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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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무섭고, 춥고, 배고픈 조행2

단표 IP : 11cbd66c980f116 날짜 : 2003-10-21 00:43 조회 : 3551 본문+댓글추천 : 0

담배를 끊어야 될텐데... 예전에는 담배 끊은 사람 성질 모질다고 상종 못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안 끊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한다지요....

일단 늦었으니, 대부터 피고, 오다가 본듯한 가게로 가서 담배를 사오기로하고,
어둠속에서 앉을 자리가 좋은 제방 중앙부근에 좌에서 부터 물버들 밑에19, 마를을 넘겨26,24,22,20,22, 마름안 구멍15, 맨우측 26, 총8대를 콩,옥수수,콩,옥수수,...이렇게 장전하고, 총알장착완료.
담배를 사러 1~2키로 떨어진 가게를 찿아 갔는데... 이 또한 낭패가...

가게는 담배포를 함께 하는 조그만 수퍼인듯한데,
나지막히 들리는 곡소리가....
가게 문을 열려는 순간.
상중(喪中)일라고 씌어져 글귀가 있는 것이 아닌가?
멈칫...
기냥 돌아가까.
안을 보니 일꾼들이 여럿이 보인다.
용기를 내어 염치불구하고, 담배2갑 구해 돌아오는 데....
괜서래 겁시 나고 마음이 찜찜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럴 우짠다...
조행중 간혹 귀신이야기가 나오든데....
갑자기 머리칼이 삐죽서는 것을 애써 잊으려고 머리를 흔들어 보기도 하고...
그래 악상은 아닐꺼야..
이왕이면 호상이길 바래도 보고...
그리고, 여태껏 차카게만 살아 왔으니, 만약에 귀신이 있더라도 오늘밤 월 한마리 안겨주겠지...
스스로 위안을 해보지만, 자꾸만 밀려오는 것을....
안그래도 산속의 소류지에서 홀로 밤을 낚으려니 만만치 않은데....
기냥 갔다가 날밝으면 오까?
차를 몰고 소류지로 오는 내내 별의 별생각을 다 해 본다.

하는 수없이 버티는데 까정 버텨 보기로 했다.
담배 한개피 입에 불고,
괜서래 움추려드는 어깨에 힘을 넣고,
흥얼흥얼 낚시자리로 가보니,
어라 우측 22대(옥수수)의 찌가 맨우측 26대보다도 우측의 마름에 걸려 있네...
26대를 걷어 놓고 당겨내니 5치붕어가 수초와 함께 달려 나온다.
전부 미끼를 다시 콩.옥,콩,옥....으로 교체를 하고,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분명 캐미는 여들을 내려놨는 데, 얼핏보니, 무수히 많은 캐미가 있네...
자세히 보니,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소류지의 맑은 물에 내려 앉아 월을 기다리네요...
9시~10시사이 간간히 옥수수미끼에 입질이 들어 옵니다. 5치, 6치,7치 세수를 추가했다.
콩은 전혀 입질이 없고, 겆어내 보면 빈바늘만, 간혹 조금씩 파먹는 것 같은데...
이후, 맨 좌측과 우측대만 콩을 장착라고, 나머지는 옥수수를 장착했다.

주위는 온통 캄캄한데다가 조용한 것이 흐미 또 미치겠네...
평소 같으면, 이러한 고용함을 낚시의 묘미라고 유유자적하며,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있을 텐데...젠장.
또다시 죽음에 대한 공포, 귀신이 나를 괴롭히누나... 흐미....
바로 뒤에서  들쥐가 이동을 하는지 부스럭소리만 나도 소름이 치는데,
날씨 탓도 있겠지만,, 왜그리도 등줄기에 한기가 차는지...
괜서래 허기침도 해보고, 등뒤로 후레쉬도 비췌보고...
시계를 보니 11시가 지나고 있네요...
한동안 잠잠하던 바람에 물결이 일고, 곧 잦아지겠지 하며 버티고 있는데...
떨어진 기온에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깝지 아마...
코에는 연신 콧물이 나오고...훌쩍...
이러다가 감기하는 건 아닐런지...

차에서 한잠자고 2시경에 일어나 다시 낚기로 하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살짝 잠이 들었어리라...전화벨소리에 일어나 전화를 받으니... 집사람이다.

집사람 : 어디라?
단표 : 성주. 전에 그 못.
집사람 : 좀되요?
단표 : 어데. 기냥 그렇다.
집사람 : 안 추번교?
단표 : 춥다. 추버서 잘라칸다.
집사람 : 차안에서 히타틀고 잠들마 안되는지 아지요.
단표 : 알았다.
집사람 : 내일. 대구로 나올때 전화 하소?
단표 : 그래. 자라.

전화를 받다 보니 잠은 다 깨고, 시간을 보니 12시 반을 지나고 있네...밖을 보니 바람이 조금 자는 듯하여 옷깃을 여미고, 다시 낚시 돌입.
춥기는 매 마찮가지 내요...
바람이 조금 잦아들다 이내 또 불기 시작합니다.
간혹 파라솔을 뒤집기도 합니다..
제자리가 제방쪽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럴줄 알아으면. 난로를 가지고 오는 건데....후회막심입니다.
1시 조금넘어 가니 달(절반도 않되는)이 올라와 더더욱 춥게 만드내요...
다시 차에 가서 자다가 깨다가 6시까지 차에서 나오지 않았읍니다.

여태껏 조행중에 요번처럼 무섭고, 춥고, 배고픈 조행은 처음입니다.

날이 새고, 해가 떨 무렵 커피 한잔에 식빵1조각막고, 중앙에 옥수수 미끼 20칸의 반마디예신과 이내 슈욱 올리는 입질을 받아 오늘의 최대어 8치를 마지막으로 낚시를 마감하고....
내려오면서 잠시 길옆 개울에서 새수를 하고,
고향에 아침8시경에 들러니,

어머님 : 우째 이래 일찍왔노. 혼자왔나? 아침 머거나?
단표 : (태연히) 혼자 온다고 왔는데.....
어머니 : 얼라는 잘 노나? 밥묵고 들에 함나가보자...
단표 : 예.(가슴이 저립니다...어머니 죄송합니다)

얼끈한 된장찌개, 새꼼한 열무김치에 정성스런 아침을 먹고, 고구마 캐놓고 돌아 왔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소중한 가족들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렇게 조행을 마칩니다...

일시 : 2003.10.18 PM 7:00~ 10.19 AM 8:00
장소 : 성주 대가면(금수면) 어은지(?)
채비 : 5호원줄, 캐브라4호목줄, 감성돔5호외바늘
수심 : 2M~2.5M정도(쓰레기는 거의없음)
조과 : 총5수(5치2수, 6치1수, 7치1수, 8치1수)
기타 : 준비철저(여분의 담배&보온장비), 더 차카게 살자.
      콩은 적당히 삶자(집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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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솜사탕 03-10-21 08:24 IP : 60ddd5f9dd00543
고향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맛입니다.
월매나 무서워을까..
난 그런 용기가 없어요 ㅠㅠㅠ
그래도 손맛을 봐서 다행입니다.
잘읽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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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안동어뱅이 03-10-21 10:59 IP : 60ddd5f9dd00543
낚시보다 어머니 시골 일을 도우고 오셨군요.
봄에는 부지갱이가 거들고,
가을에는 죽은 사람도 거든다는 우리의 농촌이지요.

낚시를 이해하는 가족얘기도 올려 주십시오.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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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큰잔에가득 03-10-21 11:56 IP : 60ddd5f9dd00543
마지막 글귀....
萬本의 근원이 孝일진데----
저 역시 가슴이 아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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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회원 03-10-21 12:29 IP : 60ddd5f9dd00543
안녕하십니까? 단표님
저는 태풍 매미에 저희 아버지가 소일꺼리로 하시는 과수원의 메실나무가 아작이 낫어도 가계지로 낚시갓던 불효잡니다
님의 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음...........................
어서 빨리 큰놈으로 대물하나아버님께 안겨드려야할낀데...^^;
아무래도 저 ... 병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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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05k 03-10-21 13:21 IP : 60ddd5f9dd00543
정말 장가 잘 가셨네요
사모님...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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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과선녀 03-10-21 15:49 IP : 60ddd5f9dd00543
단표님...
안녕하세요!
조행기 잘 읽었습니다.
배고픈건 그런대로 참을만한데...춥고 무서운건...ㅎㅎㅎ

그래도 어머니 만나뵙고 일도 도와드리고...
알찬 조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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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표 03-10-22 16:39 IP : 60ddd5f9dd00543
처음으로 쓰는거라...
진땀흘렸습니다...
내용은 엄고, 장황하여 죄송함다...
월님들 물가에서 밤기온이 정말 장난이 아님다.
보온장비 꼭 챙기시고, 물낚시 막바지 마무리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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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03-10-22 17:12 IP : 60ddd5f9dd00543
잔잔한 조행기 잘 읽고갑니다....
사모님이 부럽습니다....ㅎㅎㅎ
뭔 비결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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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걸 03-10-26 00:19 IP : 60ddd5f9dd00543
참 우리서방님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마누라 욕은 안해나서
웃으면서 봐준다. 안가르쳐주면 못찿을줄 알았제.
암튼 추운데 고생하면서 낚시다니시느라 욕보네요. 낚시도
좋은데 서방님, 마누라하고 얘들한테도 신경좀써주소.
주말만되면 과부도아이고 이거뭡니까. 나중에 나이들어서
두고봅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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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표 03-10-27 13:41 IP : 60ddd5f9dd00543
애그머니나....우째 알아썼가나?
섹시글=색시글=마누라글

아디 또 바까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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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 03-10-29 09:13 IP : 60ddd5f9dd00543
단표님도 저많큼이나 겁이많군요
못가에 한명이라도 있어면 괜찮은디...

다음에 한번 같이 가입시다
서로 의지 하민서로잉

그라고 사모님 참 좋으신 분 같네요
두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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