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을 보는 눈

필요한 낚시용품을 만들거나 개조하기위해 자주 드나드는 공구점이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 이혼하고 혼자사는 사장님은 난로앞에 묶어둔 잡종강아지 한마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손님을 받습니다 말없이 필요한 물건들을 내주곤 하시더니 센드페이퍼나 볼트.너트 따위들을 심심챦게 사가는 제직업이 궁금했던지 어느날은 제게 물어옵니다 공사판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뭐 만들꺼요? 투박한 말투지만 호기심이 동하셨는지 좀체 웃지않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담으시고 대답을 기다립니다 낚시용품 필요한게 있어서요 .. 난로나 받침틀 뭐 이런거 고쳐쓰고 만들고 합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거죠 .. 물건을 내주며 쩝 .. 하시더니 거 .. 그것 말이요 낚시.. 그것참 .. 뭔가 하고픈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신데 참아내는 폼이 역력합니다 괜챦으니 말씀하십시요 뭐 어떻습니까 ..하고 운을 떼니 내가 남일에 신경쓸만큼 오지랖 넓은 사람은 아닌데 난 말이요 낚싯꾼들이 제일 한심해 보입디다 전봇대에 새도 얼어 떨어지는 엄동설한에 낚싯대펴고 앉아있는꼴보면 그정성으로 일을하면 성공하고도 남을 정성인데 참 뭐 하려고 그러고 있는지 .. 내처남도 말이요 제사지내다 뒤돌아보면 없어져 찿아보면 저수지에 가있고 .. 허이구 참 .. 좀체 말씀이 없으신 분이 낚시꾼 한심하단 얘기에 열을 올리십니다 사장님 그래도 해보면 재밌어요 강아지랑 놀지만 마시고 한번 나가보세요 재밋어요 .. 하이고 난 이쇳덩이들 속에 왼종일을 보내도 저수지 둑에 앉아 소일하긴 싫소 사장님이나 많이하쇼 ... 웃으며 가게를 나오긴 했지만 갑자기 내가 낚싯꾼이란사실이 당연한게 아니라 새삼스러워 집니다 그러고보니 낚시와 무관한 주변 사람들에게 비슷한 얘길 무심결에 들었던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여동생의 남편인 매제는 형님은 낚시 시작하시더니 맨날 낚시 얘기만 하십니다 ... 처식구들과 안면도 여행에서 콘도근처 수로로 밤늦게 혼자 낚시갔던 일을두고 지금껏 되새김을 당하는것도 비슷합니다 제어머니는 전화 통화할때마다 첫 인삿말이 낚시가지말고,... 로 시작하십니다 그동안 흘려 들었지만 가만 뒤적여보니 가볍게 건낸 말들에 낚싯꾼에대한 한심함을 담은 진심이 들어있지 않나 여겨집니다 정작 낚싯꾼은 모르고 넘기는 말들이지만 ... 저스스로 낚싯꾼이 되기전 제게도 그렇게 한심한 낚싯꾼을 탓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평일 저수지 둑에 늘어선 낚싯꾼들을 보고 저런 한심한 .. 하고 말입니다 10년전 건설회사 기사관리를 할때 중기 기사중 한사람이 지독한 꾼이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가 지독한 꾼이었나보다 생각되지 그땐 몰랐습니다 일주일중 3.4일은 회사근처 수로에서 텐트치고 살던사람 늘 후줄근한 복장에 평소엔 말이 없다가도 붕어 얘기만 나오면 끝이 없이 말이 길어지던 사람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총각이면서도 여자나 연애엔 관심조차 없던사람 그땐 그가 참 한심스럽게만 보였습니다 이젠 나를보는 사람들의 눈이 가끔은 의식됩니다 부끄러운 취미가 되지않도록 일에도 가정에도 소홀해서는 안될것 같습니다 좋은 취미가 무관한 사람에겐 지적거리가 될수도 있다는 내경향이 나와 다른사람에겐 조롱거리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 가끔은 나를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되짚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