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소류지 (2차전)

낚시친구들이 월척 소식을 듣고 난리가 났다. 꾼이라면 그림 같은 소류지의 월척에 군침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다. 다음에 가자니 타이밍이 있는데 배수 전에 가야된다고 요지부동이다. 멀리 부산에서 이감독도 온단다. 평소 좋아서 낚시를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

엔티 5짜 모임에 약속을 했는데 변명 할 명분이 없다. 허지만 꾼들은 월척에 눈이 먼 어뱅이를 이해하시리라 믿는데, 바다 간다고 좋아하던 마누라를 설득시키기가 또 힘이 든다. 못 말리는 남편이다.

토요일 오후 4시, 안동입구에 있는 형제낚시점에서 4명이 만난다.
나의 그림자 임부장, 부산에서 기를 쓰고 올라온 이감독, 오로지 떡밥낚시만 고집하는 외고집 이부장, 그리고 어뱅이, 4명이 소류지를 도전한다.

찦 2대를 끌고 제방을 지나 묵밭까지 들어간다. 아무도 없고 그림 같은 저수지는 물도 빼지 않는다. 모두가 탄성을 지른다. 오늘은 월척을 두어마리 해야만 어뱅이가 채면이 서는데....

선거날 월척자리는 부산에서 올라온 이감독에게 주고, 중상류에 양편으로 마주 보고 어긋나게 대를 편다.
이감독 5대, 임부장 7대, 어뱅이 8대, 외고집 이부장은 27호 떡밥 달랑 1대.
미련함인가? 존경해야 되나?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진정 꾼은 물을 즐기니 1대면 어떠냐! 1대도 안 펴면 낚시꾼이 아니니까 1대만 펴고 앉아있는 그를 존경하고 싶다.

전투준비가 끝나고 떡버들 아래 앉아 만두, 김밥, 맥주, 포도주 등 회식을 한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찌맛 손맛만 즐겁나? 먹고 마시고 입낚하는 허맛도 좋다. 꿩, 뻐꾸기, 소쩍새, 딱따구리 온갖 잡새가 울음을 운다. 밤이면 모기도 날고 반딧불이도 나른다.

6시부터 전투 시작. 떡밥, 콩, 옥수수, 새우, 지렁이 등 다양한 잔치상을 차려놓고 손님을 부른다. 6치를 시작하여 내가 먼저 마수걸이를 하고 이 감독이 몇 수를 올린다. 7치는 나오는데 8치를 넘기지 못한다.
원래 이 계곡지는 낮 시간이 잘 된다. 오전 9시부터 11까지가 타이밍이다.
밤12시가 되어서 라면과 김밥, 소주로 간식을 너무 먹어서 꿈나라로 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5시 30분, 안개가 가득하다. 얼른 자리로 가서 8대 모두 지렁이로 바꾼다. 해뜨기 전에 대물을 걸어야 한다. 겨우 7치 2수를 올리는데, 이감독이 나오더니 8치 몇 수를 보탠다. 이부장과 임부장은 잠 만 자고...

7시쯤 되자 경운기 소리가 나고 농부가 제방에 올라오더니 말뚝을 뺀다.
오전에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수문을 3개나 열고 간다. 오늘 전투는 조짓다. 9시에 모두 다 짐을 챙기고 철수를 한다.

해장국을 먹으러 가려는데 임부장이 매운탕을 끓여야 된다기에 무릉유원지로 간다. 시원한 그늘아래 물가에 앉아 매운탕을 손수 끓여 소주를 마시니 신선이 따로 있나? 무릉도원에 앉았으니 우리가 신선이지.
강가에 앉은 낚시꾼들이 붕어와 피라미를 연신 올리고 있다.

12시,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면서 그림 같은 소류지는 장마철에 다시 도전하기로 한다. 비록 월을 못해도 즐거운 하루였다.
꾼들이 갈 때마다 월만 잡나? 자연도 즐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