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식물성이었다.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웠으며, 늘 수동적이었다.
딸 하나와 아내와 A는 늘 조용했고 평화로웠다.
(A가 말을 심하게 더듬어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세상은 A를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불렀고,
나도 동의했다.
A와 술을 마셨고, A가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아시다시피나는지극한학구파라이런문화를모른다)
웬 여자분들이 들어 오셔서 바짝 긴장을 하며,
A에게 무슨 일이냐고 어리둥절 눈으로 묻는데,
세상에 !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목도한다.
식물성 A는 어디로 사라지고, 활활 하이에나 한 마리 !
A의 이글이글 충혈된 눈빛을 보며 나는 혼란에 빠진다.
뭐야저거슨전투를앞둔돌격대눈빛이자나 !
A가 B의 팬티를 찢고, 당황한 나는 C에게 사과를 한다.
미미안합니다저사람이미쳤나봐요말려볼까요?
C가 붉은 입술을 비틀며 웃기 시작했다.
저사장님원래그래요오빠도내꺼찢어볼래요?
C에게 오만 원을 팁으로 주고, 나는그만가겠습니다,
라는 내 말을 C가 씹는다.
씨ㅂ선비오빠고자지?
노래방에서 나오며 생각했다.
A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상대가 여자일 것이다.
여자 앞에서는 땀부터 날 것이고 온몸이 떨릴 것이다.
여자가 맘에 들어도 진심을 토로하지 못했을 것이다.
A에게 여자란 존재는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일 것이다.
도저히, 말이다.
방금 그 모습은 여자에 대한 A의 살풀이, 복수일 것이다.
봐 ! 나도 여자를 내 맘대로 범할 수 있어 !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삐뚤어진 욕망은,
A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속성일 것이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하지 마시라. 찾아보면 있을 걸?)
세상은 그런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기적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절실이 누군가에게는 권태일 것이다.
내가 맘만 먹으면 가질 수 있는 여자란 존재가
A에게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불가침 영역이듯이,
내가 맘만 먹으면 취할 수 있는 4짜가
루피에게는 또 신화 속의 존재 아니겠는가.
갑자기 간질간질 솔직해지고 싶어서 고백해버리는데,
나도 사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불타는 욕망이 있다.
당신들께는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고향과 부모님과, 그곳과 그들을 향한 애틋함이 그것이다.
냉혈한인 나는 없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보면 운다.
속으로.
엉엉..
밥퍼서 교정할 틈이 없음.
틀린 부분 있더라도 양해 바람.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