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회(納會)

빛바랜 낙엽이 한장
찬 물위에 떠서 흘러가노니
잘 가거라
시름없이 가볍게
무심한 바람에 실려
나는 가을구석 귀퉁이에서
한줌 햇볕에 몸을 맡기고 있네

늙은 고추잠자리 한마리
마른 풀섶에 앉아 가쁜 숨 쉬나니
편히 쉬거라
흥겨운 춤가락에
한세월 사랑놀이 행복했는데
고단한 날개 접어
햇살에 말리고있네

저무는 강가에 홀로
낡은 낚시대 펼쳐놓고 앉았노니
무상하여라
목젖이 아프도록
기다리던 사랑은 애틋하기만한데
오색찌처럼 멀리 있는 그대여
만나 볼 봄날을 꿈꾸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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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물낚시를 마무리합니다.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역시 빈손이네요.
강화도 해안의 야트막한 산위로 다홍빛 노을이 사위어지는것을 바라보며 미련없이 낚시대를 접습니다.
긴 그림자를 남기며 홀로 서있는 내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노을처럼 저무는 한해의 골목길에서 멀어져가는 꿈들과 악수를 나눕니다.

잘 가거라.
늘 가슴속에 간직해온 무심한 그대여.
당신의 마르고 차가운 손길이여.

이제 집에 가야겠습니다.
삶의 길은 채워지지않는 갈망과 사랑을 숙명처럼 보듬고 묵묵히 걸어가야하는 업보와 같은것인가 봅니다.
만나지 못할것을 알면서도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당신을 꿈꿉니다.
돌아오는 귀갓길, 가을의 마지막 절기가 지나간 차가운 대기속에는 벌써 겨울의 향기가 당도해 있네요.
차고 투명한 계절을 웃으며 맞이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