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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황금빛잉어 IP : 10c312f29774298 날짜 : 2018-01-20 10:33 조회 : 2501 본문+댓글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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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정확하게 적어야 할 글이 있었습니다.
길게 쓴 후 오타는 없는지 살피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와 장난을 치면서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아이 참... 아빠가 중요한 일 한다고 그랬잖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장난을 멈추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쓰던 걸 마무리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고 돌아보니 짧은 순간이 지났을
뿐인데 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

놀라서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내어 부르니
소파와 에어컨 틈새에서 아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저를 바라봅니다.

"왜 거기에 들어갔어?"

다가가 아들을 품에 안으며 토닥였습니다.
그제서야 아들은 커다란 눈망울을 제게 돌리고는
아빠의 표정을 이모저모 살핍니다.

"아빠가 화 난 것 같아서 그랬어."

곧 33개월이 되는 아들의 대답에 순간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속 어딘가가 찡 하고 아린 기분이
듭니다. 뭐가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잠시나마
어린 아이에게 '아빠가 화 났다.'라고 느끼게 했나
싶어 자책을 했습니다.

지워지면 다시 쓰면 되는 일이고
쓸 수 없으면 나중에 써도 될 일을 말입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든 상대가 그리 느끼면
그건 그렇게 느끼게끔 행동한 게 맞습니다.
더군다나 어른도 아닌 아이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빠인 저의 책임입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저는 모자람 투성이
아빠인데 그런 아빠의 감정도 살피는 아들이
참 고마우면서도 이제 아들이 많이 자랐고
사람의 감정을 살필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니
제 감정의 선을 쉽게 드러내면 안되겠다 싶어
스스로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그릇된 행동은 따끔하게 야단칠 때도 있어야겠고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같은 아이가
위험한 장난을 치는 것은 엄한 어조로 막아서기도
해야겠지만

적어도 아빠를 그렇게나 좋아하고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에게 제 자신의
스쳐지나는 감정을 드러내어 아빠 눈치를
보게 해서야 어디 친구같은 아빠란 수식어가
어울리기나 하겠습니까...

어제는 짪은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 하나에
제법 깊은 반성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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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명품짱2 18-01-20 11:04 IP : 2bd8d28f33b6426
지워지면 다시 쓰면 되는 일이고 
쓸 수 없으면 나중에 써도 될걸
나도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아이가 너무 이쁘네요

20년전
마나님 아들 딸들과 낚시를가서
아이가 떠들걸래 조용히 하라고
한 한마디가 지금도 후회되네요

그다음부터 아들은 절대로 나랑 낚시 안갑니다
지금은 내가 아들과 낚시다니고싶은데 ...
추천 0

2등! 붕어가뭐길래 18-01-20 11:20 IP : dc027e28f4ae489
명품짱님 댓글이 뭔가 짠하네요..
추천 0

3등! 다현아빠 18-01-20 11:23 IP : 4e7f3a0a68d89a3
아빠가 넘치게 사랑 하고 있다는걸 아들은 알겁니다

많이 안아 주세요

아빠와 스킨십 많이한 녀석은 사춘기도 수월하게 넘긴다고 합니다.....
추천 0

漁水仙 18-01-20 12:39 IP : 12a12f197275c36
좋은 감성으로 키우시니 나중에 다정하고
좋은 성품이 될거라 믿습니다
추천 0

태공브이 18-01-20 12:42 IP : ea0a6777d089b62
아빠로써 많은걸 그끼게 해준 글이네요

저 또한 돌아보게 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하세요
추천 0

송애 18-01-20 13:04 IP : f5640f15a7ea98c
글 참 잘 쓰셨네요.
이렇게 자기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들 하지요.^*^
추천 0

retaxi 18-01-20 13:19 IP : 169ff3eaf6500c7
엄지`척 !!
추천 0

황금빛잉어 18-01-20 13:41 IP : f7daf37f8c3b805
명품짱2님 / 아마 아드님도 함께 하고 싶지만
말씀드리기 어려운 게 아닐까요... 선배님처럼 마음
넓은 분을 아드님이 몰라줄 리도 없을 것 같고요.

붕어가뭐길래님 / 저도 명품짱 선배님 댓글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현아빠님 / 좋은 말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바로 지금 더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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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잉어 18-01-20 13:49 IP : 29fd32c0643ba0c
漁水仙님 /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요.
그저 부모에게 하고픈 말 털어놓을 수 있고 가족과
정답게 지내는 건강한 사람이 되면 참 좋겠습니다.
선배님 곧 또 추위가 온다는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태공브이님 / 옙, 감사합니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애님 /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아들에게 미안해서
뭔가 다짐하는 계기로 쓴 글입니다. 선배님 말씀처럼
제가 아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하하하

retaxi님 / 선배님 엄지말고 새끼손가락 주세요~
다음에 물가에서 뵙게 되면 제가 사진 찍어드릴게요.
약속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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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행복 18-01-20 15:36 IP : a0d819de5a6168c
좋은 아버지입니다.
아이의감정을 읽어내는것은 그만큼 같은시간을 많이 가지고있는것입니다.
孔子曰: 여자와 아이는 가까이하면 버릇이 없어지고, 멀리하면 원이남는다했습니다.
중심에서서 살피는것이 어렵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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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돈의외대일침 18-01-20 16:40 IP : 23cfb8b9787af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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