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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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re] 나 홀로 바다에

중구에서 박 IP : 2d8964491ed0f01 날짜 : 2002-12-09 16:24 조회 : 3346 본문+댓글추천 : 0

어뱅이님의 눈비오는날씨에도 강행한 낚시열의가 정말 대단하군요.
끝까지 감생이 손맛보려고 버티고 있었다는것이 그인내심에 새삼존경
합니다.
한마리 아니 세마리정도 잡았으면 대구시내에서 소주한잔 하였을것인 데 조금믄 안타깝군요.
아뭏든 단독출조는 돌발적인 안전사고에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몸조심하며 즐낚하시기 바랍니다.
중구에서 박
>나 홀로 바다에
>
>주말 토요일은 성금모금에 시간을 보냈고,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겨울비는 정말로 싫다. 산불방지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
>일찍 일어나 창문을 몇 번이나 열어보고 131 기상대로 전화를 해보니 동해안에 주의보가 내렸고 파도 3~4미터가 된다고 한다.
>
>그렇다면 원투릴이 효과가 있다는 생각으로 릴을 3대를 챙겨놓고 일요일 늦잠을 자는 마누라를 깨워서 아침을 달라고 조른다.
>
>비 오는 겨울 안동에서 동해안까지 낚시를 갈 사람도 없겠지만 그럴 때는 혼자 가는 것이 상책이다. 마누라가 같이 가겠다고 나서지만 비가 오는 관계로 혼자 나선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컵라면을 하나들고....
>
>안동에서 영덕 경계를 넘어서니 함박눈이 내린다.
>이미 산 위는 하얗게 눈이 덮혔는데 길에 내리는 눈이 금방 쌓이기 시작하고 길이 미끄럽다. 다행이 제설작업을 하고 있어 12시경에는 영덕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
>강구에서 낚시점에 들리니 몇 사람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찌낚시는 안 되겠군!"
>"예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요."
>"나는 원투나 치렵니다."
>"오히려 그 편이 좋겠습니다."
>홍무시를 찾으니 씽씽하지가 않다. 이 날씨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주인 아줌마가 미안해  한다.
>
>바다는 거센 파도가 방파제를 후려치고 겨울비는 바람을 타고 내리고 있었다.
>이만한 파도에 물러 설 내가 아니다. 5미터가 넘는 파도 속에서 5짜를 3마리나 건진 왕년의 내 실력이 있질 않는가!
>
>해안을 타고 올라가면서 방파제마다 차를 세우고 포인터를 물색한다.
>대부리 상봉횟집 뒤를 한참 바라본다. 여기서 하룻밤에 7마리를 건진 일도 있었지!
>그곳은 아무리 파도가 세어도 유일하게 원투를 던질 수 있는 장소다.
>수심이 깊고 앞에 있는 갯바위가 파도를 막아준다. 여기서 할 수 없으면 영덕부근은 아무 곳도 할 수가 없다.
>
>창포 방파제!
>파도가 간혹 삼발이를 넘지만 끝 부분은 넘지를 않는다.
>북동풍이 불지만 방파제를 은폐물을 삼아서 차를 세우고 파라솔도 폈다.
>바람도 비도 걱정이 없다. 원투릴에 우선 오징어 내장을 달아서 던지고 담배를 피워 문다.
>
>낚시꾼들은 왜 담배를 많이 피울까?
>조행기마다 채비를 던지고 담배를 피는 대목이 드라마의 밥 먹는 장면처럼 단골로 등장한다. 사실 채비를 던지고 담배를 피워 무는 맛이란 정말로 좋기는 하다.
>
>나의 지긋한 사람이 우의를 입고 민장대로 놀래기를 잡는다고 선착장 주변을 맴돌다 가고, 얼마 후 젊은이 한 사람이 와서는 밑밥을 뿌리며 감성돔을 부르다 소식이 없으니 또 돌아가고, 또 얼마 후 청춘남녀가 우산을 쓰고 민물 릴대로 놀래기를 잡다가 돌아갔다. 
>
>혼자 방파제를 지키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커피한잔과 담배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채비를 꺼내니 파도에 밀려온 수초가 감겨 더구나 높은 파도에 낚시대가 끌려서 도저히 낚시를 할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해거름 첫 입질 시간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
>
>원투대에 오징어를 달아 던지고 홍무시는 아껴 두었다.
>간혹 찌를 던지기도 하면서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영덕경찰서 창포출장소에 알려드립니다. 지금 동해안에 태풍주의보가 내렸고 파도가 높으니 낚시하시는 분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나 혼자 뿐이다.
>
>조금후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경찰관이 의경을 데리고 나타났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몇 년 전에는 티코가 파도에 휩쓸려 간 적도 있지요. 그래서 내항 쪽으로 앉았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좌우지간 조심하십시오."
>
>무슨 청승인지 모르겠다. 낚시를 하지 않으면 누가 벌금이라도 물리는지...
>조금 후 마누라가 전화를 해서, "한 마리 잡았슈?"한다.
>"감성돔이 누구 집 강아지냐?  쉽게 잡히게..."
>"그럼 그 빗속에 왜 갔슈?"
>"안 오면 병날 것 같아서."
>"지금 몸살감기를 앓고 있잖소, 빨리 오시오. 비가 점점 심해지니.."
>
>드디어 어둠이 내린다.
>내 옆에 2명의 꾼이 찾아오고 방파제 위에도 4명의 꾼들이 붙는다.
>들판의 농부는 얼굴만 봐도 알아 볼 수 있다. 굵은 손마디를 보지 않아도 모자 쓴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비 오는 겨울밤바다 찌를 날리는 보습을 보지 않아도 그들의 복장이나 얼굴만 봐도 그들이 대물을 노리는 감성돔 꾼임을 직감하다.
>"오늘 감이 어떻소?"
>"그냥 물 보러 왔지요."
>"고기 마음 아니겠습니까."
>"그게 정답입니다."
>
>원투릴을 한 대를 더 꺼내 아껴두었던 홍무시를 달고 케미를 꽂아 낮에 봐 둔 갯바위를 향해 던지고 목이 빠지게 바라본다. 겨울비는 계속 내린다.
>얼마 후 우측대가 휘청 튄다. 놈이 입질을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대를 잡고 릴을 조금 감아 본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입질을 하지 않아 꺼내보니 미끼를 따먹고 없다.
>홍무시가 너무 허물허물 했던 탓이다. 감성돔을 미끼를 보면 계속 덤벼들기 때문에 미끼가 튼튼하고 길어야 한다. 모든 상황이 좋지가 않다.
>
>그렇게 우산 속에서 담배를 피면서 어둠 속에 세워 둔 길다란 원투대가 한 번만 휘청거리기를 기다리는데, 옆 사람들이 철수를 한다. 조금 후 방파제 위를 보니 모두다 철수를 하고 아무도 없다.
>동해바다는 나 혼자 지키고 있다. 겨울비는 계속 내린다.
>
>바닷가는 비가 내리지만 안동으로 가는 산길 특히 황장재나 가릿재는 눈이 쌓일 것이다.
>서둘러 대를 걷는다. 영덕을 벗어나니 진눈개비가 내린다.
>다행이 길에는 쌓이지 않았지만 1시간 남짓한 거리를 2시간이 걸렸다.
>
>집에 들어오니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장모님, 마누라, 딸, 사위, 외손녀, 딸애의 친구내외가...
>나는 허허...웃고 말았다..
>감생이가 뭐길레....(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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