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괜찮은거냐?"
얼마간은 정감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묻더니 그는 이내 내 술잔을 채워줬다.
술잔 속에는 실로 많은 것이 담겨져 왔다.
나는 대충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물어온 말에 묵묵부답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그럭저럭"이라는 단어를
표정에 조심스레 담아낸 채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양새를 바라보던 그가 벙긋 웃으며 다시금 물었다
"정말이냐?"
"예"
"그런데 말이다 그 정도 가지고는 안돼.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예 이해했습니다"
투명해서 더욱 차게 느껴지는 술잔을 바라보며 조금쯤은 이를 악물고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후 그가 말했다.
"여러가지 난제가 항상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말이다.
항상 그걸 단박에 매조지 하려고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끔은... 그 난제를 당장 풀어내지 못하더라도
평생 느긋하게 풀 각오 정도만 해도 훌륭한 거겠지.
난제를 풀어낸 사람이 훌륭한 것만은 아니다.
난제를 앞에 두고도 힐긋 보고 무시할 수 있는게 정작 문제의 핵심이랄까..."
놀라웠다.
나 혼자 울며불며 6개월 여를 고생한 끝에 힘겹게 그저 놓아둘 수 있게 되었던 일을
그는 이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뭐에 푹 찔린 표정 짓지 마라.
너는 아직도 다듬어지지가 않았어. 형은 그래서 네가 여전히 좋다."
그는 예의 그 벙긋 웃는 얼굴로 잔을 부딪혀 왔다.
술자리가 파한 후 여전히 번잡한 술집 골목을 함께 걷다가
헤어질 무렵 그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술잔이었다.
어딘가에 부탁을 해서 글씨를 새겨 챙겨온 모양이다.
참을 인 한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앞으로 네가 중심을 잃어간다고 느끼거든 이걸 한번씩 봐라.
그 때에는 형이 네 곁에 없을 수도 있잖아.
참으라고 쓴 것만은 아냐. 그냥 두고 볼 수 있는 참을성을 키우라는 것 그 정도겠다. "
그는 돌아서더니 대리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하고 이내 휘적휘적 걸어갔다.
이내 시선을 내려 투명해서 더욱 차게 느껴지는 술잔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려 했을 때
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는 참 오랫동안 나를 그냥 두고 보아주었다.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말이다.
나는 내 문제로 힘겨워 하고 있을 때 그는 내 문제로 힘겨워 하였다.
입가에서 울음이 배어나왔다.
"형..."
하지만 내일 또 우리는 단단한 얼굴로 마주할 것이다.
그는 내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니까.
p.s 길게 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회사에 12년을 다녔었는데...8년 정도 다녔을 때 썼던 글입니다.
전 지금은 퇴사하고 아버지 일을 물려받아 건축 관련 일을 하고요.
어쨌거나 전부터 저를 항상 지켜봐 준 형님이자 대표이사님이셨는데
오늘 통화를 해서 안부를 여쭙고 생각이 나서 옮겨봅니다.
저도 그글귀 참 좋아 합니다
짧아서요 ^^*
영구 이사는 심형래 가 주인이고.
KGB 이사는 러시아 업체고....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건 형제일듯 싶네여.
황금빛잉어님의 그 형"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것이겠네요.
두분, 노력할테니 거부하지는 말아주세요.
자주자주 연통드리십시요^^
ㅠ_ㅠ 저는 안되나봐요...
하얀부르스님// 정말 친형이 없는 제게는 인생을 보살펴준 형이십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정을 받기도 한이 없이 받았죠...
샬망님// 얼음낚시 조심히 잘 다녀오셨어요?
선배님 항상 안전 조심하시고요!!
피터™님// 형님 어서옵쇼!! 팔 벌리고 있을께요~
그림자™님// 예... 연락 드리니 정말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평소에 그렇게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분인데...
옛날휴가증...
술잔!
멋진 인생 상담사 이지요.
정감있는글 잘 보고 갑니데이
혀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