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의 서호지는 몽리면적 30만평의 대형각지 이다
고향근처여서 낚시가 아니래도 낮설지 않은곳인데
저수지 상류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어 차를 몰고 나가면
낮게 깔린 물안개에 그 감흥이 특별한 곳이다
블루길이 많아 붕어낚시가 힘들긴 하지만 산란기땐 예외없이
큰 붕어를 보여주고 포인트가 산재해 낚시회의 시조회가 열리곤 하는곳인데
어느봄날 ..
어려운 시절이었다
거의 맨몸으로 다시 시작해 하나 하나 일궈나가던 정말 어렵던 시절
발버둥쳐도 벗어나긴 힘든 상황에 마음을 달래려고 갔던 서호지엔
시조회를 나온 서울 사람들이 상류를 점령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를 펴긴 했지만 낚시모임 이라기 보단 친구들의 야유회같은 분위기
한쪽끝에 싸구려 대를 하나 펴두고 블루길 몇마리를 잡아내는동안
옆자리에선 젊은 여인내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번쩍이는 손목시계에 낚싯터에 어울리지않은 복장
그리고 적당하게 어우러 지지않는 어린 여자와 중년의 그 남자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려고 갔던 저수지인데 유독 그 두사람이
시끄러운 탓에 일행들도 멀찍이 떨어져 자리를 잡았나 보다
잔뜩 과시하는듯한 포즈 과장된 몸짓
팔을 휘저을때마다 그의 팔에 손목시계가 번뜩인다
내가 말이야 ..
그까짓 놈들이 ...
한참 장황하게 뭔가를 떠벌리던 그에게 입질이 왔나보다
챔질 하는가 싶더니 블루길 탕에서 요행 붕어를 건져낸다
그 붕어를 들고 일행들을 향해 소리 소리 쳐대더니
옆눈으로 흘금 나를 본다
봤냐 .. 이런게 낚시다 넌 뭐 하냐 식으로
잔뜩 어깨가 올라간 그가 엉성한 앞치기로 채비를 다시 던지는 손간
기우뚱하며 좁은 논둑에서 중심을 잃고 물에 풍덩 .. 하고 엎어져 버렸다
속으로 꽤 거슬렸던 지라 참 짭조름허니 깨소금이다 싶은 마음으로 허우적 대는 그를 구경하는데
함께있던 처자는 재밋다는듯 깔깔 거린다
블루길 ..
넣기만 하면 블루길이다
미끼가 바닥나 잡은 블루길 살점으로 미끼를 달아도 바늘을 삼키고 나온다
흡사 바닷가 개펄에서 망둥이 낚시를 하듯 제살점 먹고도 나올 지경이다
물에 빠져 오후 어깨가 축쳐진 팔목시계 사내가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낚시를 하는데 풀이 죽었는지 조용하다 싶더니 버스에 올라 잠을 잔다
물에 빠져 허우적 대던 그를 떠올리며 좁은 논둑에서 앞치기를 하는순간
발이 미끌어지며 풍덩 .. 온몸이 물에 빠져 젖어버렸다
남의 불행을 즐긴 댓가일까
혼자서 얼마나 우습던지 ..
서호지
벌써 10년도 넘은 기억속의 풍경이다
그 어렵던 시절에도 웃을수 있었다
가끔 사는게 힘들다 싶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엄살이 아닌가
그 아스라한 물안개가 그립다

씨리즈 계속 부탁드립니다 ^^
단편소설처럼 전개가 아주 단백하네요.
나도 낚시 고수가 되면 소설가 수준으로 글이 나올까여??
은둔자님은 언제 낚시소설 한편 내세요.
1뗭으로 지가 사볼께유~~*^^*
아시는 회원수만큼 사셔서
모두 무료배분 ^^
읽는 내내 광경이 눈에 어른거립니다..
은둔자님 열심히 읽을께요~~~~
분명 그에팔에 번쩍이는 로렉스 금딱지는 짜가입니더~ㅎㅎㅎ
재미있는 추억에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