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하는 추석인사

시커먼 유독가스와 타는 듯한 열기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 도망치면 나는 무사할 것이다. 나는 단지 화재를 발견한 목격자일 뿐이고, 나는 단지 매뉴얼대로 탈출하는 것뿐이고, 폭발이든 뭐든 내 능력 밖일 것이니 나는 단지, 불이야~ 소리치며 호각을 불어주면 된다. 자, 피러야. 가족과 함께 따뜻한 명절을 보내자. 나는 미친 것일까? 자기만족만 추구하는 무책임한 가장일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병원에서 추석연휴를 보낼 것이다. 내년에 만약 또 이런 상황이 오면 어쩔 것인가, 생각을 하면서. 놀라지 않으셔도 된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경미한 부상일 뿐이고, 단지 화상치료 첫날의 의식일 뿐이란다. 마이 갑갑하지만, 미모를 위해 참고 있다. 다시 한 번, 분맹히 말씀드린다. 걱정할 정도의 부상이 아니다. 연고 조금 바르면 낫는다고 믿는다. 뭐 글타고, 명품짱님의 시트를 받기 위한 자작극 또한 아니다. 조우님들께 추석인사 드립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명절 보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