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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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목,자유게시판] 낚시를 하다 보니 -21-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리느라 특별한 취미도 없이 지내다가
이제는 뭔가 취미다운 취미를 가져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에서는 다들 골프를 치기 시작하는 분위기였기에 언젠가는 시작할 요량으로
이미 골프채 세트를 하나 구해서 안방 한 켠에 세워 두었던 참이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친구 동생에게 문득 낚시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함께 남대문 낚시가게에 가서 2.0칸, 2.5칸, 3.5칸 세 대의 낚싯대를 샀습니다.
그 많던 남대문 낚시 가게는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한 군데 밖에 안 남아 있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의 인터넷 쇼핑 트렌드에 직격탄을 맞은 탓입니다.
처음 간 곳은 과거에는 아산만이라고 불렀던 평택호의 창룡리 석축이었습니다.
채비는 비닐 튜브에 조개봉돌을 눌러서 만든 양벌림 지렁이 낚시 채비였습니다.
찌 맞추는 법, 지렁이 꿰는 법, 챔질 타이밍 등을 차근차근 전수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완전 초보가 하룻밤 낚시에 20여 마리를 낚는 대박을 터트린 것입니다.
삼십여 년의 낚시 여정은 이런 식으로 코가 꿰어서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골프채 세트는 일 년 남짓 안방에 서 있다가 헐값에 팔려 나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토요일 오후에 갔다가 새벽 한두 시면 귀가하는 짬낚시 수준이지만
소싯적에는 아내를 주말 과부로 만드는 짓을 수없이 저질렀습니다.
다른 취미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고 유독 낚시에만 빠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고기가 걸려 나오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크든 작든 손맛이 어떻든 생명체로부터 느껴지는 전율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낚시에 점점 빠져들면서 환상적인 찌오름, 낚싯대에 따른 섬세한 손맛의 차이,
배우고 연구해서 직접 만든 채비가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 등에 심취했습니다.
밤새 꽝을 치다가 새벽에 일어나 물안개 사이로 거짓말처럼 올라오는 찌,
이름하여 찌르가즘에 전율을 느끼곤 했습니다.
조과에 상관없이 낚싯대를 펴고 경치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일주일 내내 방에 갇혀 있다가 탈출을 감행한 느낌이기도 하고
속세를 벗어나 아무 생각이 없는 블랙아웃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일주일 동안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하는 처지인지라
일요일은 쉬어야 하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에는 어김없이 낚시터로 향합니다.
부득이 토요일 낚시를 못하게 되면 일요일 낮에 잠시라도 다녀옵니다.
어쩌다 주말 낚시를 못하고 넘어가면 일주일 내내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취식이나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어부와 달리 낚시는 비용을 지불하는 취미입니다.
손맛터가 처음 생겼을 때에 그걸 낚시라고 하냐고 비아냥거리곤 했습니다.
어느새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이제는 제 자신이 손맛터 귀신이 되었기에
해보지도 않고 남의 말을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직립보행이 가능할 때까지는 낚시터에서 시간을 낚을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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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낚시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