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isode 1
아주 오래전,
처가 식구들과 야외 나들이를 하는 날.
시골 명소 어떤 곳의 초입이 병목현상으로 꽉 막힙니다.
동서들은 거리낌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중앙선 침략과 끼어들기 신공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ㅡ 자기도 들어가요.
ㅡ 무슨 말이야?
ㅡ 다들 끼어드는데, 우리도 가요.
ㅡ 나는 못한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한다.
ㅡ 그럼 애들하고 내려서 걸어갈래.
ㅡ 그래라. 나는 주차하고 갈게.
ㅡ 자기 참 00 같애.
ㅡ 뭐시라?
ㅡ 아 아니에요~.
30분 후, 일행과 합류합니다.
다들 저를 덥다는 듯 쳐다봅니다.
# episode 2
엘리베이트 안.
뒤에서 큰소리로 통화 중인 중년 남자.
힐긋 돌아보니, 면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습니다.
ㅡ 사장님. 밀폐공간에서는 마스크 좀 하시지요.
통화 중이던 남자, 잠깐 멈칫하더니,
그래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통화를 계속합니다.
다시 말하려는데, 안해가 손을 꼭 잡습니다.
그래... 알았다.
띵똥 ! 20층입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입니다.
ㅡ 들어가세요.
현관문 앞에서 아내가 묻습니다.
ㅡ 궁금한 게 있어요.
ㅡ 뭐고?
ㅡ 왜 마지막 멘트가 마스크 대신 인사였어?
ㅡ 마스크는 이미 말했고, 인사는 다른 문제고.
ㅡ 자기를 이해할 수 없어.
ㅡ 마음에 안 든다고, 화난다고 화투판을 깨야 해?
ㅡ 그럴 수도 있지.
ㅡ 화는 화고, 판은 계속 돌려야 해. 다른 문제야.
ㅡ 자기는 진짜 00 같애.
ㅡ 뭐시라?
ㅡ 아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든다고 패를 던질 수는 없다.
화가 치민다고 밑장까지 까발릴 순 없다.
이것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다. 아주 작은 세론이다.
나는 천박한 나를 마주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 episode 3
안해와 술을 마시다 물어봤다.
술에 취하면 솔직해지는 게 안해의 약점이다.
ㅡ 당신, 저 위에 00이 머고?
ㅡ ...
ㅡ 괜찮다. 말해봐라.
ㅡ ...
ㅡ 아, 오빠야 모르나? 이 바다 가튼 가슴 !
ㅡ ...
ㅡ 00이 대쪽이가 개조ㅈ이가?
ㅡ ...
ㅡ 지금 이 초식은 묵비권이가?
ㅡ 어... 말 못 해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ㅡ 비... 비겁한 여자얏 ! ㅡ;:ㅡ"
ㅡ 밑장을 깔 순 없어요. 판을 깨면 안 되거등 !
# monologue
00이 도대체 뭐였을까...
대쪽?
개조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