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그곳에 가고 싶다... 충남 부여군 충화면 / 소류지

입질이 없다. 아니 큰 입질은 없고 천방지축으로 가지고 논다.

나쁜 녀석들.. 장난치지 말고 쭈욱 밀어 올리면 얼마나 좋을까?

07년 8월 22-23일

이른 새벽의 그늘이 걷치기도 전 한 남자는 전날 여정의 땀냄새가 베어있는 낚시복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다 고운 꿈속에 생긋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며 무엇인가
가볍게 내려앉는 흥분된 가슴을 삼켜 내고 발길을 작업 현장으로 돌립니다. 
그 남자는 오랜 지병같은 마음속 불안증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이 쯤되면 중증이라..
 

이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좁은 산 언덕길을 따라 더이상 오를 길이 없는,

그 막다른 언저리에 인적이 전혀없어 무섭기까지 한 아주 작은 소류지..

전형적인 준계곡형이라 시원하고 분위기는 그럴 듯하지만 왠지 오싹하고 공포의 분위기로

작업에 충실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3000평이나 될까?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산 속에 있는 작고 고요한 소류지..

큰거 나왔다고 하나 왠지 침묵만이 흐르고 있는 이곳에 나 홀로 아~ 무섭다.

한 남자는 주변 상황을 먼저 점검 한 후 2.8/낚싯대를 꺼내어

중류권 수심을 좌우 앞 뒤로 체크하니 너무 깊습니다. 1.5-2m 권..

이리 앉을까 저리 앉을까,

그럴듯한 수초을 끼고 자리잡은 멋진 상류권 자리..
 

푸르른 앞산은 마음을 맑게 하고,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하의 음악이 흐르는 듯 하지요.

고기를 못잡아도 마음은 그지없이 편하고,

두고 온 가족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여유도 제법 지니게 됩니다.

 이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말도 많아지고 농담도 잘하게 됩니다.

무엇인가 잡긴 잡아야 하는데..

좀 소득 잇수~ 
 

감성돔 5호..

시나브로..

녀석들 귀신이다. 귀신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어찌 그리 야들야들한 배살만 파 먹는지..
 

강아지풀이 고개를 숙이면 찬이슬이 내린다는데..

작고 앙증맞지만 이다지 커다랗게 와 닿는
정녕 소박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강아지풀..
오늘도

그 잔잔한 모습을 그리려
이렇게
잔잔한 선율속으로 스며드는가보다...
 

동이 한창 터 있지만 안개가 뿌옇게 깔려오고...

엉기어 된 물방울은 소리없이 내렸지만 아침은 이렇게도 뻔뻔하다.

밤세 치친 푸르름이 일어납니다.

눈물이된 그리움이 땅밑으로 숨는다. 회색빛의 하루가 시간속에 걸려있습니다.

초새벽의 빛이 형형색색으로 변하면서 밝아오는 경이로운 숲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보기드문 아름다움.. 회색빛 안개는 한 남자의 곁에 살며시 찾아와 커피 한잔을...

기다림..

가을 오는 물가에서의 기다림.. 붕어를 기다리는 마음은 욕되지 않습니다.

물가의 고요한 정취에 몸을 맡기고, 찌가 솟아주기를 기다리는 담담한 마음.

우리네 삶 속에서 그나마 이렇게 붕어를 기다리는 단순무구한 시간을 따로 갖기는 어려울성 싶군요.

틈틈히 짬을 내서 물가를 찾는 여유로운 마음은 우리의 삶을 더욱 사려 깊게 할 것입니다.

이 시간,

모락모락 피어나는 풍경은 정말이지 황홀하다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강아지풀의 씨가 노랗게 영글어가면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가을입니다.

강아지풀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가을이 시작된 것입니다.

나만의 비밀스런 소류지로 꼭!꼭! 숨겨두고 싶은 그런 곳.. 
  

입을 열고 마셔도 텁텁하지 않을
뽀송뽀송한 바람을 타고 가을이 온다.

귀뚤귀뚤 또르르 노래하는 귀뚜라미는
외로움에 고개 숙인 남자마음 달래려
노래를 하고

찌르르 찌르르 노래하는 밤벌레들은
사색의 웅덩이에 풍덩 빠져버린
여인을 건져 내려 노래하는데

내리는 달빛만 마주쳐도 부끄러워
고개 숙인 해바라기마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 밤

나는 누구를 위하여
통기타 여섯 줄에 담은 가을 노래를
불러주어야 하나?

.

 예전에 써 놓았던 글

순간적인 챔질에 붕어는 마름 속으로 처박히며 달아나지만

이윽고 정적을 깨트리며 찰방 찰방 물을 튀기며 앞으로 끌려옵니다.

에게게~~ 이게 모꼬? 작다.

당일, ㅇㅗㄹ~ 새우로 큰 붕어에게 아무리 작업을 걸어도 넘어오지 않습니다.

퇴짜맞은 한 남자..

작업이 마무리 되자 어스름이 안개가 무대를 감싸더니 이내 맑아지며..

고난의 여름을 지나 가을의 풍요 속을 걸으니,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물을 찾는 마음이 흐믓하고 다감하여

어쩌면 내일은 큰 붕어를 낚을 것 같은 마음입니다.

우리 함께 가실까요?

짧은 대 두대만 손보아 놓으세요.

부들 사이로 한마디 빠알간 찌톱을 세워 고추잠자리가 그 위에 내려 앉는 것을 함께 구경하시죠.

만약에 그 고추잠자리가 살며시 날아오른다면 분명 큰 붕어를 낚을 수 있을 겁니다.

헤헤~ ^^

또 한번 아름다운 추억으로 심어 놓은 작은 소류지..


일년 중 대물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가슴을 설레이게 되지요.

봄의 산란기와 여름의 오름수위, 가을의 첫서리 무렵..

대물이 출현하는 이 시기를 우리는 벼르고 별러서 무슨 전장에라도 나가는

사람처럼 잔뜩 눈에 힘을 주고 대를 다듬고 줄을 갈며 바늘 끝을 손톱에 긁어봅니다.

결실의 이 계절에 한 남자는 한해를 마감하면서 대물을 만날 수 있을까요?

혹, 발 앞에서 떨구고 장탄식을 늘어 놓게 되는 건 아닌지...

.

.

잦은 글.. 익숙해진 이미지...

식상함을 주는건 아닐런지...
걱정도 됩니다.

미흡한 조행기..
관심갖고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올려주시는 우리 월척님들께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