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낚시 안해..
낚시라면 지독한 몸살 감기로 끙끙 앓다가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위인이
아직 낮 열두시도 안됐는데 들어와서 한다는 소리가 "나 낚시 안해"이다
새벽에 나가 해 뚝 떨어져야 들어오니 어떤때는 학원가는 아이들하고
시간이 엇갈려 "아빠 이틀만이야 "소리를 듣곤 하는 사람인데
느닷없는 선언에 점심간식을 먹고있던 나와 딸아이가 뚱한눈으로 쳐다 볼수밖에 ..
아침만 해도 낚싯터에 앉아 "아침 먹었냐"뜬금없는 전화를 해대더니
담배 떨어졌고 새우 잡아야 하니 채집망도 하나 사서 가져다 주라던 간큰 위인
세상이 다아는 여존남비의 세상에서 낚싯터에 앉아 담배사오라 .밥 싸와라 하는
저 무지막지한 베짱은 어디서 나오는지 나중에 용하다는 국립과학수사원에 샘플로 증정할까보다
꽃피는 봄날 꽃놀이라도 함께가면 좋으련만 일보러 광주 가는길에
나무같지도 않은 가로수 벗나무에 다 피지도 않은 벗꽃 턱으로 가르키며
꽃 봤지 .. 우리 꽃놀이 한거다 하는 위인
세차 막해서 물도 다 마르지 않은 차를 끌고 비포장 농로길 흙탕물 묻혀가며
아침 밥먹었냐 .. 소리후 주문한 채집망을 갔다 주러 갈때만 해도
잠깐 자리비면 큰 일날것처럼 물건만 받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잘 가라 소리도 없이
냉큼 돌아가 물만 쳐다보던 이인데 나 낚시 안해 소리를 하니 뭔 소린지 ..
암튼 느닷없이 들어와서는 밥달라 해서 양판채 쳐 먹고 (하는짓이 미워 저도 막 가봅니다)
돌침대 온도 39도로 맞추더니 거실의 화분에 난잎이 흔들리도록 코를골고 자는
저 천하의 독불장군
딸아이와 점심먹고 오후 산책하고 한참지나 다섯시쯤 집에 들어와보니
그때까지도 돌침대 끌어안고 퍼질러 자고있는 모양쇠가 적쟎이 수상하다
일요일이면 단 한시가 급해 새벽밥도 마다하고 달리는 위인인데
낚시 안해 ? 왜 ? 누가 말릴 사람도 없는데 왜? ..
다섯시 반
그 인간 벌떡 일어난다
지금 몇시여 ?
똥강아지 뒹군 잔디밭모양 지맘대로 누운 머릿결을 하고
입가엔 고랑을 이룬 하얀 침자욱을 쓱 닦아내더니 파자마를 벗어단지고
벗어두었던 낚시복을 또 꿰어 입는다
어디 가려고 ? 낚시 안한다며 ..
누가 ? 내가 ? 내가 그랬어 ? 응 응 알았어 일단 갔다와서 얘기하자
지금 시간 지나면 입질 못받어 지금이 피킁께 쫌있다 와서 설명해 줄께 ..
여보 .. 뱅팔이 아빠 ? 밥이라도
말도 끝나기 전에 벌써 그인간 도망가고 계단을 급하게 뛰어 내려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부엌 뒤쪽 베란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차까지 달려가다 신발 한짝이 벗겨지니
그마저도 제대로 신지않고 한손에 들고 차를 탄다
무엇이 저이를 저토록 안달나게 할까
연애할때 토닥토닥 싸우고나서 헤어지자고 해도 눈하나 깜짝 안하던 위인인데 ..
부리나케 낚싯터 그 포인트로 돌아온 뱅팔이 아빠
수면엔 말풀이 가득하고 새물유입구엔 고수온을 타 참붕어가 득실대는 때이니
붕어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해서 해결책으로 내민 카드가 갓낚시였는데
평소 눈여겨 보지도 않던 찌하나 수심의 연안가에 갓낚시 포인트를 만들어 놓곤
이틀째 푹 빠져 있는 중이다
첫날 부들 줄기가 듬성듬성 나있어 여러대를 펴지 못하고 달랑 두대만 사용하여
일곱치 여덟치 월척까지 본터이라 욕심이 날수밖에 ..
게다가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무릎수심에서 큰새우를 목젖까지 넘기고 걸려나오는
굵은 붕어들이니 그간절함이 더할수밖에 ..
첫날은 정말 재밋었다
다섯치도 황송할 포인트에서 일곱 여덟 아홉치에 월척
그리고 자정쯤 입질 뜸해진틈에 긴장을 놔버려 건져내지 못하고 떨궈버린 덩어리
챔질에 가물치마냥 펄떡 수면으로 튕겨 몸을 보여준뒤 사라져버린 그 덩어리 녀석
그녀석만 잡았더라면 정말 그림인데 흐이구 ..
그리고 이틀째 ..
토요일밤 퇴근 하자마자 달려가 일요일 아침 저녁 낚시를 위해
바지장화를 입고 포인트를 다듬었다
나름 방향을 봐가며 서툰 미용사 어려운 손님 머리 다듬듯
낫질하고 뽑아내고 심기도 했다
두대가 너무 아쉽다 싶어 네대를 펼수있게 구멍을 더 만들고
거리와 챔질을 감안해 삼삼대 네대에 각기 원줄길이를 질고 짧게 달고
바늘도 큼지막하고 날카로운 바늘로 쎗팅도 따로 했다
그런데 너무 정성을 들였을까
간절함이 차고 넘치는 바람에 원래 그대로의 환경을 적절히 이용해야하는 고수들의
지혜를 알고도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
포인트를 막 헤집었는데도 미끼를 달고 이십여분 기다리자 역시 .. 입질이 온다
그때 까지만 해도 ..
저멀리 상류쪽에서 황소개구리들이 양편으로 갈려 운동회를 하는듯
응원소리가 요란하고 바람은 조금 불지만 날 은 따뜻한밤
바지장화를 입은채로 한시간여 기다려 본것이 일곱치 서너마리
음 그래도 이정도면 내일은 기대할만 하겠지 ....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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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자님은 소설 쓰셔도 될 만큼 참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염장질????인거 가튼데.......
하지마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