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여러 회원님들이 올리신 조행기를 눈팅만 했었지 이렇게 올리기는 처음입니다.
처음이라 기분좋게 올려야하는데...
장문이 될 것 같은 예감이지만 여기에서라도 넋두리를 해야겠습니다.
이해해주십시요...
어제 오후 집에서 10여분 거리의 관리형저수지를 갔습니다.
가끔 가던 곳이라 사장님과도 잘 알구요.사진 보시면 어딘지 짐작 가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그 저수지는 이맘때면 관리실 앞 수초대가 잘 나오다보니 늘 북적거리던 자리였는데 요근래는 조용하더군요.
전 떡밥 낚시를 즐겨하는데다 북적거리는 게 싫어서 늘 맹탕에서만 했었는데,어젠 수초대가 웬지..
![paypic_1015078.jpg](https://cdn.wolchuck.co.kr/data/thumb/paypic/800px_thumb_paypic_1015078.jpg)
채비 다 끝내고 일몰이 너무 이뻐서 급하게 핸드폰으로 찍었습니다.
생각보다 이쁘게 나와서 카카오톡 배경으로도 올리고 기분좋게 짝밥을 달아 던졌습니다
30여분 하다보니 바람이 꽤 쌀쌀하더군요.
너무 추워서 일단 차에 들어가서 어떻게 할지..당장 난로나 옷가지들을 챙기러 집에 갈까?좀 더 있다갈까?
바람이 언제 잘까?하고 핸드폰 만지작거리는데 굉음과 함께 차가 흔들립니다.
"...뭔가...내 애마를...아직 돌도 안지난 아기를 누가 뽀뽀한건가?..."
뒤돌아보니 지나는 차도 없고...벌써 치고 간건가하고 둘러보니
![paypic_10161277.jpg](https://cdn.wolchuck.co.kr/data/thumb/paypic/800px_thumb_paypic_10161277.jpg)
사장님이 소각장 쓰레기를 태우셨는데 부탄가스가 터졌나봅니다.
놀란 마음은 둘째치고 사진이 어두워서 모르시겠지만 저 불꽃,소각장 3m도 안되는 거리에 제 장비가 펼쳐져 있는데.
비싼 장비들은 아니지만 저 녀석들 장만하려고 와이프한테 얼마나 애교 아닌 애교를 떨었는데.
혹시라도 불똥이 튀어서 의자,떡밥가방,낚시가방,펼쳐논 낚시대...그 때부터 장비에서 눈을 못 땝니다.
그렇다고 내려서 장비를 걷을수도 없고,차에서만 불똥이 안튀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 때 또 하나가 터집니다.
불똥이 여기저기 튀더니 바로 옆 화장실에 불이 붙습니다.
![paypic_10164295.jpg](https://cdn.wolchuck.co.kr/data/thumb/paypic/800px_thumb_paypic_10164295.jpg)
"아놔...미치겠네...."
안절부절 하는 사이 5개가 더 터지고 슬슬 화가 납니다.
물론 쌓여만 가는 쓰레기를 마냥 둘 수도 없으니 이해는 합니다만 가스는 분리수거를 하셨어야지ㅡㅡ
낚시하시던 분들도 그냥 버리면 어쩌는지...구멍 하나 뚫는 게 그리 어려운가.
화장실에 붙은 불,근처 잡초에 번진 불 끄느라 위험한데서 왔다갔다하시는 사장님을 보니 뭐라고 못합니다.
그걸 보며 스트레스 받느니 장비 생각말고 밤낚시 준비나 해오자!하고 뒤돌아 섰습니다.
집에 와서 늦은 저녁 먹으며,좋아하는 야구팀도 응원하고..그렇게 나와 도착하니 10시...4시간을 그냥...@
"어차피 밤낚시 할거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덩어리들 보겠지..."
흐뭇하게 캔맥주 한 모금 하려는데..매캐한 연기가 숨을 못 쉬게 만듭니다.
큰 불은 꺼졌지만 작은 불씨가 살아 자욱한 연기만 뿜어대더군요...
알아서 꺼지겠지했는데...1시간...2시간...(그 때 새삼 느꼈습니다.연기는 잘 생긴 사람 좋아한다고.ㅋㅋㅋ)
연기는 더 매캐해지고...
이러다 숨어있던 부탄가스가 또 터지는게 아닌가 싶어 떡밥그릇 하나 들고 왔다갔다하며 진화를 했습니다.
12시가 훨씬 넘은 시간...
매캐한 연기가 또 납니다.구석에서 불씨가 또 살아납니다.
일어나서 또 몇 번을 왔다갔다하며 껐습니다.
어수선하니 낚시도 할 맘도 없고...짜증도 나던 찰나...
왼편으로 10여m떨어져 낚시하던 조사분.수초 뿌리까지 뽑을 기세로 챔질합니다.
아름다운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아이 18!이게 뭐야@"
원줄이 터졌더군요.찌는 그 자리 그대로 ...
일어나 바로 뒤에 세워둔 차 트렁크를 열더니 뭔가를 꺼냅니다.
"풍덩!"
벽돌보다 큰..바위 던지는 줄 알았습니다.찌 건지겠다고..
그 분 7대 펴 놓으셨던데 그 찌를 꼭 그 때 건져야 했는지,
어두워서 뭘로 건지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최첨단? 장비를 풍덩하고 던지셔야 했는지..
옆에서 연기마시며 한 마리 잡겠다고 앉아있는 나는 안보이는지.
너무한다 싶더군요...나머지 6대로 해도 될터인데..
누군 낚시대 3개밖에 없어 3대 펴 놨남?혼자 궁시렁거리는데.
혼자 욕도 잘합니다.저 들으라고 한건지. 또 던집니다...못 건집니다...
포기했는지 조용합니다.
그나마 들어오던 잔챙이 입질도 뚝 끊어져버렸습니다.
참!이 지면을 빌어 인사드립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하얀 싼타페 차주분.덕분에 어젯밤에 낚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번쩍번쩍 광 낸 차만큼 낚시매너도,낚시 실력도 광 좀 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간 이 글 꼭 보시길 바라며,
못 보신다면 주워 듣기라도 하시길 바라며,
담엔 까만 그니발이 근처엔 오지마세요.
어젠 저보다 나이가 조~금 연배이신것 같아서 맥주로 달랬습니다만
만약 또 만나서 그런다면 어찌 변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 또 매캐한 연기가 눈과 코를 찌릅니다.
생명력 강한 것들...
막대기 하나 들고 쓰레기 뒤적거리며 물을 퍼 나릅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봤으면 소방관인줄 알았을겁니다.
잘 안쓰는 후레쉬 꺼내 어색하게 모자에 꽂고 작은 불씨 하나하나 다 찾아 껐습니다.
그제야 시원한 밤공기가 코로 들어오네요.
헌데 어지럽더군요...연기 너무 마셔서인지.속도 울렁거리고@
모르겠다 맥주나 마시자..
남은 맥주 한 모금에 밤하늘 쳐다보고.이어폰엔 좋아하는 노래도 흘러나오고.
2곡이 끝나갈 무렵 왼쪽에서 또 바위?던집니다.못 건집니다.
그 후로 30분마다 트렁크,조수석 쾅쾅 열고 닫네요..
새벽 4시
이슬맞고 청승맞게 앉아있는 제 모습이 한심스럽습니다.
주차장 앞에서 낚시하는 분 방해될까봐 멀리 세워둔 차에 가자니 짜증이 납니다.
혼자 매너 있는 척,배려하는 척 했던 제가 더 짜증납니다.
4시30분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하나하나 접는데 하얀 산타페 님.. 차에 들어갑니다.주무시러가나봅니다.
잘 주무시구려ㅡㅡ꿈엔 한 번에 찌를 건지시길...
다 쓴 부탄가스 꺼내서 니퍼로 화풀이 합니다.
그 저수지 재활용칸에 비참한 부탄가스보시면...저라고 생각하세요...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화가 나네요...
물론 여기 월님들은 안그러시는 거 압니다.
너무 화가나서 주절거려봤습니다...
노지 나가자니 이 동네가 외국인두 많고해서 겁나고.유료터 가자니 매너없는 넘들땜에 짜증나고.
화성 생활 4년째인데...강원도로 가고 싶네요...
거긴 조용하게 할 수 있는데...
첨 여기 왔을땐 낚시할 곳이 많아 행복한 비명을 질렀는데,
이젠 싫어지네요.한 군데만 있어도 조용했으면 좋겠네요..
낚시를 접어야하나요?이거 아니면 할 게 없는데...
아직두 머리가 띵 하네요...옷 갈아입었는데...냄새가 살 속에 파고 들었나봅니다..ㅎ
제가 낚시할 때 이어폰을 꽂는 이유는 노래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주위 분들 떠드는 소리 듣기 싫어서입니다.
왜...
혼자 낚시하면 조용하다못해 쥐죽은 듯 있다가 일행 하나 나타나면 사자가 되는지..
둘이서두.셋이서두 충분히 조용히 즐길 수 있는데...저흰 그랬는데...
손맛터에서두 일행들 밥 먹자고,입질 어떻냐고,,, 문자로 주고 받았는데...
막내 낚시 배우고 싶다해서 데려갔다가 재채기 한 번 했다고 무지 혼냈는데.
막내는 아직두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아들들 4살,2살때 낚시터,저수지 바람쐬러갔다가 조금 뛰었다고,
엄마 큰소리로 불렀다고 차에 끌고 가서 줘 팼는데...
지금은 4학년,2학년이지만 낚시터만 가면 알아서 조용히 있는데..
제가 낚시를 잘못 배웠나봅니다.
아버지 예전 취미가 붕어 낚시일 때 제게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그 땐 낚시에 관심이 없어서 귀담아 듣진 않았지만 한마디는 기억합니다.
"낚시하는 사람은 양반이다.취미로 낚시는 참 좋은 것이다."
아버지...아닌 사람도 많던데요?좋은 것만은 아닌데요? ㅡㅡ
중학교 때 어느 주말 아버지가 부르셨습니다.
"공부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이 되라.공부 잘하고 인간 안되면 필요없다.차라리 공부 못하고 인간 되는게 훨씬 낫다"
그 때 그 말씀 듣고 공부 포기하고ㅋㅋ인간이 되려 했는데...
저보다 못 한 인간이 많네요...
못다한 맥주 한 잔 더 해야겠네요...오전에 무슨 술이냐구요?
저...백수랍니다... ㅡㅡ낼이면 마흔인데...덴장...ㅎㅎㅎ
월님들 모두 좋은 날 되시구요...담엔 어떤 글로 인사 드릴런지 모르겠지만 그 땐 기분좋은 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전 운전 하시고.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