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떠날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는 서글픈 현실을
그저 묵묵히 감내하여야 하겠지요.
터놓고 얘기를 해보아야 더욱 부아만 치밀테고,
마음을 다 비우기에는 아직 못난 구석이 남아 있음을 알기에
이해인님의 글로써 마음을 추스려 봅니다.
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큰 수술 뒤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환자가 회복실에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새삼 감격스러워하듯이 그렇게 하루하
루를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는 모든 날들이 나에겐 새날이요, 보물로 꿰어야 할
새 시간이요,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임을 잊지 말자.
어린시절, 혼자만의 비밀 서랍을 갖고 즐거워했던 것처럼 내 마음 안에도 작은
서랍이 있다. 사랑과 우정과 기도, 내 나름대로의 좌우명과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모아 둔 비밀 서랍. 그래서 누가 나를 좀 힘들게 하더라도 이 서랍에서 얼른
지혜를 꺼내 최선을 다하면 슬프지 않다.
섣부른 충고, 경솔한 판단, 자기 자랑, 가벼운 지껄임 - 하루의 모든 말들이
내가 주어 온 침묵의 돌들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며칠 전 안동에 갔다가 700년
되었다는 용계 은행나무 아래서 기념으로 몇개 주어 온 침묵의 돌들이 밤마다
깊고 고요한 눈길로 나를 길들인다.
침묵으로 노래하라. 침묵으로 기도하라. 침묵으로 사랑하라고.
사랑하는 이가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하게 할 때는 말을 접어 두고
하늘의 별을 보라. 별들도 가끔은 서로 어긋나겠지. 서운하다고 즉시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별들도 안다.
남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성급히 쏘아 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의
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각오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되도록 보류할수록 좋고, 다른 이를 챙겨
주고 위해 주는 일은 미루지 않고 빨리 할수록 좋다. 진정 이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함부로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어디 아파요? 목소리가 힘이 없네.” “어때? 건강하지?” 이런 말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며 고마워지는 마음은 내 마음이 약해졌다는 것일까? “언제 한 번
다녀가지 그래.” “언제 좀 안 올 거야? 보고 싶은데...”
어쩌다 안부를 전해 오는 가까운 친지들의 목소리가 새삼 반갑고 포근하게
여겨지는 것은 내가 조금씩 더 외로움을 탄다는 말일까?
단순하고 평범한 안부의 말이 어떤 멋지고 교훈적인 말보다 훨씬 따뜻하고
깊은 여운을 남길 때가 많다. `불혹이란 자기 몫의 외로움을 겸허하게 견디는
일이라고 고백한 어느 시인의 표현을 자주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어느 날 “눈이 빠지게 널 기다렸다”고 내게 눈을 흘기며 마실 물을 건네 주던
고운 친구야,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내 안에서 찰랑이는 물소리를 내는 그리운
친구야. 네 앞에서만은 항상 늙지 않은 어린이로 남아 있고 싶다.
내가 가끔 싸움을 걸어도 싸움이 되지 않는, 넓은 대지 같은 친구야. 네가
가끔 `돌깍쟁이` 라고 부르는 나도 네 앞에서만은 늘 솔직하지 않을 수 없다.
네 앞에서만은 피곤하고 목마르다는 투정도 좀 부리고 싶다.
이른 아침에 몹시 힘이 들고 무거울 때마다 창 밖에서 나를 깨우는 새들의
가벼움이 부럽다. 일상생활 안에서 우리가 다른 이의 무게를 덜어 주기엔
서로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힘이 없는 것 같다. 우선은 자기가 밝고 건강해야
남에게도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는게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성을 내는 것은 늘 이유가 있음을 정당화시키고 남이
자기에게 성을 내는 것은 사소한 부분이라도 못 견디며 억울해 하는 경향이
있다.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일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온유해지기는커녕
그 반대가 되어가는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도 본다.
오늘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표현. `신경질 난다`는 말을 혼자말로 여러 번 하며
나 스스로 놀랐다. 갈수록 인내심도 없고 너그러움보다는 옹졸함이,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이 더 크게 자리를 잡아 가니 큰일이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더라도
결코 막말을 해서는 안되는데... 용서, 관용, 인내, 이런 것들이 나이들수록 더욱
어려워진다면 나는 분명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하관`이란 시 한 편을 썼다.
삶의 의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하략)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친구에게
때로는 하찮은 일로 너를 오해하는
나의 터무니없는 옹졸함을
나의 이기심과 허영심과 약점들을
비난보다는 이해의 눈길로 감싸 안은 친구야
하지만 꼭 필요할 땐
눈물나도록 아픈 충고를 아끼지 않는
진실한 친구야
비오는 날의 편지
- 법정 스님께
스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중략)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잡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아직 비워내지 못한 마음과
낮아지지 못한 마음으로
혼자서도 얼굴을 붉히는 제게
조금만 더 용기를 주십시오
다시 시작할 지혜를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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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은 드리지 못하오니 송구한 마음만 먼저 드립니다.
뭔가 일이있어군요...
아부지와함께선배님,
아직은 나쁜것보다는 좋은게많으니
좋은쪽만 생각하시기를 바래봅니다!
하나땜시 열을버릴순 없잖습니까...ㅜㅜ
또 굳이 딱지를 떼어 맨 살을 드러내 보이라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가차이 있으면 손이라도 잡아 드리고 싶네요.
어깨라도 빌려 드리고 싶습니다.
행여 스스로를 더 아프게 하지 마시길..
늘 산 같이,, 흐르는 물처럼,, 곁에 계셔 주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생각....긍적적인 생각만 하셨으면 좋겠읍니다.
기분 좋은 일 많으시길 기원 드립니다.
예전에 좋은말씀주신 선배님께서 제게 그러더군요
악한사람의 말은 다들으려 하지말라
그는 너가 바뀌길 바래서 하는말이 아니라
단지 널 상처주어 본인의 이익을 찾기위함이다
상처받지 마세요^^
이곳 월척지와는 전혀 무관한 제 개인적인 문제입니다.
참 잘 참아왔는데......
참지를 못하여 분기를 터뜨리니 마음에 평정심을 잃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이해인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겨 봤습니다
그동안 아부지와 함께 님께서 올리셨던
글들을 되올려 보면서...
그럼에두...
아무런 말을 떠올릴수가 없네요
아마....
평소 님글을 대하면서 느꼈던 완숙함....
....글에서묻어나오던 깊음 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토닥~토닥~~
...으로 마음을전합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대구내려가서 술 한잔 올리겠읍니다.
아부지님 글을 읽으니
중과 부적인것 같아 마음 아프네요
힘내시고 빠른시간내에 털고 일어나시기 바랍니다
요즘에는 중이 절이 싫으면 그 절의 주지를 바꾸면 된다(힘들게 절을 떠날 필요 없이)
라고 하던데 일리가 있는 말 인거 같습니다.
자주 뵙기 원합니다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그림자님
♥ 소풍님
♥ 바른생각님
♥ 엉터리꾼님
♥ 비맞은대나무님
♥ 두개의달님
♥ 하얀부르스님
♥ 삼구오님
♥ 장교수님
♥ 지나가는꾼님
따뜻하신 말씀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주신 말씀들, 마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잘못 된 것은 잘못 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비굴함이
스스로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고 잠시 정체성의 혼란마저 겪었습니다.
늘상 있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쌓였던 것이 터졌나 봅니다.
마음으로 불던 바람이 잦아들고 이제는 평상심을 되찾고 있습니다.
제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라 생각하렵니다.
계속 망설였습니다.
평상심을 찾아 가신다 하니 다행입니다.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2013년을 사는 모든 가장들에게
강요되는 비겁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대 담그지 못하시더라도
어디 물가 한바퀴 휭하니 돌고 오세요.
힘내세요.
학교에서 배운게 너무 유토피아적 교육이였음을
뒤늧게 나마 깨닫게 되었죠,,
스님이나 수녀들이나
인간사에는 말귀가 있고 눈치가 있고 융통성이 있고,,
그렇게 어려운 세상속인걸 알런지,,ㅎㅎ ,,
일을 잘 처리 할려면 천천히 얘기를 하라는거,,
해 줄말은 그거 뿐이군요
요즘엔 절이 싫을 땐 중이 절을 떠날 필요없이 과감히 주지를 바꾸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