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에서
 

월척 떡붕어에 토실토실 토종까지 20여 마리

양율성<대구 동구 신천4동>


만추(晩秋) 속 겨울.

요즘 날씨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을 것이다. 시기상으로는 분명 가을이지만 기온만큼은 한겨울 삭풍도 울고 갈 정도니….

이러다 보니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 시기에 갈 곳 많았던 낚시터가 올해는 어디 한 곳 쉬 찾을 곳이 없다. 날씨 탓만 하며 집안에 처박혀 있자니 좀도 쑤시고 없던 병(病)마저 날 것만 같아 지난 11월 1일 자정 무렵 아내와 함께 낚싯대 두 대만 챙겨들고 집 앞 금호강으로 향했다.

동촌유원지에서 아양교 방면으로 좀 걷다 보면 꽤 포인트다운 곳이 있다. 예전부터 이 일대를 지나치며, 심심할 때 한번쯤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곳이다.

집을 나서기 전 일기예보에 중부권은 밤 사이 영하로 떨어지고, 대구지방 역시 체감 온도는 영하권에 머물 것이라던 예보와는 달리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바람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도착 후 한 대에는 떡밥을 다른 한 대에는 지렁이를 달아 던져두고는 수면에 반사된 도심의 불빛과 한들거리며 수면에 우뚝 선 찌를 보며 묘한 느낌이 든다. 조과를 떠나 찌를 볼 수 있다는 것. 이게 낚시의 묘미가 아닐까.

30분 가량 너울의 장단에 맞춰 춤추던 찌가 솟았다. 첫 입질.

줄이 팽팽해짐이 느껴지고 곧이어 달려 나온 놈은 20cm급 돌붕어다. 첫 입질치고는 괜찮은 조과다. 많이도 말고 이만한 놈으로 10마리만 낚을 수 있다면….

나의 바람이 하늘에 닿았음일까?

첫 입질 이후 20분의 간격을 두고 고만고만한 씨알이 올라온다. 예의 그 시간. 새벽 3시. 앞서와 달리 찌올림이 예사롭지 않다(낚시꾼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쫑긋 솟은 찌가 반쯤 몸통을 들어낼 쯤 대를 낚아챘다.

핑~!. 시원한 음률. 월척이다.

감으로 느낀 손맛은 최소 씨알이 35cm 이상은 될 것 같다. 특별히 걸림이 없는 곳이다 보니 용쓰는 녀석의 힘에 비해 너무 쉽게 뭍으로 끌려 나왔다. 끌어낸 녀석을 뼘으로 대강 재 보니 고작(?) 턱걸이 정도다. 그것도 떡붕어다. 아쉬움을 삼키고 다시 채비를 내렸다.

하지만 녀석의 몸부림이 강했음인지 녀석을 끝으로 이후 거짓말처럼 입질이 뚝 끊겼다. 새벽 4시 경. 살랑살랑 불던 바람이 돌풍으로 바뀜과 동시에 대를 접고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