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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친구들처럼 맛있는 것도 사 먹으러 가고
대학생이 돼서 입을 예쁜 옷도 사고 싶어서요.
그렇게 동네 슈퍼마켓에서 한 달 꼬박 일한 돈은 오십만원 남짓.
그래도 월급을 받아들고 집에 오는 길에 뭐부터 할까
기쁜 마음에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집에 오니 다섯 살 터울이 나지만
저보다 키는 훨씬 더 커버린 동생이 그 추운 한겨울에
제가 입던, 소매가 자기한텐 훨씬 짧은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집에 들어오더라구요.
그 길로 동생과 엄마와 함께 브랜드 매장에 동생 패딩 점퍼를 사러 나갔습니다.
요즘 브랜드는 가격도 참 비싸데요.
제 한 달 월급의 절반이 넘는 가격의 패딩들...
동생은 나는 이거면 됐다며 세일코너에서 옷을 골라들었습니다.
그 때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아 엄마아빠도 이런 기분이셨을까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하단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그 때부터 전 아르바이트로 방학을 꼬박 보내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소개가 좀 늦었지요?
아부지와함께 님의 딸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많은 분들의 댓글과 격려
감사히 잘 읽어 보았습니다.
한 분 한 분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고
감사하단 말씀 이렇게 늦게 드려서 죄송해요.
사실 그 동안 용기가 안 났더랬어요.
부끄럽지만 전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만큼 그렇게 착하고 기특한 애가 아니라서요.
학기 중엔 학점 관리하고 장학금을 받고, 방학이 되면 그 시작과 동시에 하는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등록금에 보태고
훗날의 취업을 위해서 토익 교재를 사서 틈틈히 공부하고
동생은 저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갔으면 싶어서 학원비를 내주고...
그런데요 이렇게 쉬지 않고 달려오니깐..
참 너무 지치더라고요.
저도 좀 쉬고 싶고 놀러도 다니고 싶은데.
집안 사정 뻔히 알면서도 괜히 투정도 부려보고 철없이 부모님 원망도 해보고...
공장 이모님께 일을 잘 못 한다고 생전 처음 듣는 욕설로 호되게 혼난 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런데 막상 아빠 목소리를 들으니 나 이렇게 혼났다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아빠께서 더 속상해하실 테니까..
힘들면 관두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아 그 목소리가 꼭 그 때의 아빠 목소리 같았어요.
스무 살 겨울의 어느 날.
아빠가 능력이 안 돼서 미안하다고 전화기에 대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랑한다 우리 딸 얘기해주신
꼭 그 날의 그 목소리 같았어요.
그래서 조금만 더 참자 이 악물고 견뎌보자 생각하며 참았습니다.
젊음 하나만 믿고 너무 쉼없이 달려와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버려
고작 스물 한 살일 뿐인 내 인생이
왜 돈에 찌들려 이렇게 팍팍하게 살아야 하나
마음이 많이 힘든 와중에
감사하게도 메밀꽃 피는 마을로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절 따뜻하게 딸이라고 부르시며 맞아주신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그 날 등갈비는 제가 먹어본 음식 중에 단연코 최고였구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사회는
무섭도록 냉정하고 소름끼치는 곳이었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베풀어주신 배려와
마지막 저에게 주신 큰 선물로
마음에 든든한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겨우 스물 하나
어쩌면 앞으로도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제 좀 더 여유를 갖추고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이렇게 격려와 위로로
절 잡아주시는 따뜻하고 큰 손이 있으니까요.
부족한 글솜씨라 감사한 마음을 표현은 잘 못 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염치없는 줄은 알지만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울 아빠께서 담배를 많이 피우세요.
아빠께선 가장이시니
얼마나 더 부담이 크시고 힘이 드시겠어요.
하지만 아빠!
제 마음이 정말 아팠던 건요,
여섯 살 어린 제 기억 속의 아빤
슈퍼맨처럼
절 목마 태우시고
세상 누구보다도 크고 멋졌는데
열 여섯 살의 제 눈 앞에 아빤
뒤돌아서서 말없이
담배만 피우시던 그 어깨가 너무나 작아보였다는 거예요...
욕심많은 딸내미 때문에
더 하얗게 샌 머리카락처럼 허연 담배 연기같이
그렇게 아빠 어깨가 점점 작아지다 못해 종내엔 아빠가 사라져 버릴까봐
그게 너무 무섭고 가슴이 아팠어요.
아빠 힘드실 건 알지만
건강을 걱정하는 딸을 한 번 생각하셔서
담배는 이제 그만 줄이셨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보시는 담배피시는 다른 아버지들두요.
집에서 사랑하는 내 남편
세상 누구보다 멋진 우리 아빠를 걱정하는 가족을 생각하셔서
담배는 이제 다 같이 줄이시길 간절히 바라고 부탁드려요.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인생
아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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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른 말이 필요없습니다.
유선이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