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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하나만 주실래요?

IP : 7108c1b7629b4c7 날짜 : 조회 : 12113 본문+댓글추천 : 0

산중턱을 넘어 해가 막 꼬리를 물고 넘어갈 때 낚싯대를 두 어 대 펴고 앉아 노가리에 소주 한 병을 병나발 불며 물 속에 세워둔 찌를 바라 보고 있었다. 후끈 달아오른 두 뺨이 불그레해지고 적당히 기분도 흥에 겨웠기에 휘파람이나 불다가 소품을 잊은 것을 생각하고 도구상자를 둔 차로 가기 위해 일어서니 조금 아찔해졌다. 빈공터라고 할 것 없는 저수지 끝자락 캡라이트를 켜고 차로 이동하는데 앞쪽 풀 숲에서 작은 움직임이 감지 되었다. 이럴 때는 유독 호기심이 발동하나 보다 길이가 90cm 굵기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검은 뱀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게 아닌가 그 순간은 그저 놀라움 보다는 저 놈이 내 휘파람 소리를 들었나 보다 생각했다. 옛어르신들이 밤에 불장난하면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거나 오밤중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그게 빈말은 아니었나 보다. 만약 별 생각없이 저 놈을 밟기라도 했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쭈뼛 서는 것이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저수지에 도착할 때 부터 신경이 거슬리던 건물, 상류에 희미하게 보이던 병원인지, 소망원인지 모를 낡고 기괴한 하얀 건물에 시선이 고정되어 등줄기로 부터 찌릿한 전기가 흐르고 피부에 소름이 돋아난 것을 나는 혼자 피식했다. '젠장 , 내 간도 이젠 콩알만 해졌군. 시덥잖은 생각만으로 오싹해지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데 누군가 귓속말을 보태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차 트렁크를 열고 도구 상자에서 빠르게 소모품을 찾아 자리로 헐떡거리며 돌아왔다.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의 꼬리를 내가 잡았고 밤은 불빛조차 없는 어두운 산자락을 축축 졌어든 이슬로 차갑게 내려 스산함이 뇌리와 몸을 더욱 싸늘하게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으므로 강박적으로 주위를 한 번씩 돌아 본 것이다. 케미에 집중하자 이내 평온이 찾아왔고 한기를 느끼는 몸은 다시 소주병이 든 쿨러에 손이 가고 있었다. 오늘 따라 술맛은 꿀맛이구나 반주에 곁들여 저 달을 닮은 붕어나 한 마리 잡았으면 좋으련만 유달리 찌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데 건너편 으슥한 대나무 숲에서 바람인지 노랫소리인지 모를 잡소리가 신호처럼 귀에 잡혔다. 흠~~으흠 괜시리 목청을 울려 헛기침 을 뱉으며 잘못 들었겠지 했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찰칵 굳은 중지와 검지에 끼우고 길고도 긴 흡입후에 휴우~ 뱉는데 등짝에서부터 오싹한 기운이 끼쳤다. "담배 하나 주실래요". 정말이지 그 순간 고개를 1mm도 돌릴 수 없었다. 후들거리며 쿵쾅거리는 심장의 두 방망이 소리만이 내부에서 외부로 울려 퍼져 나는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었다. "아저씨!! 담배하나 주실래요". 낯선 음성, 여자의 음성, 목덜미를 누르는 상대 의 재차 요구에 겨우 반쯤 목을 돌리다가 나는 기절할 뻔 했다. 산발한 머리에 낡고 헤진 허연 옷을 입은 맛이 살짝 간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서 있었다. 그 짧은 와중에 여자의 하반신이 허공에 떠 있나 하고 살폈는데 다행이 두 발 모두 땅에 꼿꼿이 박혀 있고 양말도 신지 않은 슬리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분명 귀신은 아닌 사람이다. "잠이 안와서요. 아저씨!! 고기 좀 잡혀요? 담배 하나만 주세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하마트면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아니 인기척이라도 내고 오시지. 주먹이라도 내가 날렸으면 어쩔려고 이 오밤중에 사람을 놀래킵니까 젠장!!! "놀랐어요 진짜!! 전 낚시하는데 방해될까 싶어 그랬는데 호호, 놀래셨구나 으웅!! 잠이 안와서요. 저 위 건물 보이죠 거기 살아요. 네 정신병원.....제가 불면이 좀 심해 마실 나온 거예요. 아저씨가 혼자 낚시하길래 발소리도 줄였는데........" 이 여자가 미쳤나 싶었다. 아니 행색이나 여러 정황으로 미친 여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이봐요!! 자!!! 여기 담배.......담부턴 인기척이라도 내요. 낚시하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뻔 했잖아요. 그리고 오밤중에 싸돌 아 다니지 마시고 .......". 여자는 내가 준 담배 한 가치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면서 금방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했다. '여기 불요 불' 뒤돌아 천방지축 뛰어가는 여자를 불러 세우는데 분명 윗쪽 하얀 건물에서 나왔다는 여자는 무서운 속도로 반대 편 대나무 숲속으로 휘이익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윽고 지글거리는 잡음 비슷한 음성이 바람에 실려 내 고막을 치고 있었다. "찌끼미!!! 난 불필요 없는 여자!!!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이니!!! 보이니!!! 보이니!!! 숲을 울리는 메아리 속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님들은 이래도 독조를 하시겠습니까^^

3등! IP : 293ff161b9e392a
갑니다요

구신은 헤꼬지 않혀요

그래서 혹여나 본다면 섬찍하긴 하것쬬~~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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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108c1b7629b4c7
오머나!!!! 밤새 댓글 달고가신 님들의 반응이 '무섭다'
라는 반응이시라 기분이 막 물가로 당기는군요^^

좀 더 무서운 이야기를 구상해 봐야 겠네요

반응이 아직은 영 신통치 않아서요 ㅡ.,ㅡ


즐거운 한 주 멋지게 시작들 하시고 주말에는

근처 산속 저수지로 독조들 가시는 겁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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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02ad778e711a10
여자가 아니라 남자 였군요 ㅎ
요새 금연중 이라 전 줄게 없네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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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711d89adba68a8
ㅎ 하동의 송원지라는 제법 큰저수지에 실제로 비스한 일이 있었지요~
여성분이 담배얻으러 새벽 한두시에 맨발로 나타나곤 했답니다. 장애가 있으신 분이라 못나가게하니 시쿠들 잘때 담배얻으러 늦게 나오곤 햇답니다. 여럿 죽을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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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b8538189199241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이글 읽지 않아도 원래 담이 작아서 밤낚시는 하지 않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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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f2de72e0fce9b5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월척 회원님들과 동출한 천안의 모 저수지.

환자복을 입고 병색이 완연한 여자 분을 만났었지요.
술 달라,,뭐 달라 해서 계속 주며 살피니
정신적으로도 약간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말없이 그 여인이 하는대로 지켜만 보던
남편인 듯한 어느 사내의 눈망울이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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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948877e8d29fbb
거기 어데 저수짐미꺼???









저도
낙원님께 담배 한대 얻어 피구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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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a9611e86951016
군위소보 어느한곳 산속소류지 가면 하얀폐건물 한채있음다.가셔서 공상한번 타보세요 쥐김니더.꼭 혼자 가셔야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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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a7f12f924bfe7d
심심한데 말잘해서 밤새면 덜 심심하겠는데...아쉽네...
선입견을 버리시면 존밤 될뻔한걸 ...자주오는기회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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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ac100a6767ffe3
ㅎㅎㅎㅎ

정말 잼있게 읽었습니다.

담배 한개피 드리면 그쪽은 뭘 줄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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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a9ce98df4638fe
독조때 외로움 타지말라고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인데...
원래..미친년이 맛은 최고라는디..ㅋㅋ
아는지인이 충남 모저수지에서 낚시하는데..동네사는 약간 맛이간 중년에 여자가 ..다짜고짜 와서는 가슴까더니 젖만져 달라고
했다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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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90cceb37105a55
그럴때는 귀신도 싫고 여자도 싫습니다.
만일 제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쯤 염라대왕하고 동출했을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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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10ef5d94635d78
누가 그러드만요.

귀신이믄 붙들고 로또 번호 달라 할거라고.ㅎㅎ

이럴때를 대비해서라도 독조가 딱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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