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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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4일간의 대물낚시 여행 6편 (의성 만천지)
비가 와도 좋다.
제발 조금만 내려다오.
달도 별도 없는 캄캄한 밤, 부슬부슬 가랑비가 흩날릴때 아무 기척 없이 거룩하게 올라오는 찌불을 상상하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
오늘밤 파아란 찌불이 껌뻑하며 올라온다면 ........
으~~~~~~
숨이 막혀 죽을 지도 모른다.....
엉뚱한 대를 움켜잡지는 말아야 할텐데....
행여나 물에 빠지지는 않겠지.....
꿈꾸듯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노조사님께서
저녁 먹자며 부르신다.
아이구, 이런 고마울 데가.....
아까도 커피 잘 얻어마셨는데 저녁까정.....
쭈뼛쭈뼛 자리로 가보니 노조사님께서 뜨거운 물에 데운 햇반과 알맞게 익은 김치를 내어놓으시곤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뚝딱 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니 커피까지 한 잔, 오늘 무슨 날인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내일 아침식사는 꼭 내가 대접해 드려야지.
밥을 다 먹어갈 즈음 툭툭 한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요즘 일기예보의 정확도에 새삼 놀라며 자리를 정리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커피며 밥이며 계속 얻어먹기만한게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로회복제라도 하나 사드릴까?
그려, 나도 하나 마시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매점에 가서 피로회복제 4개랑 음료수, 물을 사서
노조사님께 갖다 드렸다.
뭘 이런 걸 사왔냐고 손사래를 치시는데 이렇게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하다.
한바탕 쌔리부울 것 같던 비는 이내 그치고 다시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
덕분에 많이 시원해졌다.
오늘밤 이런 날씨만 계속 이어진다면 뭔가 큰일낼 것 같은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완전한어둠이 찾아오고 수면 위로는 보석 같은 찌불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오!
어둠을 밝히는 여섯 개의 영롱한 빛이여!
내 이 심장을 고동치게 만드는 신비로운 빛이여!
저 거룩한 찌불이 사그러드는 내일 아침까지는, 나는 나는 좋아 죽는다.
쿠쿵!
한바탕 굉음이 일면서 일순간 캄캄하던 수면이 대낮 같이 환해진다.
뭣이여 이기?
번쩍~~~
우르릉 쾅!
어디선가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빗줄기가 들이치더니 때맞춰 왼쪽 마을쪽에서부터
무시무시한 바람소리와 함께 강풍이 휘몰아친다.
아이고 이제 나 죽었다.
허겁지겁 파라솔을 머리 위까지 내리고 쥐죽은 듯 쪼그리고 앉아 행여나 이 와중에도
찌가 움직일까 살피고 있는 난 이 무신 청승인가!
그러고보니 지난 늦여름 형님과 함께한 회룡지의 그날밤이 생각난다.
하필이면 어느 무덤 앞에 자릴 잡게 되었는데 그날도 한밤중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닥쳤다.
금방 그치려니 했던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한기가 스며들어 우리 둘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간 얼어죽을 것 같은 생각에 결국 형님이 전화를 걸어 관리인에게
철수를 부탁하였지만 관리인도 이 폭풍우엔 엄두가 안 나는 지 내일 아침에나 오겠다고
버틴다.
할 수 없이 우린 그러마 하고 내일까지 버틸 요량으로 파라솔을 푹 눌러쓰고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못오겠다던 관리인이 아무 인기척도 없이 검은비옷을 뒤집어쓰고 등 뒤 무덤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갈거요' 하는 소리에 우리 둘은 놀라서 기절할 뻔 하였다.
으휴~~~~~
그때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한바탕 세찬 비가 내리치니 파라솔은 있으나마나다.
파라솔 안으로 비가 줄줄 흐른다.
으으으.....
1톤 가량의 비지땀을 흘리면서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완성하고 달이 기울기만을
기다렸건만 이 모든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쪼그리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은 지 한 시간 가량이나 됐을까
그렇게도 세차게 쏟아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갑자기 왼쪽이 훤해진 것 같아 돌아보니 키 큰 부들이 바람에 다 쓰러져버려
그 사이로 마을을 비추는 가로등이 환하게 내 자리를 비추고 있다.
애써 작업한 구멍도 밀려온 개구리밥으로 가득 메워지고 주변의 부들은 처참하게
쓰러져 있다.
아비규환~~~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아아아아아아~~~~~~~
내 돌아삐리겠다.
진짜로 돌아삐리겠다.
내 무신 죄를 지었길래 이리 날씨가 협조를 안 하는걸까!
으헝헝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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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신봉지 자주 가십니까.
작년 모사이트(ㅇㅇㅇㅇ)에서 신봉지 조행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전히 뚝새님의 조행기는 시리즈로 가는군요.
언제나 소탈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