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처음 시작할때엔 크건 작건 많이 잡고 싶었지요.
한해 두해를 넘기며 차츰 철?이 들어서인지 조용히 물가에 앉아서 찌올림을 감상하며
잡히면 고맙고 안잡히면 할수없고, 공기 좋은 곳에서 공짜로 하룻밤 잘자고 왔다는 것에
만족을 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진학한 둘째놈이 심하게 앓고있어 날씨좋은 주말인데도 낚시간다는 말도 못하고
있는데 마눌이 애가 고등학교 가더니 많이 힘들어 한다며 보약을 해 주고 싶다고 하며
한의원에 가자고 하기에 "한의원에 왜 가냐? 한의사가 집안에 있는데"
사촌여동생한테 전화해서 부탁하라고.
점심을 먹고 TV 리모콘 껴안고 딩구는데 마눌의 한마디가 귀를 번쩍띠게 만드네요.
"잉어가 몸에 좋다고 하는데 어디서 살 수 있냐고"
제가 바로 한다디 "임마! 그걸왜사? 집에 낚시꾼이 있는데"
마눌의 대답이 바로 저를 비참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고기를 잡아? 낚시로?"
"맨날 고기밥만 주고 오는 사람이 잉어를 어떻게 잡아?"
"피래미라도 좋으니 한번 낚시로 잡은거 가져와봐라"
이런 닝기리.......
궁색하게 변명한다디 했지요.
"야! 잡은거 다시 방생하고 오니까 그렇치, 니는 민물고기 요리 못하잖아"
마눌의 반격 "가져와봐라 잡으면"
이렇게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기회다, 바로 잔머리 돌려서
"내가 오늘 낚시가서 잉어 잡아온다"
큰소리 치며 바로 실전모드로 진입하고
낚시 가면서 오랜만에 큰소리로 준비물 챙깁니다.
"주먹밥 만들어줘, 김치, 커피, 식수, 버너, 코펠 등등....준비해"
오랜만에 마누라 배웅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낚시터로 출발.
낯선 곳보단 내가 자주가는 곳이 유리하겠지 싶어 밀리는 도로를 뚫고
진천으로 갔습니다.
날씨좋고, 분위기 좋지만 그런거 감상할 여유가 없습니다.
파라솔 텐트치고 5대를 깔고 3.5대 두대엔 참붕어 3.2 3.0대엔 옥쑤쑤 22대엔 떡밥으로
가장자리 노리고 반드시 잡아야된다는 일념으로.
떡밥으로 3치급 붕애 두수하고 저녘을 먹고 케미달아 던지고 나서
보리수 2깡통 마시고 나니 알딸딸.......
제가 마지막으로 시간을 본 것이 11시 40분으로 기억하는데 눈을 떠보니 동녘이 훤하네요.
정확히 아침 6시 30분!
잠만 퍼질러 잤습니다.
집에서 보다 훨씬 편안하게 많이 푸~욱 잤습니다.
에궁! 내 잉어는?
혹시 자동빵이라도 하는 맴으로 보니 찌는 고자리를 아주 당당히 꼿꼿하게 부동자세로
당당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살림망에 들어있는 3치 붕애를 증거?사진으로 박고 방생하고 철수하면서 어디 시장에 들러
잉어 한마리 사갈까 하다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마눌의 비웃음을 보면서 휴대폰에 증거 사진 있다고 말하고 샤워하고 나오니
집사람과 딸아이가 휴대폰 사진과 저를 번갈아 봅니다.
보약지으라고 현경이한테 전화 했냐고 묻고는 이불속으로 조용히 사라졌지요.
꿈속에서는 잉어를 잡았습니다.
아주아주 큰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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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집에서 자는것보다 노숙이 훨씬 편하더라구요~
늘 건강하시고 안출하세요~~~
그 잘나오던 붕어도 그날은 얼굴조차도 보이질않고 결국은 난처해지고...ㅎㅎ
잘나오던놈들도 왜그리 안나오는지....
체면은 구겼지만 담을 기약하세요....
힘들어하는 둘째 보약이라도 해주세요....
이번엔 기필코 잡겠노라고~~~
배웅까지는 아니겠지만 좋은 핑게거리잖아요^^
건강하시고 안출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