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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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지난 8월 빗속 조행

금호강 IP : aebdba8ec530ce6 날짜 : 2003-02-07 14:55 조회 : 3370 본문+댓글추천 : 0

2002년 장마철 얘기다.
휴대폰이 울린다.
나의 낚시벗 일명 박조사다.
"어디고"?
"와"?
"내 죽이는데 알아놨다. 가까?"
"가자"
마눌한테 오만 알랑방귀를 끼고는 허락을 얻었다.
1박 2일이다.
벌써부터 마음은 죽이는 못에 가있다.
박조사를 만나 두꺼비 4마리와 돼지수육, 그 외 각종 필요양식과
미끼를 샀다.
"근데 어디고?"
박조사 왈 "용성 꼴짜기다"
"아는 사람 처가가 거거라는데, 내 2시간 동안 쪼르고 쫄라서 겨우 알아냈다 아이가"
난도 말로만 들었는데 잘 찾아낼지 모르겠다.
일단 가보자" 칸다.
용성을 지나 골짜기로 접어들고도 한참을 올라간다.
경산에 이런 골짜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산중이다.
임도로 접어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벌써 임도는 몇일전 내린비로 인해
말이 아니다.
박조사 왈 "내 차는 아란도 아이가" 코란도급 아반떼....
그렇게 한참을 또 올라간다. 인가도 없고 낮인데도 무서울 정도다.
차가 오르지 못하는데서부터 우비를 챙겨입고, 장화신고, 짐이란 짐은
다 들고 걷기 시작했다.
비는 점점 더 거세진다.
슬슬 여기가 맞나?. 이런곳에 과연 못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해병대 출신인데 끝가지 가보자 마음을 다진다.
임도에서 잘 보면 못이 보인다 했는데, 도무지 우거진 숲과 내리는 비로인해
찾을수가 없다.
짐은 얼마나 무거운지 우비속에서 김이 오른다.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찾을수 없다. 무조건 계곡으로 내려갔다.
소나무 가지에 가방이 걸리고, 수풀속에서는 독사가 튀어나올 것 같다.
박조사 왈 "이래서 그 양반이 무서워서 밤낚시는 못할꺼라고 했나" 칸다.
그렇게 1시간여를 헤맸다.
계곡을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계곡에 안개가 끼인다.
그때 안개 사이에서 못 귀퉁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완전히 심봤다 수준이다.
갑자기 짐이 가벼워지며, 없던 힘이 솟는다.
약 4-5백평 되는 산속 소류지다.
언듯보기에도 손때라고 묻지 않은 처녀지다.
군데 군데 수초도 보인다.
히야 아직까지 이런 못이 있다니 감탄 감탄이다.
그런데 문제는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다. 약 20분간에 걸친
자리정비를 마치고, 대를 폈다. 위에 뻗은 소나무 가지 때문에
2칸짜리 2대만 폈다. 박조사는 2칸, 2.5칸...
파라솔을 펴고, 일단 두꺼비부터 잡기 시작했다.
두당 1마리, 나머지 두 마리는 야간용....
돼지수육은 식은지 오래되었지만, 대를 피고 난 뒤의 그 기분과
담배맛 술맛은 말로 안해도 다 아시겠지요?.
더군다나 이런 경치에 안개에 바람도 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친한 벗과 함께한 자리... 행복해 진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해치우고 드디어 낚시돌입.
미끼는 지렁이...
수심 1미터 50정도, 보기보다 수심이 좋다. 수질도 너무 좋다.
자생 새우도 보인다. 못은 작지만 마른적이 없다고 하니
은근히 대물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두 대째 미끼를 다는데 왼쪽대가 꿈틀 꿈틀한다.
조금 있으니 한마디 두마디 올리기 시작한다.
일단 한번 지켜보자.
숨까지 참아가며 찌를 노려본다. 과연 어떤 놈일까?.
멈추었던 찌가 갑자기 쑤욱 오른다.
챔질... 제법 힘을 쓴다. 위에 있는 소나무가 신경쓰여 대를 옆으로
끌었다.
손 끝에 전해지는 감동 감동...
올려보니 7-8치급 참붕어다. 그런데 그 빛깔이 완전히 황금색이다.
힘도 좋다. 일반못과는 달리 몸체에 비해 머리와 주둥이가 굉장히 큰 놈이다.
그 후 5분에 한 마리꼴로 계속 올라온다.
고생한 보람이 이런건가...생각된다.
분명히 밤에 새우를 쓰면 대물이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지렁이가 모자랄 정도로 잡아내었다.
아마 이런 고기는 회로 먹어도 괜찮을것만 같다.
그렇게 정신없는 사이 어둠이 몰려온다.
주위가 어둑어둑 해지면서, 갑자기 공포감이 든다.
박조사도 마찬가지... 계속해서 내린비로 퇴로가 차단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생긴다.
박조사 왈 "오늘은 접자" "잘못하다가 더 어두워지면 산중에 고립될 수도 있다"한다.
나도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하자고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잡은 수십마리의 고기는 다시 놓아주고,
 그렇게 그날의 처녀지 조행을 마감했다.
그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곳을 찾지 못했다.
올해 날만 풀리면 그때는 단단히 준비해서 다시
그곳을 찾을 것이다.

죄송하지만, 장소는 비밀입니다.
말로는 설명드리기도 너무 어렵고요.
여러 조사님들 양해 부탁드립니다.
올해 다시 도전해보고 또 조행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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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관리자 03-02-07 16:11 IP : 60ddd5f9dd00543
좋은 곳이군요.. 하지만 백수는 끝까지 따라갈랍니다 ^^

올해는 그곳에서 월척하시어 사진과 함께 올려주세요..

너무 머찐곳이군............. 백수비밀지(이름모를지)와 비슷한곳입니다..^__________________^
추천 0

2등! 물사랑 03-02-08 05:20 IP : 60ddd5f9dd00543
금호강님과 박조사님 두분은 저처럼 철부지는 아니시군요.
저는 미련 떨다가 차 빠지고 낭패 당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미련을 떨치고 대를 접을수 있는 그 여유를 배워야 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올해의 조행기도 기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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