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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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나 홀로 바다에

안동어뱅이 IP : 25297cccde4f02f 날짜 : 2002-12-09 14:53 조회 : 3738 본문+댓글추천 : 0

나 홀로 바다에

주말 토요일은 성금모금에 시간을 보냈고,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겨울비는 정말로 싫다. 산불방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일찍 일어나 창문을 몇 번이나 열어보고 131 기상대로 전화를 해보니 동해안에 주의보가 내렸고 파도 3~4미터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투릴이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릴을 3대를 챙겨놓고 일요일 늦잠을 자는 마누라를 깨워서 아침을 달라고 조른다.

비 오는 겨울 안동에서 동해안까지 낚시를 갈 사람도 없겠지만 그럴 때는 혼자 가는 것이 상책이다. 마누라가 같이 가겠다고 나서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혼자 나선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을 하나들고....

안동에서 영덕 경계를 넘어서니 함박눈이 내린다.
이미 산 위는 하얗게 눈이 덮혔는데 길에 내리는 눈이 금방 쌓이기 시작하고 길이 미끄럽다. 다행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어 12시경에는 영덕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강구에서 낚시점에 들리니 몇 사람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찌낚시는 안 되겠군!"
"예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요."
"나는 원투나 치렵니다."
"오히려 그 편이 좋겠습니다."
홍무시를 찾으니 씽씽하지가 않다. 이 날씨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주인 아줌마가 미안해  한다.

바다는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후려치고 겨울비는 바람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이만한 파도에 물러 설 내가 아니다. 5미터가 넘는 파도 속에서 5짜를 3마리나 건진 왕년의 내 실력이 있질 않는가!

해안을 타고 올라가면서 방파제마다 차를 세우고 포인터를 물색한다.
대부리 상봉횟집 뒤를 한참 바라본다. 여기서 하룻밤에 7마리를 건진 일도 있었지!
그곳은 아무리 파도가 세어도 유일하게 원투를 던질 수 있는 장소다.
수심이 깊고 앞에 있는 갯바위가 파도를 막아준다. 여기서 할 수 없으면 영덕부근은 아무 곳도 할 수가 없다.

창포 방파제!
파도가 간혹 삼발이를 넘지만 끝 부분은 넘지를 않는다.
북동풍이 불지만 방파제를 은폐물을 삼아서 차를 세우고 파라솔도 폈다.
바람도 비도 걱정이 없다. 원투릴에 우선 오징어 내장을 달아서 던지고 담배를 피워 문다.

낚시꾼들은 왜 담배를 많이 피울까?
조행기마다 채비를 던지고 담배를 피는 대목이 드라마의 밥 먹는 장면처럼 단골로 등장한다. 사실 채비를 던지고 담배를 피워 무는 맛이란 정말로 좋기는 하다.

나의 지긋한 사람이 우의를 입고 민장대로 놀래기를 잡는다고 선착장 주변을 맴돌다 가고, 얼마 후 젊은이 한 사람이 와서는 밑밥을 뿌리며 감성돔을 부르다 소식이 없으니 또 돌아가고, 또 얼마 후 청춘남녀가 우산을 쓰고 민물 릴대로 놀래기를 잡다가 돌아갔다. 

혼자 방파제를 지키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커피한잔과 담배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채비를 꺼내니 파도에 밀려온 수초가 감겨 더구나 높은 파도에 낚시대가 끌려서 도저히 낚시를 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해거름 첫 입질 시간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

원투대에 오징어를 달아 던지고 홍무시는 아껴 두었다.
간혹 찌를 던지기도 하면서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영덕경찰서 창포출장소에 알려드립니다. 지금 동해안에 태풍주의보가 내렸고 파도가 높으니 낚시하시는 분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뿐이다.

조금후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경찰관이 의경을 데리고 나타났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몇 년 전에는 티코가 파도에 휩쓸려 간 적도 있지요. 그래서 내항 쪽으로 앉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좌우지간 조심하십시오."

무슨 청승인지 모르겠다. 낚시를 하지 않으면 누가 벌금이라도 물리는지...
조금 후 마누라가 전화를 해서, "한 마리 잡았슈?"한다.
"감성돔이 누구 집 강아지냐?  쉽게 잡히게..."
"그럼 그 빗속에 왜 갔슈?"
"안 오면 병날 것 같아서."
"지금 몸살감기를 앓고 있잖소, 빨리 오시오. 비가 점점 심해지니.."

드디어 어둠이 내린다.
내 옆에 2명의 꾼이 찾아오고 방파제 위에도 4명의 꾼들이 붙는다.
들판의 농부는 얼굴만 봐도 알아 볼 수 있다. 굵은 손마디를 보지 않아도 모자 쓴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비 오는 겨울밤바다 찌를 날리는 보습을 보지 않아도 그들의 복장이나 얼굴만 봐도 그들이 대물을 노리는 감성돔 꾼임을 직감하다.
"오늘 감이 어떻소?"
"그냥 물 보러 왔지요."
"고기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게 정답입니다."

원투릴을 한 대를 더 꺼내 아껴두었던 홍무시를 달고 케미를 꽂아 낮에 봐 둔 갯바위를 향해 던지고 목이 빠지게 바라본다. 겨울비는 계속 내린다.
얼마 후 우측대가 휘청 튄다. 놈이 입질을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대를 잡고 릴을 조금 감아 본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입질을 하지 않아 꺼내보니 미끼를 따먹고 없다.
홍무시가 너무 허물허물 했던 탓이다. 감성돔을 미끼를 보면 계속 덤벼들기 때문에 미끼가 튼튼하고 길어야 한다. 모든 상황이 좋지가 않다.

그렇게 우산 속에서 담배를 피면서 어둠 속에 세워 둔 길다란 원투대가 한 번만 휘청거리기를 기다리는데, 옆 사람들이 철수를 한다. 조금 후 방파제 위를 보니 모두다 철수를 하고 아무도 없다.
동해바다는 나 혼자 지키고 있다. 겨울비는 계속 내린다.

바닷가는 비가 내리지만 안동으로 가는 산길 특히 황장재나 가릿재는 눈이 쌓일 것이다.
서둘러 대를 걷는다. 영덕을 벗어나니 진눈개비가 내린다.
다행이 길에는 쌓이지 않았지만 1시간 남짓한 거리를 2시간이 걸렸다.

집에 들어오니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장모님, 마누라, 딸, 사위, 외손녀, 딸애의 친구내외가...
나는 허허...웃고 말았다..
감생이가 뭐길레....(끝)



추천 1

1등! Bigdduksae 02-12-09 20:00 IP : 60ddd5f9dd00543
안동어뱅이 선배님.추운 날씨에 결국 손맛은 못보셨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언제 바다에 대를 드리우고 망망한 바다를 한번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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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물사랑 02-12-09 22:33 IP : 60ddd5f9dd00543
그예 가셨더란 말씀입니까?
주의보가 터졌다는데도...
온 바다가 허옇게 뒤집어지고 방파제가 온통 샤워장이 되어있을 동해고요....

하긴 집안에 계셔서 맘병이 도지실 정도라면 물을 뒤집어 쓰시더라도
가셔야겠지요.

고생 많으셨고요,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다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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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황상붕 02-12-10 10:26 IP : 60ddd5f9dd00543
오랫만입니다 가끔씩 님의글 보고 눈낚하는 포항의 환상붕입니다
맹물에서 짠물보러 동해까지 오셨는데 감생이 맛을 보지못해 서운하셨겠네요
저는 양포쪽부터 칠포까지 해안도로 일주겸사해서 한바퀴 돌아봤는데 전부가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그날 황천3급인줄은 일고 가셨나요? 저승사자도 3급에는 쉬다가 온대요 그럼 다음 날 좋은날 오셔서 좋은 손맛 보고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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