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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정확하게 적어야 할 글이 있었습니다.
길게 쓴 후 오타는 없는지 살피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와 장난을 치면서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아이 참... 아빠가 중요한 일 한다고 그랬잖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장난을 멈추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쓰던 걸 마무리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고 돌아보니 짧은 순간이 지났을
뿐인데 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
놀라서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내어 부르니
소파와 에어컨 틈새에서 아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저를 바라봅니다.
"왜 거기에 들어갔어?"
다가가 아들을 품에 안으며 토닥였습니다.
그제서야 아들은 커다란 눈망울을 제게 돌리고는
아빠의 표정을 이모저모 살핍니다.
"아빠가 화 난 것 같아서 그랬어."
곧 33개월이 되는 아들의 대답에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속 어딘가가 찡 하고 아린 기분이
듭니다.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잠시나마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화 났다.'라고 느끼게 했나
싶어 자책을 했습니다.
지워지면 다시 쓰면 되는 일이고
쓸 수 없으면 나중에 써도 될 일을 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든 상대가 그리 느끼면
그건 그렇게 느끼게끔 행동한 게 맞습니다.
더군다나 어른도 아닌 아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빠인 저의 책임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저는 모자람 투성이
아빠인데 그런 아빠의 감정도 살피는 아들이
참 고마우면서도 이제 아들이 많이 자랐고
사람의 감정을 살필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제 감정의 선을 쉽게 드러내면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릇된 행동은 따끔하게 야단칠 때도 있어야겠고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같은 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치는 것은 엄한 어조로 막아서기도
해야겠지만
적어도 아빠를 그렇게나 좋아하고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에게 제 자신의
스쳐지나는 감정을 드러내어 아빠 눈치를
보게 해서야 어디 친구같은 아빠란 수식어가
어울리기나 하겠습니까...
어제는 짪은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 하나에
제법 깊은 반성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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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수 없으면 나중에 써도 될걸
나도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아이가 너무 이쁘네요
20년전
마나님 아들 딸들과 낚시를가서
아이가 떠들걸래 조용히 하라고
한 한마디가 지금도 후회되네요
그다음부터 아들은 절대로 나랑 낚시 안갑니다
지금은 내가 아들과 낚시다니고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