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씨네 집에는 석씨와 그 아내 건씨 그리고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원래 석씨네는 매우 가난했는데 옆 동네 부자인 미씨네가 많이 도와주어서 이제는 조금 살만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석씨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미씨네 옆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동네 사람 모두 그 까닭을 몰라 의아해했지요. 석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도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전부터 석씨가 지공인지 천광인지 하는 무당과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봐서 그 무당이 그러라고 지시한 게 아닌지 의심할 뿐이었지요.
어쨌든 이사는 했고, 그럭저럭 지내게 되었는데, 최근에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미씨놈이 어느날 밤에 석씨네 딸 방에 몰래 들어가 못된 짓을 해버릴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는데, 이 미씨놈이 술 마시고 취한 김에 그 짓 한 것을 불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석씨네는 난리가 났지요. 장성한 아들은 당장 미씨놈에게 가서 모가지를 부러뜨려버리자고 했고, 동네 사람들도 석씨한테 가서 미씨에게 따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석씨는 묵묵부답. 아들이 노발대발하고 동네 사람들이 아우성치자 그제서 하는 말이 ‘미씨에게 가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협의해봐야겠다’라고 하는 것이었지요.
세상에 자기 딸이 그렇게 몹쓸 짓을 당했는데도 ‘협의’해보겠다는 대인배가 이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석씨가 원래부터 호인으로 유명했는데, 이제는 ‘천하의 대인배’라고 칭송받게 되었습니다.
스고이데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