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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길치라 내비 두 대도 도움이 안 된다.
초행길을 더듬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호호백발 할머니.
할머니, 여기 저수지가...
서쪽 산길을 가리키는 할머니의 손가락을 보며 짐작한다.
묵음수행 중이시군...
차를 돌리며 룸미러를 본다.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다.
희미하게 웃는듯하다.
뭐지?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이 불길함은.
사각형 계곡지.
제방에 차를 대고 비틀비틀 비탈길을 내려가 본다.
바글대는 새우와 참붕어.
채집망을 던지다 얼핏 제방을 본다.
일곱 살쯤 사내아이가 이쪽을 보고 있다.
안녕~.
말없이 고개만 까닥이는 사내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묵음수행 중이군...
제방 끝에 발판을 설치한다.
90도 좌측, 수심 80센티 지점에 46ㆍ36대를 깐다.
우측, 수심 85센티 지점에 48ㆍ38대를 깐다.
새우와 참붕어로 갓낚시를 할 요량이다.
나머지 32ㆍ26ㆍ28ㆍ34. 네 대는 얼쉰채비에 옥수수를 단다.
서산에 해가 걸리자 바람이 잠들기 시작한다.
찌불을 밝히자 기다렸다는 듯 밤이 찾아온다.
좌측 46대 찌불이 깜박인다.
반쯤 누워있던 몸을 세우고 담배를 문다.
다 피우기 전에 찌가 솟는다, 라고 주문을 건다.
느릿느릿 무겁게 솟는 찌불.
챔질을 하고 손맛을 느끼고 담배를 끄고 뜰채를 든다.
34센티. 흑금색 비늘이 멋지다.
옥수수 한 알을 입에 넣어주고 살림망에 담는다.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다.
빈속이지만 허기를 느끼지 않는다.
복숭아 한입에 소주 한 잔.
겨우 네 잔째 취기를 느낀다.
큰딸 생각을 한다.
정화가 진지하게 물어왔다.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아닐까, 궁금할 때가 있어요.
아빠는 자기를 유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글쎄... 썩 자신 없어. 아닌 것 같아.
아빠는 어떤 방법으로 자기검증을 해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있어.
모든 사람이 나와 동류라면 이 세상은 어떨까, 상상해보는 거지.
그러면 답이 나와.
아빠의 경우.
세상은 아마 낄낄 장난판이 될 거고,
엄숙한 자들은 어린애 취급을 당할 거고,
끼어들기나 신호위반, 트로트는 사라질 테지만,
돈벌이에 재능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모바일 게임은 사양산업이 될 거고,
모든 사람이 삼 일 일하고 사 일 낚시할 거고,
모든 것에 대해 과잉으로 연민할 거고,
그러면서 치 떨릴 만치 냉정할 거고...
이게 과연 좋은 세상이야?
좋은 세상일 리 없지.
그래서 아빠 같은 사람은 소수여야만 해.
정화는 어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우측, 참붕어 미끼를 단 38대가 심상찮다.
꼬물대던 찌불이 무겁게 한 마디 상승한다.
담배를 문다.
다 피우기 전에 찌가 옆으로 잠긴다.
챔질.
앙탈 없는 몸맛만 느껴진다.
올리고 보니 4짜다.
역시 40대보다 30대가 팔팔하군.
옥수수 한 알을 입에 넣어주고 살림망에 넣는다.
불현듯 암흑.
초승달이 구름 속에 숨자 잠들었던 바람이 기지개를 한다.
춥다라고 느끼는 순간,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등 뒤, 누군가 있다는 예감이 든다.
예감은 점점 확신으로 변한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 생각한다.
어쩔 것인가. 모른 체할 것인가, 돌아볼 것인가.
앞을 본채 의자 옆에 있던 단절 수초제거기를 손에 쥔다.
획! 고개를 돌리고 등 뒤를 본다.
없다.
착각이었나, 생각하며 제방을 보는 순간 온몸이 굳는다.
희미한 실루엣으로 사내아이가 서 있다.
안녕, 이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한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고 담배를 문다.
이 담배가 다 타면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보자.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안녕, 이라고 인사하자.
그냥 꼬마일 뿐이야. 유치한 상상일 뿐이야.
담배를 끄고 험! 헛기침하며 일어서서 돌아선다.
헉 ! @@'' 아 띠바...
이젠 둘이다 !
초승달이 아직 구름 속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암흑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 !
꼬마와 할머니가 서 있다.
찰나의 순간에 잔머리를 굴린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의자 뒤에 놓인 보조가방에서 난로를 꺼낸다.
자리로 돌아와 앉아 난로를 딸깍거리며 주문을 왼다.
나는 아무것도 못 봤다. 안 봤다... ㅡ,.ㅡ''
이윽고 초승달이 구름을 벗어났다.
소주를 한 모금 들이키자 용솟음치는 용기 !
띠바 ! 나 피러얏 ! ㅡ;:ㅡ''
수초제거기를 들고 해드렌턴을 키고 확 ! 돌아선다.
띠바 ! 이젠 셋이닷 ! ㅜ.ㅠ''
꼬마 옆에 호호백발 할머니 옆에 중년의 여자.
온몸이 굳어져 움직일 수가 없다.
멍하니, 여자가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여자가 다가올수록 커지는 공포.
따다닥, 이빨이 부딪히고 덜덜, 온몸이 떨려온다.
여자가 세 발짝 앞에 멈추어 선다.
손에 든 수초제거기를 들 수가 없다.
여자가 희미하게 웃기 시작한다.
어디를 보는지 모를 초점 없는 시선.
여자가 고개를 돌려 제방을 본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가 서서히 입을 연다.
띠바 ! 핏빛 입술 봐라... ㅜ.ㅠ''
청소비 하루에 3,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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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거 허덜 말구,,,
병생긴줄 알거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