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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칠삼삼 ㅡ2

IP : 80e2ea91bb28306 날짜 : 조회 : 2730 본문+댓글추천 : 0

늦은 여섯 시. 진주에 도착한 그가 길을 잃는다. 이십팔 년의 아득한 간극. 넓고 깊은 세월의 계곡을 그는 더듬더듬 기어간다. 그것들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진주 여고 정문에 차를 멈춘 그가 울먹이듯 말한다. 당황하지 말구요. 침착하게 둘러봐요. 아내가 아이를 달래듯 그를 토닥인다. 어두워진 골목길을 서행하며 그는 불쑥 화가 난다. 희규네 집은 빌라가 서 있고, 성환이 집은 다세대 주택으로 변해 있다. 그의 허락과 동의 없이 추억을 강탈해 간 시간의 비정함에 그는 화가 난다. 가로등이 아스팔트 골목길에 이질감을 비추고 있다. 열 살부터 스물다섯 살까지 살았던 집 앞에서 그는 결국 절망하고 만다. 세상에 ! 건강원이라니 ! 도대체 그 아름답던 것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 그만 가자, 라는 그의 말에 아내는 그래요, 라고 동의한다. 골목 어귀를 벗어나던 그가 문득 차를 멈춘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녹슨 드럼통이 서 있다. 왜요? 아내가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묻는다. 공중전화야. 그가 몽환처럼 속삭인다. 어머 ! 옛날 전화기야. 어? 자기, 어디가요? 잠깐만. 이대로 가버리기엔 억울하잖아. 딸칵, 그가 전화기를 든다. 환청이라도 좋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6733. 육고기에 칠을 하면 맛이 삼삼하지. 다이얼을 돌리는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네~. 육칠삼삼입니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다. 온몸이 격렬하게 떨렸기 때문에 그는 두 손으로 수화기를 고쳐 잡는다. 베스 ! 베스 ! 통화 중이잖아 ! 조용히 해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개 짖는 소리와 꼬마의 나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가 서서히 주저앉는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전화 온 게 아니었나? 꼬마의 혼잣말을 듣는 순간 그가 다급히 말한다. 베스... 강아지 이름인가? 네. 아저씬 누구세요? 아버진 안 계신데요? 베스... 며칠 전에 변소에 빠졌었나? 아저씨가 어떻게 아세요? 아버지 친구예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주먹으로 막은 그가 겨우 말을 잇는다. 아버지께 꼭 화장실 뚜껑을 만들어 달래라. 네. 저도 그럴려고요. 그는 스스로에게, 무거워지면 안 된다고 다짐을 받는다. 6733. 육고기에 칠을 하면 맛이 삼삼하지. 우와~. 아저씨 천재 같아요 ! 맹랑하구나. 밝아서 좋다. 늘 그렇진 않아요. 자주 우울해요. 불쌍하고 미련한 녀석... 힘드니? 뭐가요? 아... 사는 거요? 그래. 글쎄요. 뭐... 그렇죠. 그래도 꿈꾸는 걸 멈추진 마라. 라고 말을 해놓고 그는, 참 비루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희망이... 아저씨, 그만할래요. 아버지한테 뭐라고 전할까요? 잠깐만, 한 마디만 할 테니 뒤 문장을 연결해 봐라. 말씀하세요. 사랑이 유치하고, 라고 그가 운을 뗀다. 희망이 천박하다, 라고 꼬마가 대답한다. 결국 그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불쌍한 녀석... 미련한 녀석... 아저씨, 울어요? 아니다... 네 이름이 뭐니? 피러요. 그... 그래, 피러야. 네. 힘들다고 생각 마라. 네. 언제나 그렇듯, 그랬듯이 말이야. 네. 지금 뭘 해야 하는지만 안다면 지금은 우리에게 아주 근사한 순간이란다. 네. 외롭겠지만, 잘 살아내라. 네. 그는 꼬마의 울먹이는 소리를 듣는다. 울고 있니? 네. 왜?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요. 근데요, 아저씨. 말하거라. 나는, 내 인생은 외로울까요? 아마도. 하지만 즐기게 되겠지. 네. 이만 끊을게. 외롭겠지만, 잘 살아내거라. 네. 아저씨도요. 격렬했던 떨림과 눈물과 흐느낌이 잦아든다. 후, 담배 연기를 허공에 뱉으며 그는 그제야 아내 생각을 한다. 그가 뒤돌아서서 차를 향해 걸어간다. 잠들어있는 아내 얼굴이 비친다. 차 문을 열며 그는 드럼통을 본다. 전화기가 있던 자리, 먼지처럼 내리는 가로등 불빛.
육칠삼삼 ㅡ2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1등! IP : 2a399803bdaa6b5
고향 다녀 오셨읍니까~~??
옛 추억 많이 밟고 오셨나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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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78d73d715ace889
그후 30년 뒤
희미한 가로등 밑 녹슨 드럼통,

초로의 피러에게 노년의 누군가가 전화한다.


허구한 날 꽝이고, 라고 그가 운을 뗀다.
잡느니 잡고기다, 라고 초로의 피러가 대답한다.

격렬한 과거보단
소풍님과 함께 할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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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39ef13ad54622f
이쁘기만 한(나보다 나이 어린)
형수님밖에 안보입니다
형수님 잘계시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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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769eb95a999ca0
극적인 반전이 없어 안심하고 갑니다 ㅎㅎㅎ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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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a70e9aa5f1bf07
어차피 낚시엔 소질이 없으신 듯하니
이번 기회에 길을 옮겨 글을 써보심이 어떠신지요.
지필묵에 정성을 들이시면 강남에 빌딩 몇 채 쉬 올리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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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5bc15bef389924
유년의 아픔은 늘 웅크리고 있어 보는이의 마음도 답답 합니다.

무언가 펼져질듯 질듯 하면서 세월을 달리 했을뿐 그 마음은 늘 거기에 있음에 .....

토닥 토닥 어께를 감싸않아주고 싶습니다.


서울로 이사 와요`!!
얼음구멍도 뚫어주고 지랭이도 달아주고.....
맛난것도 사 주깨요`~ 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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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864709ac5f507fd
진주ic가 새단장 했던데요~

아직도 네비를 두 개 틀고 다니시지요???
그래도 길을 못 찾으시니~~ㅜㅜ


양띠 형수님~~
올 해는 좀 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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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48f5b966c8b2ab
얕고 상스러운 희망이나마
수준낮고 세련되지 못한 세상 길잡이가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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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24319be3f28e83
글은 담백한 수채화 느낌이 들었는데

사진을 보니 확 깹니다.

무탈 하시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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