 처리가 된 상태로.
아마 그 모양 그대로 지금 가지고 있다면
칭찬 받는 남편으로 군림 했을것 같습니다.
옻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얼굴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다녔던
그때 그 정월 대보름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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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재미나는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놀았는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