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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시절에 ..

IP : 340260da8cfcc59 날짜 : 조회 : 1681 본문+댓글추천 : 0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제 아들이 스무살 입니다 아들의 스무살은 제가 지내왔던 스무살과는 많이 다릅니다 물직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족한것 없이 풍요롭죠 제 스무살 보다 아들의 스무살이 훨씬 더 행복 할거라 믿을수 있는건 아들의 스무살이 아버지의 스무살 보다 훨씬 너그럽고 성격적으로도 여유로워 보여서 일겁니다 그시절 그시절은 온통 혼돈 이었습니다 갖혀 지내야 했던 시골에서 스무살의 청춘들에게 다른 출구가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열 예닐곱 부터 시작된 방황 이었죠 일찍 배운 술과 담배 그리고 유독 좋아했던 독서 정도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별나게 달랐을뿐 나머지는 거의 비슷한 생활이었습니다 지금 스무살인 아들에 비해 더 넘치는게 있었다면 아마 감성측면 이었을 겁니다 요즘 스무살들에겐 휴대용용IT기기가 요란한 음악을 들려주며 곁에 있지만 그때의 스무살 들에겐 초충의 울음소리 .등에 들쳐매고 다니던 카셋트 정도가 감성기구 들이었습니다 어떤날은 종일 책을 읽고 싶어서 산에 올라 바위위에 앉아 책한권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어령에세이부터 사냥꾼이야기 .탈무드 . 그리이스 철학자들의 얘기까지 닥치는대로 읽곤 했었습니다 탈무드의 경우엔 한줄 한줄 밑줄 그어 가며 그 한문장을 해석 해보려 며칠을 두고읽곤 했었습니다 그시절 자취하는 친구의 방에서 친구들은 약간의 취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른새벽 눈을 떠 잠들어 있는 친구들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글 방바닥부터 의자를 딛고 일어서 벽면에까지 까맣게 도배를 했던 그 글들 그때의 감성은 지금 다시 찿을수 없을만큼 보석이었을 겁니다 주로 감성적인 느낌의 글들이었지만 밀가루 반죽하듯 단어를 골라 적절히 배치하는 과정 없이도 즉흥적으로 바로 써 내려갔던 그 글들을 이제 마흔중반의 중년이 작는 감성으론 도저히 찿을수 없어 아쉽습니다 그때 책에 빠지고 감성에 빠졌던 계기가 있었습니다 자경은 술집에 나가는 아가씨 입니다 속옷을 입지 않고 맨살에 바바리 코트를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자경을 이름모를 작가는 멋지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그 책을 우연히 읽기 시작할 무렵 겨우 열일곱이었던 나는 감성의 늪에 빠져 듭니다 나름 세상을 다 산듯 벌써 자만 해버렸던 내가 그 무명작가가 그린 자경의 내면에 빠져 좌절합니다 자경의 내면 .작가가 그린 생각의 폭에 좌절하고 비참한 마음에 죽음을 연습할 정도로 비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타고난 천성이 비관만은 아니었던지 다른 세상에도 눈을 뜬 덕분으로 중년을 넘기고 있지만 스무살은 그만큼 위험한 시기 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가이드가 따라 붙지 않으면 혼자서 온전히 스무살을 넘기기란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아들 .. 이제 스무살인 아들 다행스럽게도 제 아들은 아비에게 가이드를 청해 옵니다 IT세대인 아들과 초충의 울음소리 ..하며 연애편지를 쓰던 아비의 문화적 배합 스무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스무살을 보니 참 보석같고 희망같고 찬란합니다 혹시라도 스무살을 넘고 있는 누군가가 이글을 본다면 꼭 가이드를 찿으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평범하게 스무살을 넘어가진 않으니까요 그 스무살에 방향을 잘못들면 아주 다른길을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찬란한 스무살 아니 찬란한 젊은날을 보내고 계신 분들은 지금 그 찬란함을 보지 못합니다 지금이 살아가는 날중에 가장 밝은 날이란것두요

1등! IP : 15b869628fc66b4
내벗님!
가끔 잠이 들지 않는 밤이면
찬공기에 가슴까지 얼어 버린건 아닌지
만져 보곤 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글 제목을 보고 누군가가 이렇게 이야기 했더군요.

"남는 청춘 있으면 나 좀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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