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 그림 같은 소류지.

(그림 같은 소류지)
망종이 훨씬 지났건만 모내기를 하지 않은 마을이 있다.
양파와 감자를 캐내고 모내기를 하는데 지금 양파수확이 한창이다.
그 마을 위에 그림 같은 소류지가 있으니 2천여평의 삼각형 계곡지다.
수문이 말뚝식인 것으로 보아 축조는 오래된 것 같고 수심은 최고 4미터,
3년 전에 남원 간 제자가 개발한 곳인데 마른 적이 없다. 수량은 80%다.
못 위에는 집도 절도 없고 논도 밭도 없고, 얼마 전부터 경작을 포기한 묵밭이 있는데 잡초가 무성해 꿩이나 토끼들의 보금자리다. 상류에 물이 들어오는 도량이 없어 빗물을 모으는데 뻘물이 지면 가라않는데 시일이 걸린다.
중류에 수초가 자라는데 다른 저수지에서 못 보던 풀이다.
말풀처럼 기다란 줄기 끝에 강아지풀과 같고 공작깃처럼 생긴 머리가 달려있다. 당기면 줄기가 연해서 딸려 나오는데, 채비를 넣을 때 힘들지만 고가가 물리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양파수확 때에 준척이 잘 나오는데 월척을 잡지는 못했지만 붕어의 힘이 좋고 물이 깨끗해서 자주 가는 곳이다. 떡밥은 먹지를 않고 오로지 지렁이만 좋아하는데 버들치가 지렁이를 물고 극성을 피울 때가 많다.

(나홀로 저수지)
새벽 5시. 전날 물을 빼지 않는 것을 확인을 했으니 혼자 지렁이 한 통을 들고 간다. 물론 아무도 없다. 여지껏 낚시꾼을 본 적이 없다.
중류 수초 속에 2.5/2.9/3.2호 3대를 펴고 앉으니 안개가 가득하다.
바람이 시원스럽게 불고 건너편 떡버들과 포풀라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찌가 힘차게 올라와 챔질을 하니 에구! 3치다. 찌를 올리고 끌고 당기고 붕어 마음 대로다. 모두 도로 놓아주고 큰놈을 기다린다. 전에는 8치가 주로 나왔었는데...

(동네 할배)
잔챙이를 10여마리 잡고 있는데 얼마 후 뚝방을 가로질러 모시적삼을 입고 지팡이만 달랑 집고 노인 하나가 이쪽으로 온다.
논밭도 없는데, 그렇다고 약초나 산나물을 캐러 오는 것도 아니고...
산자락을 타고 등뒤에 오시더니,
"아제, 고기가 잡히나?"
"잔챙이만 나오는데요."
"이 못에 큰놈은 없어."
"물이 언제 말랐지요?"
"7년 전에 말랐지."
"할아버지 왜 오셨는데요."
"낚시를 못하게 하려고 왔지."
할배는 싱글싱글 웃으신다. 내가 담배를 한 대 권한다.
"이 못은 내 못인데요."
"우리 동네에 있으니 내 못이지."
"내가 온 것은 어찌 아시나요?"
"차를 보았지. 감자 캐다가 차가 가는걸 보고 잘 되나 보러 왔지."
할배는 심심해서 구경을 오신 거다.
시장은 누구 되겠느냐?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이야기를 하시다가 9시경 아침을 잡수러 가신다. 시골 할배는 말 붙일 상대가 필요했던 거다.

(월척이 나를 붙들고)
12시까지 8치 2마리, 7치 1마리를 망태에 담고 잔챙이는 방생을 하고, 배가 고파 대를 접었다. 뚝방에 와서 3.2호 1대를 수문 옆에 펴 본다. 혹시나 해서... 역시나 잔챙이만 올라온다.
1시가 되어서 이번에는 받침대 없이 낚시대와 지렁이만 들고 상류로 올라간다. 포인터 점검이다.
떡버들 나무아래 대를 펴니 수심이 1미터정도.
이리저리 수심을 재는데 긴 찌가 몸통까지 밖에 내려가지 않는 수심이라 찌가 바람에 흔들거리는데, 갑자기 물 속으로 잠수를 한다. 기대감 없이 대를 세우니 대가 서지를 않고 수초 속에 파고든다. 힘이 너무 좋다.
손에 잡으니 월척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망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뚝방까지는 숲 속으로 700미터, 갈 수는 없고 주위를 둘러보니 낡은 비닐끈이 보인다. 끈을 주워다가 넥타이를 매어 놓고 다시 던지니 9치가 연달아 나온다.
배가 고파도 철수를 못하고 3시까지 버티다가 잔챙이 몇 마리를 건지고 철수를 했다. 하룻밤 밑밥을 주고 밤낚시를 한다면 타작을 할 것 같다.
내일 토요일이 기대된다. 배수를 하지 않아야 할 텐데....
올해 3호 월척을 그림 같은 저수지에서 잡았다.
집에 와서 자로 재니 턱걸이 31cm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