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지만 땡돌이처럼 급히 퇴근하여 친구녀석과 몇릴전에 봐둔 소류지로 향했다.
과수원 입새의 나무 쓰러진 자리에서 나무와 최대한 붙여 대편성을 마치고 김밥을 먹고 담배를 문다.
20시가 휭하니 지나가고 있었고, 서늘한 바람이 어깻죽지를 감싸 조금
을씨년스러워 한기와 함께 으스스함을 느낀다.
마침 떠오른 창백한 반달이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 산쪽을 향한 길에서 누군가가 걸어올 것 같았다.
날씨탓이라고 여기지만 스산한 바람이 등짝을 감쌀때마다 추위를 느끼며
주위를 두리번거려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살표 형태로 편성한 6대 모두 박아논 말뚝처럼 꼼작도
안하니 주변환경에 시선을 돌릴 수 밖에.
폰이 울려 받아보니 친구녀석이 입질 함 받았는데 전화받느라고 늫쳤다고
한다.
입질도 없고 한기를 느끼던 차에 약 30m 떨어진 친구녀석에게 가서 담배를 한대 피고 다시 와도 말뚝이다.
21시가 그냥 지나간다.
입질이 오면 두려움과 한기가 사라지는 법, 수몰나무와 수초사이에 넣은
맨 좌측 1.5대의 캐미가 부상한다.
서서히 허공을 가르는데 순간적이지만 챔질타이밍을 한박자 늦추기로
마음먹고 조금만 더….
부상하던 캐미가 움찔거리며 우측 나뭇가지 쪽으로 향하는 걸 보고 채었다.
핑~ 오랜만에 들어보는 피아노소리, 좌우로 한차례 실랑이하다가 수중수초를 감고 올라온 녀석은 9치정도의 토종붕어
스산한 바람과 창백한 달빛의 조화로운 오싹함이 한번의 입질로 싹 가셔지는 장면이였다.
미끼를 갈아끼워 던진 후 담배를 한대물고 기지개를 켜니 한기가 사라지고 훈훈함이 전신을 스쳐간다.
한잔의 물을 마시고 의자등받이에 깊숙히 기대어 먼산을 보던차에 폰이 울린다.
우리집 머스마 왈 아빠 언제 오는데? 좀 있다 가께. 일찍 온나. 그래.
그러던 차에 수몰나무 우측의 2.2대에 어신이 감지된다.
파란 캐미불빛이 수면위로 살짝 올라 수면에 투영된 것과의 괴리감이 거의 없더니만,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켜는 사이에 물안밖의 캐미불빛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다.
반뼘 솟구칠 무렵 대를 잡고 기다리니 잠시 머물더니 애기손을 벗어난 풍선처럼 한뼘가량 서서히 두둥실 떠오른다,
챔질 타이밍인데 챔질을 자꾸만 늦추고 싶어 좀 더 기다린다.
캐미불빛이 춤추기 시작한다.
떠오른 길이의 1/3만큼 잠기다가 다시 부상하고 그러기를 두어번 하더니
좌측의 수몰나무 둥치쪽으로 향한다.
가볍게 채니 핑~ 소리와 함께 휘어지는 낚싯대, 건져내니 역시 9치 정도.
환상적인 입질이었는데 아쉽구먼, 처음 모션은 좋았는데 캐미의 춤사위가 좀 이상했지. 쩝.

역시 수몰나무 부근의 수심 1M내외는 특급포인터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