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녀석중 영산강에 설치 운영되던 양어장에서
일 하던 녀석이 있었습니다
물 가운데 떠 있으니 고기들 사료주고 관리하는 일빼고는
달리 할일이 없어 늘 무료해 하던 녀석인지라 수시로 친구들을 부르곤 했었죠
그곳에서 즐길거리 라고는
무조건 돌려 장난 전화질
대나무도 없이 줄만 잡고 하는 잉어낚시
양어장 뒷쪽 벼랑에 줄 매달아놓고 바위타기
무동력선 노저어서 건너편 섬 다녀오기 따위로 젊은 청춘이 지겹기도 했으리라
그러니 친구들이 한번 그곳에 모이면 야단 법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식장을 운영하는 사장이란 사람도 젊은 시절 거칠게 살아왔던 사람이어서
종종 술도 사주고 선배의 교훈담도 들려주시던 분인데
근무하는 친구와 우리 패거리들의 노는 행태를 알면서도 모른척 해주시는 마음 좋은 분이셨습니다
일단 모이면
향어 가두리에 사료를 한웅큼 뿌리고는
수면에 꺼멓게 뜬 향어 구경하고 낚싯줄 하나를 던진니다
빈바늘이지만 고기가 너무 많으니 금새 걸려 저항이 오고
그렇게 걸린 고기를 회를 떠 소주 안주 삼곤 했었죠
드럼통 위에 놓인 판자복도에 누워서 각기 줄하나씩을 손가락에 걸고는
밤하늘 보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시간을 보내다
손가락에 신호가 오면 당겨내는데 이른바 손낚시 입니다
가두리 밑으로 빠져 가라앉은 사료를 먹으로 시간맞춰 잉어들이
다가오면 손가락에 원줄감고 누워 잉어를 기다리는것이죠
하루 저녁 보통 열 서너마리씩 미터급 잉어들을 잡곤 했었지만
잉어는 대부분 그곳 연안에 낚시 하러온 이들에게 주고 말았었 습니다
바위타기도 시들해지고 낚시도 재미없어지면 늦은밤 전화장난에 돌입
여보세요
상대방 젊은 여인내다 싶으면
목소리 거친 기식이 대신 내가 받습니다
녀보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월간팝송 정인철 기자 입니다
학생들 상대로 월간 팝송에서 설문조사중입니다
질의에 응답해주시면 뱅뱅에서 협찬하는 청바지를 드립니다
그리곤 그럴싸한 당시 유행하는 팝송 . 가수에 대한 얘기
등을 들려주며 디..제이 톤으로 노래도 불러줘가며 경계심을 허물게 하고는
마침내 본색을 드러 냅니다
청바지 보내 드려야 하는데 허리싸이즈가 몇정도냐
가슴 사이즈는 (청바지 준다며 가슴싸이즈를 왜물어 )
남자 친군 있냐
집이 어디냐
전화번호는 이미 아니 주소주면 청바지 보내겠다 ..
대부분 순순히 대답 해줍니다
종래에는 대부분 눈치를 채고 전화를 끊지만
간혹 장난인줄 알고도 받아주는 그쪽도 심심한 사람이 있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마음맞는 사람이 있어 깊은 얘기도 하고
그만한 나이에 남자 여자 서로 다르지만
함께 갖고있을만한 비슷한 고민거리 상담도 하곤 했답니다
그리고 가끔은
남자가 받습니다
발신번호도 없던 시절이라
장난인줄 미리 눈치채고 받은이가 먼저 욕을 합니다
야 이 ㅆ...
그럼 이쪽에서도 같이 하죠
야 이쓰...
그러다 서로 지치면 야 .. 이번엔 네가 욕해라 내가 들으마 ..
그럼 이쪽에서 막 욕을 해대다 바톤 넘깁니다
야 이번엔 니가 해라 욕하기도 지친다야 ..
서로 주거니 받거니 욕을 하다
나중엔 통성명도 하고 서로 사는곳도 얘기하고 나이도 얘기하며
친해져 실제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럴때 만난 이유를 누가 물어보면 욕하다 만났습니다 하죠 )
그땐 그랬습니다 (요거 유행어 되겠습니다 )
피끓는 청춘들이었지만
가난때문에 활로가 없었죠
그렇게 젊은 청춘들이 절규했음을 이제 추억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몸부림이었죠
그래도 즐겁던 어린시절
그때 함께 놀던 친구중 하나는 원하는 대학에 붙고도
등록금 없어 좌절한 녀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꽤 잘 나가는 사업가 입니다
한녀석은 시골에서 관광버스를
그리고 또 한녀석은 다 피지도 못하고 사고로 먼저 가버린 녀석도 있었죠
그때 그 악동들이 지금은 머리가 반쯤은 숱이 없어진 중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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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 젤로 그립죠...
이제 나이 더 먹어면
더욱더 그리워지는것이 그 시절일껍니다
소중하게 간직하시길.....
심심하면 저녁에 쥐포 하나 들고 양조장에 놀러가면,,
숙직하던 친구가 반갑게 맞아주며,,
걸죽한 노래미(?)한잔에 취하던 때가 있었네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