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오 마이 워리

. . 나는 배웠다. 찌오름의 속도와 붕어의 크기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마치 본체를 숨긴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육중히 솟아오르는 찌오름을... 2006. 6. 30 [장소 : 청도 안태지] 오늘은 소중한 직장조우 몇 명이서 결성한 모임의 정출이 있는 날 이었지만... 아침에 직장 출근하면서 무엇 때문에 그리 서둘렀던지 휴대폰과 카메라, 소품(미니후레쉬, mp3, 낚시의복 등)이 빠진 상황에서 오후엔 출장 중 차가 퍼져서 소정 현금을 지출하기도 한 매우 텁텁한 하루 였습니다. 일과를 조금 일찍 마감하고 청도(안태지)를 향하는 마음은 그래도 홀가분 합니다 ‘낚시만세’에서 새우를 구입하여 목적지를 향하면서 줄곳 되뇌이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일전에 안계장터님이 그러더군요 “니는 카메라 들고 오면 출사하는 날이고 카메라 빼 먹으면 출조하는 날이 될 것이다. 고로 한 마리 할라카마 카메라 놔 두고 온나” 공교롭게도 본의는 아니지만 카메라도 놔 두고 왔을 뿐 아니라 낚시할 만한 복장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이 정출인데 빠질수는 없질 않나.. 왠지 오늘 사고 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안태지에 도착하여 하늘을 보니 꾸무리 한 것이 날씨 쥑입니다 남해로부터 서서히 북상중인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겠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어디 낚시꾼치고 비오는 것 싫어하는 꾼들이 잘 있을까요? 배수기 이후 많은 양의 비가 오면 새물찬스라 하여 고기들의 입질 활성도가 좋아진다고 하는데(상류 물골 언저리에서 마구 뛴다는데..) 제가 보기에는 물고기 만큼이나 꾼의 심장이 더 벌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 상류에 낚싯대를 널면서 내심 새물찬스도 기대하여 봅니다. 마름이 빽빽하게 덮혀 있지만 이미 수십일전부터 어떤분들이 몇 개의 구멍을 뚫어 놓은지라... 그것 정리하고 새구멍 더 내느라 잘 안쓰던 수초칼을 조우에게 빌려 마무리 작업하면서 느껴지는것 한가지가 있습니다 무슨 수초제거기가 이렇게 불편한거야... 대물꾼의 필수품 수초제거기는 반드시 업그래이드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직경 50cm정도의 10개 구멍을 특공대로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해 두었습니다. 이제 어둠이 내렸습니다. 크흐, 케미 꺽고 미끼를 달면서 작은 소망을 빌어봅니다 “제발 오늘 만큼이라도 준비한 새우 다 소비하게 하는날 되게 하여 주소서” 안태지는 징거미가 많아서 미끼를 잘 훔쳐갑니다만, 그래도 전 언제, 어디를 가든 준비한 미끼는 다 소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항상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둠은 깊어만 가고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밤 10시정도나 되었을까? 좌측부터 4번째(29대)에서 예신이 있는가 했더니 경박하진 않았지만 지저분한 입질이 찌불을 스무스하게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우측 맨 끝대(24대)에서 묵직한 입질이 찌 몸통까지 올라 왔을정도?(15cm) 인데도 동동거림은 없습니다 휘릭~~ 헛챔질.... 에구에구 아까워라 너무 일찍 당겼다는 자책감에 스스로 머리에 알밤을 먹입니다. 아유! 바보.. 바보..! 좌측4번대와 우측 끝대의 미끼를 교체하고 10분이 경과했을까? 좌측 4번대에서 예신에 이은 정직한 본신이 이어졌습니다 너무나 배운바와 같은 패턴이었기에 평소 때와는 다르게 침착히 숨고르기를 하였습니다. ------------------------------------------------------------------------------- 나는 배웠다. 찌오름의 속도와 붕어의 크기가 반비례한다는 것을... 나는 보았다. 마치 본체를 숨긴 잠수함의 잠망경처럼 육중히 솟아오르는 찌오름을... 그리고 정점에서의 동동거림... 강한 챔질.. 췌챙~ 뻐걱(대 뿌러지는 소리) 아뿔사! 그러나 챔질의 반동으로 발앞 수초까지 도달한 희푸연 물체 물 뒤집는 소리... 파르르 떨며 천천히 뒤따르는 느린 찌불... 급기야 느린 움직임도 멈추고 찌불의 미세한 떨림을 유지한 채 수초속에 멈춰있다. 크흐흐.. 그래 멀리 가지만 말고 수초에 주둥이 밖고 있어주렴.. 급히 주변에 SOS를 타전 했습니다. ‘누구 갈고리 있는 분 좀 가져와 주세요’ 건너편에서 58년붕띠님이 자신의 청강도에 갈고리를 달아 헐레벌떡 뛰어와 줍니다. 갈고리로 끊어진 찌불 주위의 원줄을 감아 당기기를 시도하였으나 찌불의 떨림으로 보아 수초속에서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는것 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선택할 방법은 한가지 뿐입니다 받침대 두 개를 걷어내고 입수하여 온몸으로 원줄을 감아쥐고 바늘에 제대로 걸린 놈을 건져냈습니다. 뭐야. 제법 큰데?... 잉어는 아니지?... 헉! 월척은 넘겠는걸? 장화속 가득찬 물을 철벅이면서도 연신 웃음이 납니다 크흐흐 나도 한바리 했넹.. 이거 흥분되넹^^ 자정 이 후 몇 번의 좋은 입질과 덜 후킹시킨 붕어의 앙탈소리가 한번 더 있었으나 젖은 몸을 닦고 말릴 겸 쪼으기를 포기하고 새벽까지 느긋하게 차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날이 밝아 대충 계측(35cm정도)하고 동출한 월척님이 한 컷 해 줍니다. 쑥스러워.. 병약한 노모 달여 드리러 집에 가져와서 다시 한 컷 해 봅니다 [출조개요] *기간 : 2006년 6월30일 금요일 오후 ~ 익일 오전 *장소 : 경북 청도군 안태지 *날씨 : 꾸무리 (빗방울 가끔) *수심 : 60 ~ 80cm *포인트 : 최상류 *미끼 : 새우 *조과 : 35cm보다 약간 더 길지만 체고는 불만인 월척 1수 *입질시간 : 자정 전 *출조조사 : 월척, 58년붕띠, K담당, 귀소본능 외 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