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터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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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 26 장렬히 전사하다

데미얀 IP : 9d0a9c9cc53e9e9 날짜 : 2015-06-26 10:34 조회 : 5013 본문+댓글추천 : 0

어제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를 했던지 여지껏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어지간해선 조행기를 쓰지 않지만 어제의 전투는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두들긴다.

오랜 가뭄 끝에 드디어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온다는 일기예보다. 대구경북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구름낀 날씨.
밤낚시를 하지 않는 나에게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 쾌조의 컨디션으로 물고기와의 전투를 할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아침일찍 낚시가방을 챙겨들고 올해 새로이 물고기를 전부 교체하였다는 가곡지로 향했다.
가곡지는 몇년전에 낚시대 두대를 부러뜨려 먹은 낚시터이다.

올해도 2주 전에 두번 다녀온적 있었다.
첫번째는 작년에 다른 손맛터에서 사용하던 채비로 도전하였다가 2시간만에 다섯대의 채비를 다 터뜨려 먹고 3시간만에 철수할 수밖에
없었으며 두번째는 여섯시간 동안 5수를 하였지만(이때도 채비는 두번 터뜨려 먹음) 내려쬐는 태양빛이 뜨거워 체력고갈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있는 낚시터이다.

이번에는 예비용 바늘과 목줄 채비를 넉넉히 만들어 두었기에 별다른 준비없이도 가방만 들면 바로 나설수 있었다.
아침일찍 나서서였을까 도로에 차량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막히지 않는 신천대로를 달려 현지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6시 30분.

간단히 커피 한잔하고 청심 26대와 23대 두대를 던져본다.
청심대는 허리힘이 좋고 휨새도 좋아 잉어 제압하기에 적절하기에 붕어전용탕 이외에서 즐겨 사용하는 대이다.

몇번의 헛챔질 후에 떡밥을 손톱크기만 하게 달아 투척하고 허리를 뒤로 빼고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찌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10여분이 흘렀을까 26대에에 찌가 깜빡하고 흔들리더니 물속으로 2센티쯤 잠긴채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다 싶어 얍하고 소리치며 낚시대를 잽싸게 잡아채는 순간
"핑핑핑"
낚시대에 전해오는 묵직한 느낌과 아울러 허공을 가르는 피아노줄 소리가 명쾌하게 내귀를 때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곧바로 잉어가 힘을 쓰기 시작한다
나는 낚시대를 쥔 오른 팔에 힘을 더주어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잉어는 반대쪽으로 째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방향을 틀어 움직여
왔다.
그순간 낚시대와 줄사이의 장력이 느슨해 지더니 낚시대를 쥔 손에 힘이 전달되어 오지 않는다. 빈바늘만 허공을 날아올랐다.
첫수는 5초도 안되는 순간적인 손맛만 남겨둔채 제갈길로 잽싸게 사라져 버린것이다

"쩝"
아쉬운 입맛만 다시고 다시금 떡밥을 달아 투척한다.

이번에는 5분도 안되어 다시금 26대에 입질이 들어온다.
입질형태는 처음과 똑같이 찌가 2센티쯤 물속에 잠기는 형태이다.

"으랏차차삐야"
잽싸게 손잡이를 잡아채 챔질하였다.
그순간 다시한번 아까와 같은 느낌으로 잉어란 놈이 맹렬히 힘쓰는게 아닌가

"어어어어..."
하는 순간 손에 느껴오는 허전한 감각.
낚시대를 들어보니 13호 바늘이 휘어져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바늘은 비록 13호 바늘이지만 허리가 가늘어 잉어용 13호보다는 좀 가늘다.
( 몇년전 내가 아는 노조사로부터 선물받은 바늘(1000개 둘이)이다. 아마도 이걸 다쓰기도 전에 낚시인생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26대에 연속해서 입질이 들어오길래 23대는 접고 26대 한대를 더펴 쌍포로 운용하기로 했다.
간단히 수심을 재고 찌맞춤을 한후 옆 낚시대와 약 30센티 간격으로 벌려 투척.

이윽고 다시 들어오는 입질.
그런데 이번에는 입질형태가 모호하다.
찌가 약간 들어가는 듯 하다가 5센티 가량 순간적으로 솟아오르고 그다음에는 잠잠해 지곤 한다.
고기가 아직 곁에 붙어 있는건지 아니면 이미 밥을 털어먹고 사라져 버린건지 알수 없는 형태가 계속 반복되는것이다

같은 형태가 몇번이고 반복되자 한대는 급히 내림채비로 바꾸기로 했다. 내림채비라고는 하지만 원줄 4호에 목줄 합사 2호 바늘은 13호로
무식한 내림채비이다. 찌만 내림채비로 바꾸고 봉돌만 편납으로 가볍게 해주었을뿐 나머지는 바닥채비 그대로인데 유료터 낚시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대비하는 나만의(?) 비법이라고 할수 있다.

내림채비로 바꾸고 보니 훨씬 투척이 간편하다. 떡밥을 달아 두세번 헛챔질한 다음 잉어란 놈이 먹기 좋게 이번에는 손톱만 하게 떡밥을
달아 올림대 옆에 투척하고서는 찌를 응시하였다.

몇분이 흘렀을까.지루해 할 틈도 없이 오른쪽 내림찌가 약간 흔들리는가 싶더니 2센티 가량 쑥 하고 들어간다

"아랏차차삐야"
속으로 소리지르며 오른쪽 낚시대를 잠아채는 순간

"쓔쑤쑹"
하면서 놈이 냅다 내지르기 시작한다

"어딜"
하면서 힘으로는 나를 이길수 없을거라고 생각하였지만 도무지 한손에 제압이 되지않는 놈의 무지막지한 속도와 힘은 미쳐 대응할 틈을
주지 않는다.
속으로는 옆의 낚시대를 치워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놈의 무지 빠른 속도와 힘은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아. 안돼"
놈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옆 낚시대 밑쪽으로 파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놈을 제압하여 낚시대를 세우기는 커녕 놈이 움직이는 대로 낚시대가 끌려가기 바쁘다
그렇지만 나의 자랑하는 명검 청심 26대는 최대한 활처럼 휘어지며 버티어 낸다

이젠 낚시대의 탄성에 제까짓 놈도 별수없이 힘빠져 내쪽으로 끌려오겠지 하고 마음먹는 내생각과는 달리 이놈은 다시한번 힘을 쓰며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그순간
"빠빠빠- 빡"
"슝"

가공할만한 파열음이 허공을 날아올랐다
내가 명검으로 자부하던 자랑스런 청심 26대는 처참하게 세동강이 난채 허리 부분에서 무수히 찢어진 상처를 남긴채 손잡이만 남아 있었다.

"이럴수가"
멍하는 순간 허탈함과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잠시후에 낚시대를 수습해 보니 손잡이가 세동강이 났고 손잡이 윗대의 맞물림 부분이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찢겨져 잇었다.

이런 형태로 낚시대가 부서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지만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잠시 전의 잉어인지 향어인지 모를 놈의
그 가공할 만한 괴력만 어렴풋 하게 떠오를 뿐이다.

잠시동안 정신줄 놓은 상태를 벗어나 아까 집어넣은 23대를 다시 내림 채비로 하여 발앞에 투척하였다.
옆의 26대는 올림 채비이므로 놈이 확실하게 물 때에만 챔질할 요량으로 까따까딱하는 입질에는 개의치 않기로 하고 23대에 집중하였다.

약 10여분이 흘렀을까
"쑥"
하고 확실한 신호를 주면서 23대에 입질이 왔다

"앗싸라삐야"
하면서 챔질하는 순간 놈이 힘을 쓸 겨를도 주지 않고 바로 낚시대를 치켜 들었다
이번에는 별다른 실랑이도 없이 10여초만에 놈은 굴복하고 내 발밑으로 끌려 나왔다.

발밑에서 대충 눈짐작 해보니 약 60센티 가량.
"그렇다면 조금 전의 놈은 도대체 어떤 놈이란 말인가?'
하면서 궁금증이 밀려온다

"설마 미터짜리는 아니겠지"
잠시 생각을 제쳐두고 다시금 투척한다
이번에도 23대에서 건져올린 놈은 좀전의 그놈만한 크기이다
"역시 짧은대가 대세우기도 편하고 제압하기도 편하군"

가볍게 두마리를 끌어낸 만족감을 만끽하면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가져본다
오늘의 가곡지는 내리쬐는 태양빛이 없을 뿐만아니라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더욱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
이제 슬슬 더위를 느낄만한 시간대였지만 아직까지는 쾌조의 컨디션이다.
내림찌를 쪼아보느라 눈은 약간 피곤하였지만 체력은 충만하다

다시 23대를 투척하고서는 26대도 떡밥을 갈아주었다
이번에도 역시 23대에서 입질이 왔다.
찌의 민감성은 역시 내림찌이다.
오전의 입질 빈도를 감안하면 26대에서도 수차례 입질이 왔지만 여전히 챔질 타이밍을 주지 않는 입질이었다
따라서 시선은 자연히 23대로 향하게 되고 그때 마침 입질이 들어온 것이다

"으랏차차"
가볍게 허공에 웃음을 날리며 낚시대를 잡아챈 순간

"이게 아닌데"
"어어어어---"

이번에는 좀전처럼 낚시대를 들어올릴수가 없다

"핑핑핑핑"
낚시대줄은 경쾌하게 허공에 피아노줄 소리를 울려대지만 낚시대는 내 의지와 달리 점점 수평으로 수면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안돼!!!"
하고 속으로 외치는 순간

버티기를 2,3초
"툭"
하고 낚시대줄은 싱겁게 끊어져 버리고 놈과의 전투는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짧은 대라고 무조건 쉽게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챔질하는 순간 낚시대를 30도 각도 이상 들어 올릴 수 잇느냐 없느냐 하는 순간에 승부가 갈려 버리고 만다

기억해 보니 좀전에 두번의 포획은 챔질순간의 타이밍이 놈이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재빨라 순순히 포획할 수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챔질
하는 순간 이미 놈이 고개를 돌리고 있어 도저히 놈의 힘을 낚시대와 내팔이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관건은 결국 낚시대를 얼마만큼 빨리 들어올릴수 있느냐인 것이었다.
이번에는 낚시대를 수면에서 20도 각도로조차 들어올리지 못한 탓에 순식간에 놈의 힘에 끌려 낚시대가 수면과 수평이 되고 수면에 초릿대
를 쳐박고 말앗으니 어찌 이길수 있었으랴?

혀를 끌끌 차면서 23대를 수납하여 낚시 가방에 넣고 이제는 26대 한대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놈들의 입질형태로 보아 올림찌 보다는 내림찌가 입질을 더 명확히 판단할수 있겠다 싶어 내림채비로 교체하였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내 온몸을 전율케 하며 죽음의 공포앞에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것처럼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나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 청심 26 전사-선우 청심의 초창기 제품으로 뒷마개가 금속으로 되어 있는 낚시대-는 그동안 무수한 전투를 치러
오면서도 한번도 상처입은 적이 없는 무적의 전사이며 내가 가장 미더워 하는 낚시대이다.

이번에도 낚시바늘과 목줄을 몇번 털리면서도 챔질과 힘겨루기 그리고 놈을 내발밑에 꿇리기 등의 과정을 믿음직하게 수행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크나큰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으니...잠시후에 나는 그 실책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 밖에 없었다

외대 낚시로 몇번의 챔질에 성공하였음에도 낚시바늘과 목줄이 약하여 놈들을 생포직전에 놓쳐 버린 나는 채비가방을 뒤져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가장 두꺼운 바늘과 목줄로 외바늘 채비를 하여 투척하고 다가올 놈들과의 전투에 대비하였다.

점심을 먹고나서였는지 커피한잔을 하는 여유를 가진 탓인지 아니면 점점 더워지는 날씨 탓인지 약 1시간여 동안 입질파악을 할 수가 없엇
다. 어느 순간 찌가 잠가는듯 하더니 바로 치솟아 오르는가 하면 스물스물 올라오다가 갑자기 쑥 하고 찌가 내려가질 않나 도무지 입질파악
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에 알아채게 되었지만 그건 그 거대한 놈의 탐색전이었던 것이었다
놈은 내 주의를 흐트려 놓으면서 유유히 그곳을 거닐면서 내가 주는 떡밥만 홀라당 받아먹고 있었던것이다

약 30여분동안 같은 형태가 반복되면서 슬슬 낚시에 짜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놈은 결정적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번에도 게속되는 입질형태로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또다시 떡밥 다 털렸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떡밥을 갈아줄려고 보니 이번에는
약간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좀전까지만 하더라도 스르륵 잠기던 찌가 감자기 솟아올라 챔질 타이밍을 잡지 못하였지만 이번에는 약 1센티 가량 찌가 잠기다가 올라오지
않고 가만히 있는것이었다.

순간 나는 집중했다
"옳지 그렇게 조금만 더"
하고 생각하는 순간 찌가 1센티 가량 더
"쏙"
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랏차차"
나는 냅다 소리 지르며 나의 애검 청심 26을 움켜 쥔채 챔질하였다
"옳다. 성공이다"
기선제압에 성공한 탓에 나는 손쉽게 낚시대를 45도 각도로까지 들어올릴 수ㅡ가 있었다

그러나 그 회심의 미소도 순간이었다. 잠시후 나의 안색은 일그러지기 시작햇다
"쇄에에엑"
하면서 놈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 가공할 힘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난 괴력이었다
"아 안돼----"
내 입가에서는 나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으으으으------으악"

신음소리도 잠시. 곧바로 신음소리는 비명소리로 바뀌고 말아ㅆ다
계곡에 울려 퍼지는 내 비명 소리에 젊은 가곡지 사장이 나와서 무슨일인가 하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모른채 놈과의 사투에 열중
하고 있었다

놈은 나의 챔질에 처음에는 힘쓰지 못한는듯 했지만 3초도 안되는 순간에 갑자기 힘을쓰며 고개를 호ㅐㄱ 돌리고는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놈의 움직임에 순간 적으로 낚시대를 놓칠뻔 하였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낚시대를 단단히 움켜쥐고 기선제압을 당하지 않으려고 낚시대
각도를 45도 이상으로 유지하엿다.

그러나 낚시대 각도를 45도로 유지하였다는 건 나의 의지 뿐이었다.
놈의 냅다 내지르는 괴력에 내 낚시대는 어느덧 거의 수면에 닿을 정도로 내려가 있었고 나는 놈의 힘에 이대로 굴복하고 마는가 하는 절망
감과 두려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만것이다.

그 비명의 효과였는지 놈이 드디어 방향을 바꾸어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끌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놈에게 공기를 한번도 먹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앗"
아니나 다를까 놈은 다시 냅다 내지르기 시자ㄱ하였다.이번에는 반대방향이었다
좀전에는 좌측방향으로 치고 나가더니 이버ㅗㄴ에는 우측 방향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슈-웅"
그 엄청난 괴력에 나는 다시한번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해ㅆ다.
"우우욱---"
내 입에서는 다시한번 알지못할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이 힘을 쓰는만큼 나또한 힘을 쓰느라고 쓰지만 힘이 딸리고 있음을 느꼈다
"으으으으으-------으아`
"으악~으ㅡㅡㅡ악:
다시한번 나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놈이 조금만 더 치고 나가면 초릿대가 물속에 잠겨버리고 말 정도로 낚시대는 이제 거의 수면에 닿을 정도로까지 내려와 있었다
"아 놈을 도저히 제압할 수 없단 말인가"
거의 체념할 상태에 이르른 순간 놈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다시 왼편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놈에게도 내 청심대의 가공할 만한 탄력과 줄과 바늘의 강인함을 단번에 끝내버릴 마지막 힘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놈에게 어서 바깥 공기를 한번 먹여야 하는데 하면서도 내 의지대로 놈을 바깥으로 단숨에 끌어내기에는
낚시대의 탄성과 내 기량이 2% 부족하였다
나의 청심대는 허리힘에서 버텨주기는 하였지만 놈을 밖으로 끌어내 공기를 먹일만한 강제진압의; 힘은 부족하엿던것이다

나의 낚시 기량 역시 놈에게 끌려가지 않고 낚시대 각도를 유지하는 정도였지 능수능란한 손놀림이 부족하였던것이다. 아니 어쩌면 놈이 그
럴 틈을 전혀 주지 않앗다고 하는 말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수분간 이어지는 사투와 그리고 간헐적으로 내지르는 나의 비명소리에 가곡지의 젊은 사장은 몇번이나 밖에 나왔다가는 들어가고 했지만
나의 온정신은 놈과의 전투에서 지지 않으려는 일념 뿐이었다.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비명소리를 네 번이나 내질렀던 것 같다.
그만큼 그놈은 물밖으로 나와 공기 한번 먹지 않고 물속에서 네번씩이나 방향을 바꾸어 가면서 내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그때마다 놈의 가공
할 만한 괴력에 두려움을 느껴 오십 넘은 나이에 창피한 줄도 모르고 가곡지 그 게곡에서 비명을 내질렀던것이다

내 낚시대가 수면에 닿을 정도로 내려가기를 수차례, 그 괴력의 소유자가 방향 바꾸어 내달리는 통에 내 온몸이 물속으로 딸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기를 수차례 그렇게 놈과의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동안 든든하게 지탱해준 나의 애검 청심덕분에 결국에는 놈에게 공기를 먹
일 수 있었고 놈을 내 발밑에 꿇릴 수가 있었다.

내 발밑에 드러낸 놈의 정체는 7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향어였다. 놈의 빵이 얼마나 대단한지 빵만 해도 월척급이었다(25센티 정도로 추정)

그때서야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니 가곡지 젊은 사장이 나를 내다 보고 잇는것이 아닌가
그순간 그 얼마나 쑥스럽고 창피했던지
"향어라서 그렇게 힘을 썼던것 같네요...."
하고 변명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앗다

"휴우-"
한숨을 내쉬고 나니 좀전의 일이 마치 무아지경속에 있다가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엇다

유료낚시터 경력 12년.
그동안 잡자 낚시터에서 처음으로 잉어를 걸엇을 때의 그 느김도 굉장했었지만 방금 전의 느낌 또한 처음으로 느껴본 굉장함 그것이었다

손맛 유료터 잉어의 약아빠진 입질에 식상함을 느껴 붕어 올림탕 위주의 낚시로 전향한지 오래건만 그동안 간헐적으로 잉어탕을 찾앗던 이유
가 잡자터에서 처음으로 잉어를 걸었을 때의 그 느낌, 아니 방금전 가곡지 낚시터에서 향어를 걸었을 때의 그 느낌을 찾기 위해서였던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아마도 평생 잊지못할 조행으로 남을 것 같다
2015년 6월의 어느 날 가곡지에서의 조행이.....
추천 3

1등! 와룡산하마 15-06-26 12:46 IP : 8b10dafebab77c2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것 같네요 ㅎㅎ
저도 비들지며 문양지에 잉어 향어 몸맛보러 부지런히도 다녔는데 붕순이한테 꼬시킴을 당해서 경주만 다니네요 이번주는 새벽 일찍 가곡지나 한번 가보고 싶네요 ^^
추천 0

2등! 왔썸맨 15-06-26 13:47 IP : 44a614d0c6ea19b
그놈(향순이)이 만년설삼을 먹은 향순이인가 보네요 ㅎㅎ

조행기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추천 0

3등! 水魚之交 15-06-26 21:23 IP : bd892cee1d50f9a
무서븐 향어 글을 참 재미있게쓰시네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추천 0

연봉일억 15-06-28 17:13 IP : 51c737e9d0050de
ㅎ 읽는내내 제손에 힘이 다 들어가네요
긴박했던 그순간이 절로 느껴집니다
대낚 몇번 꺾여본 사람만이 아는 긴박감을 잘표현해 주셨네요~~
대물만나 몸맛 두어번 느끼고나면 체력 고갈로 바로 대접어야 합니다

우아한 몸맛 보심을 감축드립니다~~^^
추천 0

스완카페트 15-06-28 17:30 IP : 818d105f74f93e7
피아노줄소리 나는 가곡지의 파워를 느껴보고싶네요

즐거운 조행기 잘 봤습니다...항상 행복하십시요~
추천 0

손맛용 15-06-29 02:25 IP : 6529d91fb41e789
데미얀님은 토요일 새벽에 들어가셨네요.전 일요일 새벽에 들어갔는데 옆에 계신 조사님들이 어느분 낚시대 완전히 박살났다고 하더군요. 사무실에서 왼쪽편 좌대에 그 시체가 청심시체? 갈기갈기 찢어졌던데요. 오늘 5시간해서 피아노 소리 한번 듣고 철수 했네요. 지난번에는 3수 찐하게 손맛봤는데. 가곡지 고기는 힘하나는 장사인듯. 담주도 시간되면 재도전 해볼라구요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