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한 줌 빛도 없는 완벽한 어둠과 마주쳤다.
잔인하도록 무심한 어둠에 나는 길 잃은 아이처럼 당황했다.
나는 눈을 닫고 대신 귀를 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각.
미세하게 사각대는 소리.
나는 귀의 촉수를 세워 그 소리를 추적했다.
사각사각.
소리는 점점 커졌다.
사각사각사각.
소리는 사방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서늘한 냉기가 느껴졌고 은밀한 공포가 피어났다.
사각사각사각사각.
나는 그 소리의 배후가 수많은 벌레의 낮은 포복임을 직감했다.
누워있던 나는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패했다.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실행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그만 죽은 것일까, 생각했다.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어둠 속에서 나는, 수많은 벌레가 내 몸을 탐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 몸의 주인이 아닌 나는 다행히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기억이... 없다!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게 물었다.
나는 누구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왜 여기 누워있는가? 전혀 모르겠다.
내 이름은? 글쎄 기억나지 않는다.
내 신념은 의지는 과거는 출구는...?
나는 내 기억상실이 심히 슬퍼져 마음으로 울었다.
오랜 시간 동안 벌레들과 동거했다.
놈들은 동의 없이 내 코와 입속으로 들어오곤 했다. 불쾌했다.
놈들은 허락 없이 내 배설물까지 먹어치웠다. 고마웠다.
나는 놈들을 내버려뒀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생각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이었으니.
어둠 속에서 내 오감은 숙성했고 발효됐다.
나는 지극히 예민해져서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여기는 동굴일 것이다, 라고 짐작했다.
내 몸을 사각대며 유린하고 있는 이놈들은 개미일 것이다, 라고 확신했다.
나는 어떤 사고로 이 동굴에 갇혔을 것이고 와중에 기억을 잃었을 것이다, 라고 추정했다.
나는 누구였을까 어떤 사람이었을까 혼자였을까 아니었을까?
비몽사몽을 헤맸다.
여자. 수많은 여자가 나타났다.
아는 여자와 모르는 여자가 섞여 있었다.
여자들은, 어김없이, 하얀 젖가슴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아기처럼 젖을 빨며 여자들에게 파고들었다.
헉헉대는 내 머리를 안고 여자가, 여자들이 울었다.
그것은 분명 절망의 눈물이었는데, 나는 모른 체했다.
절정의 나락에서 돌아온 나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뭐냐, 그 표정. 이제 와서 촌스럽게 사랑 타령들이냐?
내게 사랑은 없으니 기대 말라고 분명히 말했었지.
우린 소통을 한 거야. 외로운 영혼에게 젖을 준 거라고.
몸? 껍데기? 그게 뭐? 마음을 섞나 몸을 섞나 뭐가 달라?
너희는 주기만 했고 나는 받기만 했냐? 아니지.
서로 주고 서로 받은 거지. 쌍방이란 말이야, 쌍방!
제발, 혼자 상처받은 척 버려진 척 엄살들 좀 떨지 마.
세상에 여성의 언어로 말하는 남자가 있다니, 라고 내게 말한 걸 기억하지?
너를 위로해 주겠어 위무해 주겠어 열어 주겠어, 라고 내가 말한 것도 기억하지?
대신 내게는 젖을 달랬지. 말랑한 휴식 말이야. 기억하지?
너희는 위로와 위무를 받았고, 나는 휴식을 받았어.
다시 한 번 말하자. 그 모든 것은 소통일 뿐이야.
장난하냐? 이제 와서, 촌스럽게 사랑 타령이라니! "
정말 내가 그랬다면, 나는 참 이기적이고 나쁜 놈이었겠다, 라고 생각했다.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반성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쉿!
갑자기 사각대는 소리가 멈췄다.
더듬이의 촉수를 쫑긋 세우고 공기의 파장을 읽어본다.
분명히 누군가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아니 가까이에.
"내 말을 들을 수 있을 거요. 지금 대협의 몸은 공청석유(空淸石乳)에 담겨 있소.
금창약(金瘡藥)을 먹고 자란 백만 마리 불개미들이 그동안 대협의 몸을 짜깁기했소.
아, 지리절벽에서 대협의 몸은 갈기갈기 찢겼소. 기억나시오?
자초지종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제 대협의 혈도를 풀 거요.
고통이 심할 텐데 까짓거, 죽기밖에 더하겠소?."
기다려도 고통은 시작되지 않았고, 대신 딱! 소리가 들렸다.
"아야!"
"아야? 도대체 풍! 언제쯤 그 장난기를 버릴 거냐?"
"헉! 사형,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만년설삼(萬年雪蔘)은 구하셨습니까?"
"그래, 아미파(峨嵋派) 계집 몇 명을 파계시키고 겨우 구했다."
"역시 싸사형 새... 끼는 대단하십니다!"
"뭐? 새... 끼?"
"색기요, 색기(色気)!"
"방금 대협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아~, 그러니까 그게..."
"풍! 너... 설마 대협에게 아직도 질투가 남았느냐?"
"싸사형!"
"풍! 인정할 건 인정해야 네가 편해진다. 그는 넘사벽이야. 넘을 수 없는 사차원 벽!"
"인정 못 합니다! 저보다 머리도 작지 않습니까?"
"너는 여전히 머리 크기로 세상을 재는구나."
"머리 크기는 제가 갑이니까요."
"됐고, 청소나 해라. 곧 사형들께서 도착하실 거다."
"싸사형. 정말 저 인간에게 격체전공(隔體傳功)을 시전하실 겁니까?"
"그래. 木魚 대사형의 뜻이다."
"저 인간이 그럴 만큼 가치가 있습니까?"
"나도 모른다. 氷神 漁水仙께서는 그렇다고 하셨다. 청소나 해라."
"아 젠장, 사제들은 다 어디 간 거야?"
"대사형께서 심부름을 시키셨다. 곧 올 거다.
"제게는 별말씀이 없으셨는데요?"
"너는 머리 무게 때문에 경공이 젬뱅이잖냐!"
풍이라고 했나... 기억해 두지.
극도로 예민해진 내 귀에 휙휙 파공음이 들린다.
그들의 사형과 사제라는 이들이 도착하는 듯하다.
저들은 나와 일면식이 있는 자들일까?
# 도움말
ㅡ 공청석유(空淸石乳).
천지 간의 특별한 조화가 서린 동굴에서 지정이 응집하여 우윳빛 액체의 형상으로 고이게 되는데, 이를 석유(石乳)라고 함.
거의 백 년에 한 방울씩 고이는데, 한 방울이라도 마시면 일반인은 무병장수하고,
무공을 익힌 자는 내공을 속성으로 높여 주는 효능이 있음.
ㅡ 금창약(金瘡藥).
피부가 갈라진 상처에 바르는 약. 지혈과 외상 치료의 작용.
ㅡ 만년설삼(萬年雪蔘).
극한지에서 자라는 인삼의 일종.
만 년 묵은 설삼은 영성이 생겨 보통 사람은 불로장생을,
무림인은 엄청난 내공을 얻을 수 있음.
ㅡ 아미파(峨嵋派).
사천성 서부의 아미산에 위치한 여승들만의 문파.
도가의 문파가 많이 있던 곳에 불교가 들어선 형태.
바탕은 불교적이지만 무공은 도가성향.
ㅡ 격체전공(隔體傳功).
몸을 통하여 내공을 전달하는 수법.
마지막에 받은 사람은 전달한 사람들의 내공을 누적해서 받기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함.
무닌빠져! ㅡ;;ㅡ"
저는 출연안시키십니꺼?
4짜조사를...이리도 박애한다는...ㅠ
주화입마의 부작용이 생길수 있습니뎌~~ ㅋㅋ
무협...
끊은지가 언제인데...
다시펼쳐봐야 되나...
비 오는 날
BOX 나르고 있는디...
무신 이런 장문을 ...
화물차 보내고 읽어 볼께요.
재미 없으면 알쥬?
어르신 글 읽다가 혈도가 뒤틀려 주화입마에...
돋보기 끼고 쓰신 겁니까?
헌데 저 새총은?
아마도 이젠 독조를 하셔야 할듯
저 쇠구슬에 대가 닿기라도 하면 부셔질텐디....
피식,,,, 했음다
역시 뭔가 기대를 한 내잘못임다
속세와 승화하지 못한 ......
담편이 기대 됨니다
사마달 이나 와룡강
이쪽으로^^
이제곧 우화등선( 羽化登仙 ) 의 길로 접어들겠습니다....ㅎㅎ