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학교를 졸업하고 할일없이 빈둥빈둥대던
1990년도 어느늦여름에 겪은일을
몇자적어봅니다
몇년전 울산으로 돈벌러간 둘째형이 연락이왔습니다
형은 건축일을했는데 일명 "오야지"라부르는
나름오랜경력과 기술은 인정받았던거
같네요
요즘 일할사람이 귀하다며 놀지말고
돈이나벌라는 형에말에 내심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돈두없구 갈때도 없던시절이었죠
형은 자기집옆에 내가묵을숙소를
다세대주택에 방하나만있는곳에 얻어주었죠
전부1층집으로 옛날하숙집같은곳이었습니다
그집에는 대여섯가구가 살고있던것으로
기억됩니다
화장실도 공용이고 수돗가도공용 ;;
불편함도있었지만 세들어사는분들이
정두많고 인간미풀풀나던시절이었습니다
집주위에는 아직도 옛날집이많았고 무당집도
몆군데있었습니다
그렇게 무더운여름이 지나고 밤에는 제법쌀쌀한 9월초어느밤이었습니다
그날도 더위와 일에지쳐 일찍이잠이들었는데
"가위"라는걸 처음경험했습니다
느낌이안좋은 꿈을꾸고 일어나려고했지만
몸이말을듣지않더군요
분명 꿈은아니고 정신이멀쩡한데도
손가락하나 필수없었습니다
식은땀줄줄흐르며 "손가락하나라도펴보자"
"이러다 죽는거구나"
겁두나구 답답함에 미치겠더라구요
순간 감겨진내눈에 보이는것이 있었습니다
어릴적 집근처에 천(어렸을땐 어른들도 또랑이라고 불렀습니다)이있었는데
해마다 비가오거나 장마때면 물고기잡으려구
친구들끼리 족대도없이 어머니쓰시던
소쿠리로 미꾸라지 붕어 새끼장어도
잡았던곳이었습니다
나는분명 깨어있지만 감긴내눈에는
이른아침 물안개가 짙은 그또랑길을
혼자걷고있었습니다
별의별생각이 다들었습니다 ㅎㅎ
"이길이 저승길인가? 안돼!!깨어나야돼"
하지만 부단한노력에도
내몸은 움직이질않았고
머리와 이마 얼굴 아니 온몸전체에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꼈습니다
그순간에도 감긴내눈앞에는
음산한 안개낀 또랑길을 걷고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방울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방울소리가 울리는곳을 빠른눈놀림으로
찾았습니다
그곳은 또랑건너편이었고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셨는지
"상여"나가는것을 멍하게 바라밨습니다
상여 맨앞에계신분이 방울을흔들며
무언가를 말하면
뒤에있던 관을맨분들이 복창하는거
같았습니다
순간 극심한공포속에 눈을뜨려고
몸을움직이려 노력했습니다
저관속에는 동네어르신이아닌
바로 나일수도 있겠다란
생각에 나의심장소리가 천둥치는것처럼
느껴집니다
바로그때 상여맨앞에 어르신이 (거리가멀어서
누군가는 모르겠지만 나를잘아는분같았네요)
저를 쳐다봅니다
잘들리지도않고 알수없는말을 하시더니
인내 쯧쯧하며 혀를찹니다
또랑건너편 100미터는될거리에서
쯧쯧하며 혀를차는데 얼마나크게들리던지요
그러면서 큰소리로 저에게
"어서 소리를질러 이눔아" 하시더군요
그때쯤이었나 어디서 개짓는소리가
점점크게들려왔습니다
무언가 크게잘못되고있다라고 생각이들었고
나는그때부터 죽을힘을다해 몸을움직이려
노력했고 정신을바짝차리고 손가락을
하나씩 펴기시작했습니다
손가락하나펴는데 꽤많은시간이 흘러간것같습니다
그렇게 살아야된다는 일념하나로
내몸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눈이떠졌으나
아직 상체를 일으킬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개짓는소리는 계속들렸습니다
내가 세들어사는방에는 조금한 창문이하나
있었는데 창문너머로 옆집이있었고
그집에는 마당에 개를키웠었습니다
(형도 그때당시엔 그집에 세들어살았었습니다)
그날은 달이꽤나 밝아서
창문으로돌어온 달이 내방안을
은은히비쳐주었습니다
내머리위에 창문이있었고 나는 인기척을
느꼈고 달빛에비추어진 그림자형태도
보았으며 옷감(한복)스치는 소리도들었습니다
"창문쪽에 누군가있구나"란 생각이들었고
힘들게 내몸을일으켜 고개를돌려 창문쪽을
쳐다보았습니다
내가본것은 저승사자 였습니다
검정한복을입고 갓을쓰고 짙게 화장을하고
(예전 전설의고향에 등장하던 저승사자와
똑같습니다)
나는 관심에도없는지 개가짓는 창문넘어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키는 아주옛날사람처럼 작았습니다
140 조금넘어보이는키였지만
체격이 좋았습니다
이윽고 창문밖을내다보던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려는그때 ...
생각이들었습니다
"크게소리질러 이눔아"
저는 목청껏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승사자는 내모습을보고 한번더 창문밖을
보더니 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저는 귀신을본적이 있습니다
저승사자도 보았습니다
이제 무서울게 없습니다(사실 째끔은 무섭습니다)
얼마전 산속소류지 독조하며 새벽 정체모를
짐승이내려와 물먹는소리가 들릴정도에
거리에있었어도 째끔밖에 안쫄았습니다;;
세상에 무서운건 사람입니다...
![47bb95a4-8e97-41c4-9f07-2d0888bd7b60.jpg](https://cdn.wolchuck.co.kr/data/thumb/freebd/250px_thumb_47bb95a4-8e97-41c4-9f07-2d0888bd7b6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