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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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이고지고 걸면대물이지로의 마지막 조행
에거거~~.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도대체가 형수님 뵐 면목이 없다.
이렇게 말한 게 어디 한두번이었어야 말이지....
휴우~~ 그저 한숨만 나온다.
죄송한 마음이야 금할 길 없지만 또 어쩌겠는가 물이 나를 부르는데...
토요일 12시 쯤 집을 나서면서 근처 낚시방에 들러 겉보리와 황토, 새우 등을 산 후
'뭐 빠진 거 없지?'를 외치면서 드디어 걸면대물이지로 출발.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형님, 멀쩡한 지름길을 놔두고 한참을
돌아가는 여유(?)를 부린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우여곡절 끝에 걸면대물이지에 도착하였다.
***님이 살짝 일러주신대로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니 멀리 제방이 보인다.
일단 차를 근처 공터에 주차한 후 제방 진입로를 살펴보았다.
물이 흘러내려 골이 좀 파져 있고 폭이 좁아 후진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진입로 입구엔 떡하니 승용차가 버티어 서서 길을 가로막고 있다.
아마도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화가 난 탓이리라.
결국, 차는 공터에 두고 걸어서 올라가기로 결정하고 주섬주섬 짐을 꺼내보니
어이구야 짐이 아주 산더미다.
봄날 만큼이나 따뜻한 날씨 덕분에 약간 더위를 느끼는 정도인데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짐을 옮길 일을 생각하니 엄두가 안 난다.
그러나 두번걸음 하지 않기 위해서 낚시가방에다가 텐트, 의자, 짐가방을
얼기설기 메달아서 짊어지니 우와, 이거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양손으로는 나머지 짐들을 움켜쥐고 진입로를 따라 뚝방으로 올라가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주루룩 흐르던 땀방울이 눈에 들어갔다.
'앗 따가워'
눈을 찡그리며 어떻게든 손을 안 대고 이 쓰라린 사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양손에 모두 짐이 들려 있고 안경을 쓴 탓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
도저히 안되겠다. 길 옆에다 낚시가방을 쓰러뜨려 놓고 팔로 쓱 닦으니 한결 좀
낫다.
에휴~~~
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다시 낚시가방을 둘러메고 제방을 건너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동안 꽤 많은
사람이 다녀간 듯 제법 길이 잘 다져져 있다.
팔이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마지막 사력을 다해 상류에 도착해서 보니
사슴뿔 같이 생긴 수몰나무가 보인다.
아 저긴가보다.
주위를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나뭇가지 두 개가 나란히 땅에 꽂혀
있다.
오호호호호~~~~ 바로 이거였구만!
사진으로 봤던 바로 그 나무 작대기 두 개.
역시 고수가 앉았던 자리답게 쓰레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뒤이어 형님 도착,
"이야 조오타, 그림 쥑인다. 진짜 오늘 대물 한 마리 걸지 싶다."
"달도 금방 넘어가겠네요. 앞뒤로 산이니... 야, 진짜 경치 좋다."
수몰나무를 기준으로 왼쪽은 내가 오른쪽은 형님이 맡기로 했다.
나는 수몰나무에서부터 좌측 연안으로 4.4, 4.0, 3.5, 3.3, 2.8, 2.6, 2.2
이렇게 총 7대를 폈고 형님은 수몰나무에서부터 오른쪽 연안으로 4칸대부터
1.5칸 까지 7대를 편성하였다. 합이 장장 14대.....
겉보리와 황토를 뿌린 다음에 손을 씻던 형님이 그런다.
"야, 물이 얼음장 같이 차다."
"어디, 뭐 별로 안 찬데..."
물을 만져보니 엄청 차다. 으헉.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어둠을 밝히듯 쭈우욱 올라오는 찌를 상상하면서
커피를 한잔 끓여마시려는데 전에 사뒀던 커피 한통이 어디로 갔는 지
보이질 않는다. 여기저기 다 뒤져봤지만 없다.
혹시나 싶어 집에서 가져온 커피 믹스 3개가 전부다.
아이고 낭패로고....
이 긴긴밤을 커피 3개로 어찌 버틴담?
우리는 금싸라기 같은 커피 하나를 타서 나눠마시고 찌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해가 다 지도록 찌는 꿈쩍도 않는다.
조금만 더 있으면 되겠지.
이윽고 고요한 밤이 찾아오고 수면은 거울 같이 잔잔한데 어디선가 기괴한 짐승
울음소리가 들린다. 혼자였다면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소리였겠지만 둘이 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다.
텐트 속에 들어가 난로에 모포를 덮고 있으니 좀 답답하기는 하지만
따뜻해서 졸음이 몰려온다.
찌만 쭈욱 올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한밤중이 되어도 찌는 꼼짝도 않는다.
이따금씩 저절로 눈이 감긴다. 꾸벅꾸벅 졸다보니 밖이 환하다.
달이 머리 위로 뜬 모양이다. 아직도 찌는 말뚝.
새벽에는 좀 되려나. 설마 해뜰 무렵엔 되겠지.
빛을 다해가는 케미 마냥 우리의 기대감도 서서히 무너져 가면서 찌를
쳐다보는 시간보다 꾸벅꾸벅 조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어디선가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
낡이 밝았다. 저수지 전역은 물안개로 하얗게 물들었지만 찌는 어제 그대로다.
장장 14개의 찌가 밤새 0.5mm의 움직임도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말뚝이다.
으아아아..... 이럴수가....
마지막 출조를 이렇게 완벽한 꽝으로 마감하게 되다니..
도대체가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더욱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철수길에 오른다.
떠나는 길에 장난기가 발동하여 나뭇가지 4개를 꺾어 내 자리 앞에 두개
형님 자리 앞에 두개를 꽂아 놓고 철수하였다.^^
누구든 이 자리를 찾거든 뚝새 형제가 왔다간 걸로 여기소서....
*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완벽한 꽝조행이었지만 이런 좋은 데를 알려주신
ㅁㅅㄹ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이거늘 우리의 기대가 너무나 컸나봅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봐야죠...
이제 이 못은 우리한테 내 놓으세요. ^^
마지막 물낚시인데 그냥가기가 너무도 아쉬워 철수길에 다시 사일못에 들러
또 한번 대를 담궜습니다만 바람이 너무 부는 통에 결국 거기서도 꽝....
아! 내년에는 사구칠을 만날 수 있으려나?
그동안 성원해 주신 많은 월척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겨우내 건강 유의하시고 춘삼월 좋은 시절에 물가에서 만나뵙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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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열정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