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쭈구리!(漁走九里)

조행기를 올릴 땐 아무래도 신경이 좀 쓰인다. 본의 아니게 특정 낚시터가 신통치 않은 듯한 느낌을 주거나,반대로 약간 과장이 되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어서는 안되겠기에..... 하기사 어쩌다가 고기를 많이 잡았거나,별난 사연이 있을 때 조행기를 올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괜히 신경을 쓰는 내 자신이 고약한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일직낚시터(안동시 일직면)를 찾았다.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구름장막에 간간히 비를 뿌리는 금요일 오전. 낮 낚시 하기엔 딱이다. [일직낚시터 전경,그리고 나의 과수원 포인트] 과수원 라인에만 입질이 없다. 가끔 잉어의 멋진 찌올림과 당찬 손맛을 보시는 분들이 있음에 저녁타임에 기대를 걸면서... 잉어? 그래! 잉어와 관련된 고사성어 어주구리(漁走九里) 얘기다. 중국 한나라 때의 일이다.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 한마리가 살고 있었는데...어느날 그 연못에 큰 메기 한마리가 침입하였고 그 메기는 잉어를 보자마자 잡아 먹으려고 하였다. 잉어는 연못의 이곳 저곳으로 메기를 피해 다녔으나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진 잉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뭍에 뛰어 오르게 되고 지느러미를 다리삼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그때 잉어가 뛰어간 거리가 九里였다고 한다. 그때부터 [능력이 안되는 사람이 센 척 하거나,능력 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주위 사람들이 '어쭈구리'라고 했다는 고사다. [바로 등 뒤의 과수원,사과와 밤송이는 영글어 가는데...] 나는 찌의 선택이나 찌올림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편이다. 찌 길이는 80cm 정도는 되어야 하고,하늘 끝까지 솟아 올라야 챔질을 한다. 그 고집스러운 집착 때문에 오늘 찾아온 행운을 '꽝'으로 마감할 뻔 했다. 왜 [향어]를 까맣게 잊었는지? 80장찌의 잉어 입질에 최면이 걸린 나는 계속 이어지는 향어 입질을 잔뜩 용만 쓰다가 챔질 한번 제대로 못해봤으니...... 밤 11시경,낚시대를 접고 있는데,찌 하나가 안보이길래 채 보니 향어였다. 그때서야 아~ 그래 향어였구나! 다시 투척하니 곧 바로 향어! 그렇게 두마리를 방생하고 낚시터를 나서는데 자꾸 웃음이 나온다. 밤 10시경이었던가? 커피를 가져오신 사모님께 "입질이 이상해요? 챔질 타이밍을 안주네요." 한마리도 못잡은 꾼에게 미안했던지 '모나리자의 미소'를 띄운다 笑而不答! 이태백의 [山中問答]에 나오는 그 유명한 笑而不答을 사모님이 보여 주셨어요. [낚시터를 끼고 흐르는 개울(미천)-수달이 서식하는... 그리고 해질녁의 낚시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