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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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휴~ 땀나네... 문경 수로 조행기 후편
여전히 바람은 강하게 분다.
물결이 일어 찌가 오르락내리락한다.
물결 때문에 찌가 올라오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려고 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금씩 발이 시려온다.
발을 난로 앞으로 바짝 당기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보지만 시리기는
매 한가지다.
옆에 준비해둔 모포를 꺼내 덮을까 하다가 애써 외면해버렸다.
아직은 참을만 하기 때문이다.
골뱅이가 맛이 없는 것일까 전혀 찌의 움직임이 없다.
영하의 추운 날씨 때문에 낚시대 끝엔 얼음이 주렁주렁 달렸다.
잠시 찌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 넓은 곳에 낚시하는 사람이라곤 나 혼자 뿐이다.
저 건너편 도로 위로 꽤 많은 차들이 지나다닌다.
다들 나를 쳐다보고 웃는 것만 같다.
후후....
과연 저 사람들은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미쳤다고 할테지...
하긴 미쳐도 한참 미쳤지.
이 추운날 낚시는 무슨 얼어죽을 낚시야...
급히 오느라고 지렁이를 안 사온 게 걸린다.
입질도 없고 배도 고픈데 어디 가서 밥이나 먹고 올까?
좋아...
시내로 나가서 좌우를 둘러보니 왼편에 낚시가게가 보인다.
가게로 들어갔더니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지렁이를 한통 사고 요즘 조황이 어떠냐고 여쭈었더니
좀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씨알이 잘다고 하신다.
얼음 얼기 전 까지는 낚시하는 분들 더러 있다고....
근처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데 대를 편 자리가 어딘 지
잘 분간이 안 된다.
저쪽 어디였던 것 같은데 어디지? 조금만 더 가볼까?
이상하다.!
아까 왔던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조금 더 지나쳐온 것 같다.
그런데 앞을 보니 차를 돌리려면 한참을 더 가야할 것 같다.
에이.. 여기서 살짝 돌려서 가야겠다.
길이 좀 좁지만 몇번 왔다갔다 하면 되겠지 뭐.
길 옆으로 바짝 붙인 후 후진을 하려는데 소리만 요란하고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어 이게 왜 이래? 어디 다시 한번....
다시 후진을 시도했지만 굉음만 요란할 뿐 차는 꼼짝도 안 한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자갈길 옆 진흙 속에 조수석쪽 바퀴가 푹 빠져 있다.
더구나 차체가 조수석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운전석쪽 바퀴에
제대로 동력 전달이 안돼 전혀 힘을 못쓰고 있다.
아이고 이거 큰일이네....
일단 납작한 돌을 찾아 바퀴 뒤에 깔고 다시 한번 후진을 시도했지만
역시 소용이 없다.
아이고오... 진짜 큰일이네 이거...
이번엔 나뭇가지를 꺾어 바퀴 앞뒤로 흙을 좀 파내어 약간의 공간을 만들었다.
가뜩이나 차체가 낮은데다 연장도 시원찮아서 흙이 잘 파지질 않는다.
적당히 편평하게 다듬은 후 다시 후진을 시도....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또 제자리에서 헛바퀴만 돈다.
휴~~~~ 땀나네 이거...
다시 차에서 내려 살펴보니 점점 더 바퀴가 흙 속에 파묻히는 것 같다.
점점 걱정이 된다.
이거 낚시도 못하고 차 빼내다 시간 다 보내는 거 아냐...
뭐 좋은 수가 없을까?
무슨 못쓰는 천쪼가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트렁크를 열어봐도 별
쓸만한 게 없다.
몇번 더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봐야겠다.
다시 차에 타고 전진후진을 반복했지만 약 30cm 정도 밖에 움직여지질 않는다.
이걸 몇차례 반복하다보니 구슬땀이 흐른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람.
에라 모르겠다. 조금만 더 해보고 안되면 이제 포기다.
다시 차에 타고 앞으로 붕, 뒤로 붕, 다시 앞으로 뒤로......
어라!
아까보다는 조금 더 많이 움직여지는 것 같다.
잘하면 탄력이 붙어서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번 더 전진후진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빠져나오는데 성공.
휴우~~~~~~
바빠죽겠는데 한 40분 정도는 까먹은 것 같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아 차례로 대를 꺼내 골뱅이를 떼어 버리고 대신
지렁이를 달았다.
통통한 놈으로 10마리씩...
서서히 해가 지려는 지 조금씩 더 추워진다.
드디어 모포를 꺼내 덮었다. 막대기도 필요 없다.
그냥 무릎 위로 걸쳐 놓고 있으면 된다.
한결 낫다. 찬 바람이 들어오는 탓에 텐트 앞쪽도 자크를 올려 반쯤 가려놨다.
앞쪽으로 바람이 덜 들어오니까 좋긴 한데 이젠 찌보기가 나쁘다.
맨 오른쪽 찌를 보려면 고개를 쑥 내밀고 봐야 하는데 이렇게 조금 있으니까
목이 다 아프다.
허허...
웃음이 나온다. 이게 무슨 짓인 지 모르겠다.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서서히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게 휘몰아치던 바람도 이젠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하다.
케미를 꺾어 달았다. 날이 추워서인 지 별로 밝지가 않다.
바람이 자니까 찌 보기가 한결 좋다.
그러나 불빛이 희미해서 잘 보이진 않는다.
딱 한번만이라도 찌를 올려주길 기대했지만 포인트를 잘못 잡은건지
붕어들이 움직이질 않는건지 찌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여덟시다.
조금 더 있어봐야 시간낭비란 생각이 든다.
에이고... 가자 가....
아쉽지만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내년에 형님이랑 다시 와야겠다.
이젠 입질 한번 못봐도 크게 실망스럽진 않다.
서서히 대물꾼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아! 문경의 강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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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하하 뚝새님 넘 잼났어요...ㅎㅎ
삼편까지 길게~ 갈것이지 ....
하여간 그 열정........대단하십니다..
뚝새님을 위해서 좋은 못 두군데는 걍 백수가 양보할께요 -_-;;
억시 아깝지만.......쩝...... 걍 드릴께요 ㅎㅎ
고생했어요.......... 그리고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 분위기가 막!!! 느껴집니다........
다음에는 같이 한번 그런 분위기를 느껴봤음 하는 작은 소망이있습니다
기회가된다면요............백수드림(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