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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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4일간의 대물낚시 여행 5편(의성 만천지)

탈퇴한회원 IP : 8e7e4daedcaa4e9 날짜 : 2003-08-17 17:51 조회 : 5655 본문+댓글추천 : 0

몇 시간이나 잤을까!
문득 눈을 떠보니 자동차 안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있다.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린다.
오뚝이 처럼 벌떡 일어나 수건으로 땀을 닦고 정신나간 사람 맨치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아닌게 아니라 정신나간 놈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으니 조금씩 정신이 든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다.
오늘 밤 달이 기울 때 적장을 맞아 한바탕 승부를 벌이려면 조금 더 자둬야하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질 않는다.
하여간 물가에만 오면 잠이 안 오는 통에 아주 돌아삐리겠다.
에라!
놀면 뭐하나 작업이나 마저 해지 뭐....

쾡한 정신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아!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개구리밥'(?) 이라고 하는 수초가 떠밀려와 애써 뚫어놓은 구멍을 가득 메워버렸다.
아이고 이기 뭔일이댜~~
줄기라도 있으면 갈쿠리로 살살 걷어내면 좋겠는데 줄기도 없고 뿌리도 없고
잎만 동동 떠 있으니 갈쿠리 틈새로 살살 빠져버린다.
좀 걷어냈다 싶으면 어느 틈엔가 또 밀려와 쌓이니 적당히 하고 포기하는게 나을 성 싶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작업을 했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수초낫과 갈쿠리를 요리조리 바꿔가면서 사력을 다해 작업을 마쳤다.
내가 자리잡은 곳은 키 큰 부들 사이의 푹 꺼진 곳으로 바람이 통하질 않아
더욱 더 덥게 느껴진다.
어제 오늘 흘린 땀만 2톤은 족히 될 것 같다.

잠을 좀 자둘까 싶어 의자를 제치고 누워보았지만 잠이 올 리 없다.
수건으로 눈을 덮어 애써 어둠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뜨거운 열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기세 등등하던 더위도 한풀 꺾였다.
아차~~
새우가 없잖아.
어둑해질 무렵 새우채집망을 던져보긴 하겠지만 새우가 들어오길 기대하긴 힘들다.
늦기 전에 얼른 새우를 사와야지.

뿌웅~~~
빠다다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애마가 튀어나간다.
스텐 재질의 중간 머플러(2번 머플러)가 미처 달궈지기 전이라 빠다당 떠는 소리가
잠시 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후라 빵꾸났다고 하겠지만 계속 그러는 건 아니고 출발시
잠시 동안만 나는 소리인데 난 이 소리가 저으기 듣기 좋다.

7ism(세븐이즘) 63 파이 짜리 중간 머플러와 테일 머플러를 달았을 때의 사운드 및
리스폰스가 제일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커다란 배기음 소리와, 한층 강화된 단속이
무서워 결국 이 두 가지 물건은 도로 떼어내 어느 매니아에게 반값만 받고
되팔아먹었다.
대신 장농 위에 짱박아 두었던 허접한 54 파이 짜리 스텐 머플러를 다시 꺼내 부착했더니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꼭 이런 요상한 소리를 낸다.^^

의성**낚시방에 들어 새우를 사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이번엔 어디로 갈꺼냐고
묻는다.
"만천지에 가볼라고요"
뜻밖이라는 듯 만천지요? 하며 다시 묻는다.
"네, 그림 좋던데요, 산 밑에 생자리 만들어서 함 해볼 참입니다."
그러자 이내 종이를 꺼내더니 슥삭슥삭 저수지 그림을 그리더니 여기 앉으라며
포인트를 일러주신다.
그림 속의 포인트를 보니 아침에 어느 조사님이 앉았던 바로 그 자리와 일치한다.
고맙지만 산밑 부들밭이 욕심이 나서 이미 작업 다 해놓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다시 차를 타고 만천지로 돌아오려는데 문득 회한이 인다.
도대체 내 꼬라지가 이게 뭐냐!
얼굴에는 뗏국물이 줄줄 흐르지, 옷은 땀에 쩔어 시큼시큼하지, 제대로 잠을 못자
눈은 쾡하지, 며칠 양치를 못했더니 입냄새도 풀풀 나는 것 같고.....
도대체 이 먼길 와서 고기 한 마리 몬잡고 맨날 이기 뭔 짓인 지 모르겠다.
에혀~~~~~

자리로 돌아와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린다.
과연 오늘밤 입질을 볼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며 시간 죽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내 오른쪽에 자리하신 노조사님이 서 계신다.
밤에 채비 넣기가 쉽지 않겠다고 하시며 커피 한 잔 하겠냐고 오라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커피!
하여간 난 누가 커피를 준다고 하면 지옥에라도 따라가지 싶다.
얼른 대답하고 쫄래쫄래 옆 조사님께로 다가갔다.
이미 물을 다 끓여놓고 컵을 하나 건네주시면서 입맛대로 타서 마시라고 하신다.
컵 1/2만큼 뜨거운 물을 채우고 몇번 휘젖고나서 마시니 바로 꿀맛이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노조사님 짐보따리에 눈길이 간다.
나 만큼이나 짐이 많아보인다.
커피도 봉지째로 있는 것 같고 나무젓가락이며 종이컵이며 아주 통째로 가지고
오신 모양이다.
짐이 꽤 많으시다고 말씀드리니 혹시나 해서 항상 여유있게 준비해 오신다고 하신다.
있다가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하시는데 어이구 젊은 놈이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그저 고마울 뿐이다.
노조사님은 일 때문에 전국을 두루 다니신다고 하시는데 틈 날때 마다 낚시를
다니신다고 하신다. 여기 만천지도 두어 번 오셨다고......
(아래 사진은 노조사님 포인트와 대편성 모습)
manchunji3.jpg
커피 잘 얻어마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산 그림자가 넓게 드리워져 있다.
새우쿨러를 열어보니 햐 요놈들 아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
씨알이 좀 잘긴 하지만 요즘 같이 새우 구하기 힘든 시기에 그나마 새우를 구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모두 꺼내 새우망에 넣고 오른쪽 2.6칸 대 부터 하나씩 꺼내 케미를 달고 제일 큰
새우부터 하나씩 달아서 던졌다.
어느틈엔가 구멍을 가득 메운 개구리밥 때문에 채비가 잘 들어가질 않는다.
두세 번 시도 끝에 모두 제자리에 안착.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금새 어둑어둑하다.
물 위로 살짝 드러내 놓은 케미가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다.

오늘밤 달이 기울면.......

to be continued...
추천 10

1등! 달빛 03-08-18 11:37 IP : 60ddd5f9dd00543
넘 재밌다
출조날을 기다리는게 아니고 낚시터에서 작전개시 타임을 기다리네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추천 0

2등! 탈퇴한회원 03-08-18 12:35 IP : 60ddd5f9dd00543
열흘만에 올라온 뚝새님의 글이 방가~~~
언제 괴기 나오남요
to be continued...를 기달리며~~
추천 0

3등! 낚시꾼과선녀 03-08-18 13:33 IP : 60ddd5f9dd00543
뚝새님...
이러고 헤메실때 수많은 꽝조사들이 꽝계를 떠나고 있는데...
뚝새님의 꽝계탈출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4일간의 대물여행에서 5번째 얘긴데...이러다 혹,괴기는 안나오는거 아닌가?
아!
뚝새양반의 괴기나오는 조행기 읽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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