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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산행 ..

IP : 7d7e0c2a7f2c718 날짜 : 조회 : 3414 본문+댓글추천 : 0

저녁을 먹고나면 하루의 피로감때문에 소파에 쓰러져 잠들기 일수입니다 그러면서도 몸상태가 좋으면 무조건 물가로 달려가는 서방이 미웠던지 저녁식사 끝무렵부터 산책하자고 졸라대는 아내 .. 제주 툴레길 한번 가고 싶다는 아내의여러번 청에도 못들은척 해왔던터라 집 바로앞 앞산 산행정도여도 좋다는 청을 거절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선 산행 집앞 길건너엔 체육공원이 있고 체육공원 위엔 물무산이 있습니다 운동하기엔 정말 좋은 여건인데 낚시가 아니면 움직이길 싫어하는 서방이고보니 아내의 불만이 최고조에 다달아 폭팔하기 직전 에서야 겨우 나섭니다 반팔티셔츠에 얇은 바지를 입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앞산 산행 산행을 하기엔 약간 늦은 시간이지만 야간에도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않고 또 그런사람들을 위해 등산로 따라 가로등이 설치돼있어 크게 불편할것 없는 출발이었습니다 경사가 계속되는 오르막엔 그동안 쪼그려 앉아 한 낚시 덕분에 허벅지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서는 헥헥거리는 시늉도 했습니다 낮은곳에서 잘 벌어진 소나무를 붙들고는 마누라 웃긴다고 변강쇠 흉내도 내고 기합을 넣어가며 요란스럽게 달려 언덕을 차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상 .. 정상이래봐야 기껏 해발 257미터 잠깐 숨을 고르고는 다시 오던길로 내려와야 하는데 마누라가 좀더 돌아서 가잡니다 한번 시작하면 속된말로 뽕을 빼고마는 성격인지라 최소 두시간 이상은 산행을 할 생각인듯 했습니다 오던길 반대편으로 내려오는길 잔자갈이 깔린 등산로를 걷다보니 금새 어둠이 내리고 짧게 입은 등산복에 금새 추위가 느껴지는데 무엇이 그리 좋은지 평소 말없는 마누라가 쉴새없이 재잘재잘 얘기들을 쏟아 냅니다 한참 걸어내려가는데도 마을이 보이지않고 마누라도 지쳤는지 말이 없다가 다른 사람 얘기중 내뱉은 단어가 "망자 "였습니다 내용은 중 3학년 여학생들이 단어에 너무 취약해 시험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못해 점수가 좋지않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단어가 망자였습니다 망자... 죽은사람 그런데 그말이 끝나자 마자 후다다닥 ... 풀숲에 숨어있던 꿩이 날개짓을 하며 치솟는 바람에 아내가 털썩 주저앉고 맙니다 산속에서 그것도 밤에 망자얘기 하는것 아니랬더니 그때부터 무서웠나 봅니다 팔에 매달려서는 한보도 옆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등산로 옆에 사당이며 무덤들이 보일때마다 잔뜩 움추린 아내의 어깨가 더 작아지고 걸음 걷기도 불편할 정도로 바짝붙어 매달립니다 수령 몇백년은 된듯한 커다란 나무의 그늘 컴컴하고 어두운 저앞 숲사이 걸어가야 할 작은 오솔길 여기저기 어둠에 어울려 다른 형상을 한 사물들에 마주칠따마다 엄마야.. 비명을 질러 댑니다 그런 아내를 팔에 매달고 저수지를 지나 마을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겨우 안정을 찿는 아내 그러나 산자락에 살던 사람 떠난 폐가가 여러채 있고 남은 집들마저 낡고 부스러져 음산한 분위기는 오히려 더합니다 이젠 숫제 저만큼 앞서 달려가버리는 작은체구의 그녀가 얼마나 귀엽던지 .. 그렇게 두시간 반의 산행은 끝이 났습니다 친한 언니와 왔을땐 가깝더니 왜 이리 멀고 오래 걸렸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길 잃어던건 아니었냐고 묻습니다 아니라 했지만 .. 사실은 산 중턱을 두바퀴나 돌렸답니다 폐가와 무덤 .사당도 염두해둔 코스구요 어젯밤 함께 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 후 또 산행할까 하고 물었습니다 운동도 하고 소화도 시키고 재밋쟎아 ..가자 그랬더니 뭐라 했을까요 ? 밤낚시 갔다 오랍니다 음 ... 한마디 꼭 하고싶은 말 있습니다 아내에게 그럴수 있냐 .. 하시는 분들이 계실것 같아서 말입니다 전 아내를 무지하게 사랑하는 남편입니다 진실로 ...진짜로

1등! IP : 6f06726295054dd
윽~또 반전!!!

은둔자님 나쁜사람~~

좋은 머리를 꼭 그런데에 유용하게 쓰는

무지 나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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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22a01dea4396488
반갑습니다.

은둔자님 사모님을 무척 사랑하시는 군요.

저도 무척 싸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은 야간산행이나 가야겠습니다. 낮에 짬낚시 갔다... 음기에 놀라서 도망나온 저수지 근처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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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a6f04ded701fd39
ㅎㅎㅎ..

은둔자님...낚시가세요...

넘 고단수 자꾸 사용하시면...언젠가는 크게 당하십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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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eedf46094829b3
새벽같이 마눌 가계로 횡~하니 한 400KM 갔다오니까.

이제는 피곤하네유~

남자들은 좀 나이를 묵어나 좀 젊으나 참말로 무심한기라~

가끔 저녁으로 손잡고 산행이 얼매나 좋은교~잠시 사모님과 같이 코구멍에 바람좀 쉬고오면 사모님 입술이 귀에걸것인디~

우리 머스마들은 누구나 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기라~

짬낚시에 대구리 하이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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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398f1f0251642a
가기 싫어 따라나섰던 야간 산행에서도 은둔자님은 큰 것을 얻으셨군요.
알콩 달콩 부부의 정이 듬뿍베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틈만나면 물가가 왜 그리도 그리울까요?

작정하고 간 장박 낚시 보다도
부지런한 꾼으은 짬낚에서도 무한한 활력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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