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지난 겨울 동안에.

아파트 계단 오르기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유산소와 근육 운동을 겸할 수 있다기에

하루도 빠짐 없이 꾸준히 했지요.

18층까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내리막에서는 운동 효과도 적고 오히려 위험 할 수 있다고들 하더군요.

무릎에 체중이 강하게 반복적으로 실리는건 좋지 않다기에 

- 난 아직 절므니라서 괜잖아~ 하다가 결국..

내려올땐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록 윗층 주민들과도 마주치고 알게되어 나쁘지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내려오던 중간층에서 누군가가 탔습니다.

젊고 예쁜 여자였습니다.

브라운컬러의 긴 머리가 움직일때마다 어깨를 감싸듯 흔들리는

반듯한 자태의 그 여자.

맑은 피부에 가벼운 기초 화장 만으로도

뛰어난 이목구비가 세련되게 강조되어 보이는

산뜻하고 고운 향기를 갖은 그런 여자 였습니다.

아련한 첫사랑을 닮은 그녀 , 나를 보며 가벼운 눈인사를 건내준 그녀를 보며

또 다시 만나게 될 희망이 생기더군요.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면 매일이라도 마주칠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그녀를 만난 뒤로는 동네 한바퀴 돌때에도 거울 한번 보고 나가게 되고

마음까지 한결 상쾌해서 기분 좋은 날의 연속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자꾸 만나고 그렇게 인사도 나누고 그러다보면

혹시라도 친해져서 대화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여하튼 하루하루를 들뜬 마음으로 기분 좋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충격적인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야 마주칠 수 있는 그녀를 못보게 된것입니다.

1기 신도시라는 오래된 아파트라서 엘리베이터 전면 교체 공사가 시작 된 겁니다.

너무도 속 탈 일이지만 며칠만 참으면 공사는 금방 끝나겠지 생각했는데

며칠이 아니라 몇주 ..아니 한달이 넘어도 끝날 생각을 않네요.

매일 꽝꽝 거리고 드르륵 드륵 갈아대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어차피 뚤려있는 구멍에 맞게 새로 짜서 걸어서 돌리면 되는거 아닌가?

쉽게 생각했는데 한달 넘게 저러는걸 보니 참으로 답답 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아침 부터 우루루 꽝꽝 거리고 참 대단 합니다.

이러다가 그녀가 혹시 이사라도 가버리면 어쩌죠?

내 속이 온통 타들어 갑니다.

고구마를 한박스 다 먹은것 처럼 정말 답답하군요.     

OO 엘리베이터 정말 시르네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